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으로 한국은행도 올해 두 번 남은 기준금리 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 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로 10월보다는 11월 인하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지만 연준의 빅컷 이후 한은의 행보는 조기 인하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미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게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전문가들은 한은의 '10월 인하'가 현실화돼도 시장금리는 오히려 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한은은 10월 11일과 11월 28일 올해 두 차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연내 최소한 한 차례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8월 금통위 직후에는 한은의 '11월 인하'에 힘이 실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집값과 가계부채의 안정세를 확인하기 전까지 섣불리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고 줄곧 강조했고 금리인하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신호가 감지됐고 영끌과 빚투 열풍이 다시 불면서 초저금리 시기였던 2021년 수준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됐다.
'10월 인하'가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은 연준의 빅컷 이후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금리인하 선호) 위원들이 선제적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완전히 안정된 다음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의 상황이 녹록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둔화가 어느정도 되는 것을 보고, 금리 인하 필요성을 따져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날 장용성 금통위원도 '9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정책금리 인하와 함께 거시건전성정책을 강화해온 캐나다 등 주요국 정책 운용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부작용을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신성환 위원과 금융안정보고서, 한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첫 금리 인하 시점은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명확하게 확인됐다"면서 "한은의 스탠스는 8월 말~9월 초 대비 확연히 완화됐으며 금융안정 논거를 들어 금리 인하를 조금 더 미루겠다는 결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및 수도권 주간 아파트가격 상승률도 빠르게 0.1%에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리인하 이후가 더 문제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다. 채권시장이 금리 인하를 선반영한 정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5%포인트내린 연 2.811%에 장을 마쳤다. 연중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연 3.50%)보다도 상당폭 낮은 수준이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3%에 근접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신성환 금통위원 기자간담회 이후 하락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 차례 인하를 이미 채권시장이 선반영하고 있으므로, 10월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단행이 채권금리를 더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면서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메시지는 매파적일 가능성이 크고 확인되는 한은의 스탠스에 따라 시장의 기대가 조정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하락할 가능성보다 더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