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같은 행보는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는 시대에 백화점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고민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세계만의 독보적인 콘텐츠로 차별화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더 헤리티지’는 1935년 지어진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럭셔리 부티크 전문관이다.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보존된 건축물에 약 10년간 복원 작업을 거쳐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외관은 한국산 화강석을 사용한 바로크 양식으로 웅장함을 갖췄고, 내부에는 90년 전 양식을 반영한 석고 장식과 천장 문양 등이 눈에 띈다.
실내로 들어서면 박물관과 백화점이 결합된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5층에는 한국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가 자리잡고 있다. 창호문, 보자기, 베틀 등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오브제들이 배치돼 있으며, 매월 강의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디저트 살롱에서는 신세계 한식연구소가 개발한 전통 디저트도 소개된다. 백화점 업계에서 한식 연구 부서를 운영하는 곳은 신세계가 유일하다.
지하 1층에는 전통 공예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프트샵이 마련됐다. 매장 직원은 제품의 경우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교체되지만 ‘전통’이라는 테마는 유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문을 연 ‘신세계마켓’에서도 한국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 공간은 프리미엄 식문화 콘텐츠에 주력하면서도 한식에 대한 접근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쌀 방앗간’에선 현장에서 도정한 고품질 쌀로 떡을 만드는 제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약 재배를 통해 생산한 프리미엄 쌀도 선보인다. ‘발효:곳간’에선 소비자가 고른 건어물과 채소를 즉석에서 분쇄해 티백 형태의 육수팩을 제조해준다.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이 방식은 특히 일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조서형 셰프의 반찬 브랜드 ‘새벽종’이 단독 입점했고, 제주 해녀 문화를 테마로 한 ‘해녀의 신세계’ 코너에선 현지 해산물을 직송해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러한 전통문화 콘텐츠에 대해 “신세계만의 정체성을 담은 방향성”이라며 “한국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