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27)]
생명의 열쇠(27)
4. 찾아간 첫사랑
침 놓으며 서로의 마음 급속하게 가까워져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그러고 나서였다. 이번에는 수월의 배에다가 침을 놓을 차례였다. 하지만 그녀의 윗옷을 걷어 올리기가 민망해서 얼른 손이 가질 않아서 머뭇거렸다.
“오빠, 뭐 해? 벌써 다 놓았어?”
소산이 뜸을 들이자 수민이 다그치듯 하였다.
“아니, 배에다가 침을 놓아야 하는데…….”
“알았어!”
수민이 금방 소산의 심중을 알아차리고는 여자 속살 한 번 못 본 숙맥! 하고 속으로 웃으면서 수월의 바지 단추를 주섬주섬 끌렀다. 그리고 윗옷을 명치 위까지 훌쩍 끌어올리고는 이만큼이면 되겠지? 하였다.
소산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나 하얗게 드러난 수월의 배꼽을 보자 얼른 침을 잡지 못하고 잠깐 머뭇하다가 용기를 냈다. 그리고 심호흡을 가다듬고는 그녀의 배꼽 아래 세치와 다시 그 아래 세치, 그리고 거기서 좌우로……. 그런 다음, 아버지가 하던 생각을 떠올리며 배꼽 좌우(천추)에도 연속해서 침을 꽂았다.
그러자 신기했다. 죽은 듯이 꼭 감고 있던 그녀의 눈이 살며시 뜨이며 소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쁘게 몰아쉬던 숨도 잦아들어 의식이 뚜렷이 돌아온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눈길을 의식했다. 그러나 마주 보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의 방식을 떠올리며 그녀의 배꼽과 명치 중간 지점, 거기서 배꼽 사이 중간 지점에다가 이번에는 매우 깊이 침을 꽂고 나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커다란 눈을 초롱초롱 뜬 수민이 가만히 말했다. 그리고 수민과 노부인을 돌아보며 이제 어지럽지도 않고 숨도 가쁘지 않다 하였다.
“어휴! 애가 이럴 때마다 혼이 다 나간다니까!”
여태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노부인이 그제야 마음을 놓고 탄식 아닌 탄식을 하였다. 그리고 소산에게 고맙다는 말을 민망할 정도로 여러 차례 거푸 하고는 아이에게 하듯 수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좀 있다가 투석할 시간인데 어떻게 할까? 아침밥은 먹고 해야지?”
“엄마, 아침밥은 좀 있다가 먹고 투석은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았다. 그럼 좀 더 쉬렴……. 수민이 오빠, 그리고 수민이도 수고했는데 우리 나가서 식사해.”
“아니에요 어머니, 저는 수월이랑 좀 더 있다가 나갈게요. 아직 때도 멀었고 오빠는 먼저 식사해 오늘 일찍 후배랑 약속이 있다며?”
수민이 말하고는 침상에 털썩 걸터앉았다.
“응, 그럼.”
소산이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수월에게는 눈인사로 간다는 표현을 대신했다. 그녀도 눈빛으로 잘 다녀오라 하였다. 소산이 그녀의 하얗게 드러난 배에 침을 놓고 그녀는 그의 손길을 느끼면서 침을 맞고……. 그러는 사이에 그들 자신도 모르게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짐작할 만큼 급속히 가까워져있었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