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사가 지난달 16일 선보인 ‘더블 이용권’은 그 대표적 사례다. 이 상품은 하나의 구독으로 KBS, MBC, JTBC, tvN 등 국내 주요 방송사의 인기 콘텐츠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업계 최초의 통합 요금제다. 기존 개별 구독 대비 최대 39%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다.
결합 요금제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웨이브에 따르면 ‘더블 이용권’ 출시 후 7일간 신규 유료 가입자 수가 전주 대비 264% 급증했다. 회사 측은 기존 고객의 요금제 전환보다는 신규 가입자와 재구매 고객 유입이 더 큰 폭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서도 확인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OTT MAU 1위는 넷플릭스로, 1449만9273명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소폭(6032명) 감소한 수치다.
반면 티빙은 전월 대비 12만4368명 증가한 728만3168명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웨이브도 결합 요금제 효과에 힘입어 전월 대비 17만6017명 늘어난 430만1300명을 나타냈다. 두 플랫폼의 MAU를 단순 합산하면 약 1158만 명으로, 넷플릭스와의 격차는 291만 명 수준이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웨이브는 지난 3월부터 CJ ENM의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올드보이’, ‘아가씨’, ‘타짜’, ‘전우치’, ‘남한산성’, ‘사바하’ 등 주요 작품을 서비스 중이다. 7월에는 ‘불한당’, ‘이끼’, ‘박쥐’ 등이 추가되며, 연내 총 100편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OCN 오리지널 시리즈도 매주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된다. 현재 ‘라이프 온 마스’, ‘보이스’, ‘나쁜 녀석들’, ‘타인은 지옥이다’ 등이 제공되고 있으며, 오는 9월까지 총 45편의 작품이 추가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영화 ‘존 윅 3’, ‘육사오’, ‘더 플랫폼’ 등 135편의 홈초이스 콘텐츠와 함께 웹 예능 등 숏폼 콘텐츠도 라인업에 포함됐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삼성증권은 이달 1일 CJ ENM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7만20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티빙은 배민클럽과의 결합 상품에 이어 웨이브와의 통합 요금제 출시로 이용자 확대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오랜 시간 지연됐던 티빙-웨이브 합병이 부분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CJ ENM은 토종 OTT 간 합병을 통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2대 주주인 KT가 합병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최종 통합 시점은 미정이다.
CJ ENM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단순한 이용자 확대를 넘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유통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한다”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넷플릭스 외에 또 다른 글로벌 유통 경로를 확보할 수 있어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