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집중 공급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1.20%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3사 신용대출 연체액을 신용대출 잔액으로 나눈 수치다.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0.32%에서 지난해부터 점차 올라 지난해 6월 말 0.42%, 12월 말 0.77%, 올해 6월 말 1.04%, 8월 말 1.20%까지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토스뱅크가 1.58%로 가장 높았고 케이뱅크가 1.57%, 카카오뱅크가 0.77%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1년 만에 약 2배 넘게 뛴 셈이다
국내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제외 가계대출(신용대출 등) 연체율이 0.62%로 1%를 밑돌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은 높은 편이다.
인터넷은행의 연체율 상승세가 가파른 것은 신용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의 대출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취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들은 고신용자들보다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인터넷은행들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만 떼어 보면 연체율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달 말 기준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연체율은 2.79%로 집계됐다. 2021년 말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0.8%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상승해 올해 6월 말 기준 2.46%를 기록했다. 1년 전(0.84%)과 비교하면 2.9배나 뛰었다.
은행별로는 케이뱅크가 4.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토스뱅크(3.40%), 카카오뱅크(1.68%) 순이었다.
문제는 이미 흔들리고 있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의 올해 8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28.4%, 케이뱅크 25.4%, 토스뱅크 35.6%로 집계됐다.
올해 말까지 이들 은행들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로 남은 기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은행들은 당국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인 만큼 규제를 완화해주면 수익성 위주에 고신용자에 대출에 집중하는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경숙 의원은 "중저신용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터넷은행은 신용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해 인터넷은행의 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