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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다국적 호송망 가동 무산 위기… 유럽 함대 잇단 철수 여파

호르무즈 상선 방어망 공백 가시화… 유럽 해군 연쇄 이탈로 연합 작전 지연
지속 가능한 휴전 전제조건 미충족… 기약 없는 대기 부담에 본국 복귀 속출
순환 배치 전력 한계 지속… 호르무즈 해협 해상 안보 불확실성 증대
붉은 용이 그려진 영국 해군 구축함 드래곤호.사진=영국 국방부이미지 확대보기
붉은 용이 그려진 영국 해군 구축함 드래곤호.사진=영국 국방부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되던 다국적 해상 호송망이 참여국 함정들의 잇단 철수와 전력 공백으로 사실상 가동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미 해군연구소 군사 전문 매체 USNI 뉴스는 13일(현지시각) 영국 해군 45형 구축함 드래곤호가 7개월간의 파병을 마치고 본국으로 복귀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남은 영국 함정은 지원함 라임 베이호 1척으로 축소됐다고 전했다. 프랑스가 항공모함을 철수시킨 데 이어 독일과 이탈리아의 기뢰 관련 전력도 지중해로 기수를 돌렸고, 네덜란드 전방사령부 함정마저 철수하면서 연합 해상 방어망의 가동 시점은 불투명해진 상태다.

지속 가능한 휴전 전제조건과 유럽 함정 연쇄 이탈


호르무즈 다국적 임무는 2026년 4월 17일 프랑스와 영국의 정상 회담을 통해 공식화됐다.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보호와 해운사 안심, 기뢰 제거 작전을 수행하는 독립적이고 방어적인 다국적 전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작전 개시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지역 내 '지속 가능한 휴전 협정 체결'과 '안정적인 안보 여건 조성'을 명시했다. 군사적 충돌 위험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연합 전단을 투입할 경우 자국 함정이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장치였다.

그러나 항구적인 평화 정착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파견국들의 대기 태세는 한계에 부딪혔다. 프랑스는 5월 초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를 중동으로 보냈으나 7월 4일 항모전단을 본국으로 복귀시켰다. 독일 국방부는 7월 23일 기뢰제거함 풀다호와 군수지원함 모젤호를 지부티에서 지중해로 철수시켰다.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단기간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낮고, 작전 개시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함정을 계속 묶어두는 것이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였다.

연쇄 철수는 가을까지 이어졌다. 이탈리아 국방부는 9월 23일 지부티에 대기하던 기뢰탐지함 2척에 귀환 명령을 내렸다. 다국적 참모진으로 구성된 전방사령부(FHQ)를 승선시키고 임무 개시를 준비하던 네덜란드 호위함 데 루이터호도 9월 22일 본국으로 돌아갔다. 네덜란드 기뢰탐지함 빌렘스타드호 역시 10월 2일 복귀했다. 네덜란드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임무를 예상했으나 결국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상 호송망 표류의 지정학적 의미와 한계


유럽 각국 해군이 잇따라 철수한 배경에는 기약 없는 현지 대기에 따른 함정 운용 피로가 자리 잡고 있다. 작전 돌입의 전제조건인 항구적 안정이 담보되지 않자, 각국은 자국 전력을 위험 해역 문턱에 무기한 대기시키기보다 나토 상설 임무나 본국 정비로 전환하는 선택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상선을 감시하고 호송할 연합 방어망은 실질적인 가동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다.

방공 구축함과 항공모함 등 호송망의 주축 전력이 빠져나가면서 해협 내 경비 공백도 현실화됐다. 영국은 구축함 6척 가운데 즉시 전력 투입이 가능한 함정이 1척에 불과해 드래곤호를 대체할 후속 전력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전망과 해상 운송로의 안정성


호르무즈 해협의 호송망 복원은 대체 함정들의 실제 전개와 지역 내 안보 환경 변화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교대 전력인 호위함 에버트센호를 9월 27일 중동으로 출항시켰으며, 이탈리아도 대체 함정 파견을 예고했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작전 전제조건이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소수의 순환 배치 함정만으로는 광범위한 다국적 호송 체계를 가동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주요국의 호르무즈 해상 호송 임무는 당분간 실행 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계획 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최삼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sy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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