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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이가 계란찜을 좋아하는 데 큰일이네요” AI파동, 계란 공급부족 실태 살펴보니…

도봉구의 할인점 매대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도봉구의 할인점 매대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박영찬 기자] “아이가 계란찜을 좋아하는데 큰일이에요. 이러다 아예 계란 구경도 못하게 되는 건 아니겠죠?.”
19일 오후 5시경 이마트 창동점에서 만난 김주란(56)씨는 달걀 매대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매장 매대에 달걀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계란찜을 좋아하는 아이 때문에 이틀에 한번 꼴로 집에서 계란찜을 요리하고 있다는 김씨는 상대적으로 공급이 원활하다고 생각했던 대형 할인점에서도 달걀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걱정이 앞섰다. 김씨는 매장 직원이 다시 달걀을 채워 넣을 것을 감안해 할인점을 한 바퀴 돌고 온 뒤에서야 겨우 달걀 한 판을 카트에 담을 수 있었다.

달걀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할인점 직원 한모(29)씨는 지난주부터 달걀이 입고되는 대로 당일 오후 7~8시 쯤 모두 소진되는 현상이 며칠 째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AI 사태가 악화되면서 요즘에는 입고되는 물량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30개 들이 ‘알찬란’의 경우 소진 속도가 다른 달걀들 보다 빨라 거의 2시간 간격으로 제품을 채워 넣고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찬란’보다 높은 가격대의 계란들은 많은 재고가 쌓여있어 AI 여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황 심리가 계란 소비에 반영되고 있는 듯 했다.

편의점 쪽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인근에서 10년 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52)씨는 “본사 발주 물량에 계란이나 닭고기 등을 원료로 하는 상품 가격에 큰 변동이 없다”며 할인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달걀 수급 문제와 대조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달걀 상품 자체가 소량 판매 위주이고 공급처에서 수급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현 상황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으나 진행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에 사태 추이에 주목하고 있는 입장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측도 공급처를 바꾸면서 대응하고 있고 가격 인상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트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김성호(28) ‘TossTruck’ 대표는 “30개 들이 달걀 한 판당 가격이 200원 선으로 올랐으나 경영상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대응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유통 계열사를 통해 공급받고 있는 만큼 AI 여파로 인한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도/소매 시장에서는 한 판당 가격이 2000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하순에 발생한 고병원성 AI로 인해 달걀 대란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8일 자정까지 1910만8000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으며 앞으로 242만2000마리를 추가적으로 살처분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한 달동안 2000만 마리가 넘는 닭들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악의 AI로 기록되었던 2014년의 1937만 마리 살처분 기록을 단숨에 넘는 수치다. 더군다나 당시 살처분이 23개월 동안 순차적으로 이뤄졌음을 비춰볼 때 이번에 발생한 AI는 확산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영찬 기자 y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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