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단체도, 개별도 잡아라” 면세업계, 반짝 특수 속 회복 시동

지난 9일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정경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9일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정경 기자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국내 면세점 업계에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면세점은 2017년 사드 배치 보복으로 시작된 중국 한한령으로 쇠락의 길에 들어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진의 늪에 깊게 빠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제기되고 있다. 1분기 면세점들이 기대보다 양호한 실적을 연이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71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으나 전분기 대비 적자 폭은 크게 줄었다. 특히 공항점 매출이 18.7% 증가하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

롯데면세점은 1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7개 분기 만에 실적 개선을 이뤘다. 다이궁(중국 보따리상)과의 거래 중단으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막대한 판매 수수료 절감 효과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지난해 6월 단행한 희망퇴직과 임원 급여 20% 삭감 등의 인력·비용 효율화 작업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

5월 초 황금연휴 기간에는 ‘반짝 특수’도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내 주요 면세점의 매출이 일제히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노동절 연휴 직후인 지난 9일, 서울 신라면세점은 오랜만에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한 직원은 “5월 초에는 한산했는데 어제 오늘 중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 및 개인 관광객 비율에 대해서는 여전히 단체 관광객이 많은 편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개별관광객의 증가세도 체감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 내 여행 트렌드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K-컬처 확산과 함께 체험형 관광을 선호하는 2030세대가 자유여행 형태로 한국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면세점 현장에서도 이같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한국 화장품을 둘러보는 2030 중국인 여성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대부분 관광객들의 발길은 K-뷰티 브랜드 매장으로 집중됐다. 신라면세점 2층 K브랜드관 중 ‘올리브영 익스클루시브’, ‘리쥬란’ 등은 북적이는 인파로 직원과 대화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지나가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한국 화장품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보다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명품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루이비통을 제외하곤 줄이 늘어선 브랜드 매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루이비통 매장 앞에서 만난 한 중국인 관광객은 “요즘 경제가 어렵다. 돈이 없어서 예전만큼 명품을 사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명품관 직원도 “예전보다 명품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해 중국 명품 시장이 최대 20% 역성장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는 개별 관광객과 단체 관광객 모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 중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개별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이에 맞는 마케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과 개별 관광객(FIT) 비중이 동일하게 증가 중”이라며 “해외 플랫폼, 항공사, 은행 등과의 제휴를 통해 개별 관광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3분기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무비자 입국이 허용될 경우 현지 박람회, 중국 사무소와의 연계를 통해 단체관광객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 늘어날 때마다 2조~3조 원대 관광 수입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면세점 업계 회복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고환율과 소비 침체 등의 악재가 지속되고 있어 면세 업황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