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FCP 회계장부 열람 등 가처분 소송 제기…2차전 '신호탄' 분석

“주주들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 만큼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하겠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이상현 대표가 지난 3월30일 KT&G 정기 주주총회이 끝난 직후 남긴 말이다. 이 대표는 이날 강조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주주행동에 나섰다. KT&G에 회계장부 등의 열람을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FCP는 최근 KT&G에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주주권리 실현을 명목으로 FCP가 KT&G에 회계장부 등의 열람, 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에 나서 또다시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됐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이같은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현 대표가 지난 3월 말, 주총 직후에 직접 ‘다음을 준비할 것’이라는 말을 남긴 영향도 있지만, 주인 없는 회사로서 향후에도 주주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3월 주총에서 FCP는 KT&G와 표대결에서 참패하며, 이들 제안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주환원이라고는 하지만 당장 시행이 어려울 만큼 과도하거나 경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들이어서 사측과의 이견도 좁힐 수 없었지만, 소액주주 표심도 얻어내지 못해 지난 주총에서는 KT&G가 승기를 잡았다.
이번에 FCP가 KT&G에 요구하는 것은 지난해 4분기 집행된 260억원의 컨설팅 수수료 내역 공개와 필립모리스와의 계약 내용, 해외사업 수익성 지표 등이다. 재무투명성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게 FCP의 주장이다. 필립모리스와의 계약 내용은 지난해에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KT&G 측은 “보다 정확한 정보가 수집될 때 해외사업 수익성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FCP가 필립모리스와의 계약 내용을 재차 요구하는 까닭은 KT&G의 전자담배 ‘릴’이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글로벌에 자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릴’이 업계 테슬라가 되려면 ‘홀로서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상현 대표는 “현대차가 전기차 해외 판매를 15년간 토요타에 맡긴다는 게 상상이 가는가”라며, “이 계약이 과연 회사와 주주에게 도움이 되는 정상적 계약인지, 어떤 리스크를 지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FCP가 지난해와 비슷한 내용의 요구를 해오고 있는 점을 들어 공세의 시작보다는 '준비' 단계로 해석했다. 지난해처럼 인삼공사 분리와 같은 굵직한 내용이 빠져 있어 향후 어떤 핵심 포인트를 들고 나올 지가 관건이라는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G와 신경전을 벌일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가처분 신청서를 낸 초기 단계라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KT&G 측은 가처분 신청서 부본을 아직까지 송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으로 가처분 신청서가 확인되는 대로 정식 대응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 공식 확인되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FCP가 보유한 KT&G 지분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1% 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져 상법상 주주제안 자격요건을 갖췄다. 주주제안 자격은 상법상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전체의 3% 이상 확보하거나 1%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주어진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