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 톡토굴 수력발전소 600MW 급감 후 카자흐·우즈벡·타지크 연쇄 정전 발생
사우디 DataVolt·엔비디아 연계 메가 데이터센터 착공 잇따르나 그리드 격리 메커니즘 부재
세계은행 16GW 송전망 확장 사업서 카자흐 제외 '반쪽'… 다가올 겨울철 전력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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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빅테크 및 중동 자본을 유치해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허브로 도약하려는 계획을 가속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역내 4개국을 강타한 대규모 연쇄 정전(블랙아웃) 사태로 인해 광역 통합 전력망의 구조적 취약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겨울철 난방 수요 집중기에 주로 발생하던 광역 정전이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 급증과 전력망 연계 확대 속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여름'에 발생하면서, 향후 수 기가와트(GW)급 전력을 소모할 AI 컴퓨팅 시설을 현재의 노후 전력망이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8월 24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키르기스스탄의 핵심 발전 설비에서 약 600메가와트(MW)의 전력 공급이 급감한 직후, 단 몇 분 만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국경을 맞댄 상호 연결 그리드 전역으로 정전이 번지며 주요 도시들이 수 시간 동안 암흑에 갇혔다.
올자스 바이딜디노프(Olzhas Baidildinov) 전 카자흐스탄 에너지부 장관 고문은 "이러한 대규모 사고는 통상 겨울철에 발생해 왔으나 여름철에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류 발전소에서 대규모 전력이 끊기면 카자흐스탄 송전 시스템이 즉각 폐쇄 루프(독립 운전)로 전환되어 국내 전력을 보호했어야 했으나 자동 방어 메커니즘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네 탓' 공방 속 드러난 그리드 취약성… 우즈벡은 ESS로 피해 최소화
정전 원인을 둘러싼 국가 간 책임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에너지부는 자국 최대 수력 발전원인 톡토굴(Toktogul) 수력발전소 발전기 2기가 일시 고장 나며 600MW의 초기 교란이 발생한 점은 인정했으나, 알마티 노드가 붕괴하기 전 이미 정상화되어 이웃 국가에 250MW를 공급하고 있었다며 광역 정전의 직접적 책임을 부인했다.
반면 카자흐스탄 국영 송전사 KEGOC는 키르기스 측의 급격한 전력 손실이 배전 계통의 심각한 불균형과 주파수 급변을 초래해 광역 송전선망 트립(차단)을 유발했다고 반박했다.
중앙아시아 전력망은 구소련 시절 구축된 통합 그리드(CAPS)로 묶여 있어, 상류국(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의 수력 발전과 하류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의 화력 발전이 계절별로 전력을 상호 융통하는 구조다. 그러나 광역 사고를 국소 차단할 자동화 감시 및 예비력 보호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반면 최근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선제 도입한 우즈베키스탄은 페르가나 지역에 구축된 300메가와트시(MWh)급 배터리 시스템을 신속히 방전해 전력망 붕괴를 부분적으로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나이팅게일 인텔리전스의 소비르 쿠르바노프 연구원은 "진짜 핵심은 주요 교란이 발생했을 때 전체 시스템으로 전이되기 전에 신속히 격리할 수 있는 감시 체계와 자동 차단 프로토콜이 합의되어 있는가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엔비디아 1.5GW 데이터센터 착공… "민간 소비 전력과 충돌 위험"
이번 정전 사태가 주는 충격이 큰 이유는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총 1.5기가와트(GW) 규모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데이터볼트(DataVolt)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첫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연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에키바스투즈 석탄 산지에 215MW급 전용 변전소를 배정하고 엔비디아(Nvidia) 및 파이어버드(Firebird)가 지원하는 '데이터센터 밸리' 1단계를 내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조지메이슨대학교의 우무드 쇼크리 에너지 전략 연구원은 "초기 12MW 수준은 국가 전체 발전량의 0.1% 미만에 불과하지만, 향후 계획된 500MW급 포트폴리오는 우즈베키스탄 전체 발전량의 5%에 육박한다"며 "이러한 대규모 부하는 전력 피크 시간대에 일반 가정의 기초 수요와 직접 경쟁하게 되므로 전용 발전 설비와 독립 ESS 투자가 강제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 16GW 송전망 확충서 카자흐 제외… 다가올 겨울철 전력난 '비상'
지역 전력망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 프로젝트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세계은행(WB)이 16GW 규모의 국경 간 송전 용량 확장을 지원하고 있으나, 1단계 자금 지원 대상에서 카자흐스탄이 제외되면서 특정 국가만 현대화되고 핵심 병목 구간은 방치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다가오는 겨울철 전력 수급은 한층 더 위태롭다. 카자흐스탄은 올해 전력 소비량이 15억 kWh 증가했으나 발전량의 70%를 차지하는 노후 석탄화력은 출력 조정이 느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감소로 수력 발전량마저 줄어들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2027년 전력 자립 전까지 러시아 인터RAO로부터의 전력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이며, 우즈베키스탄 역시 전체 수요의 약 10%를 채우지 못하는 만성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4개국 광역 정전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충돌은 향후 ‘저렴한 전기요금과 부지를 내세운 신흥국들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 유치 경쟁’ 속에서 ‘기초 전력망의 복원력(Resilience)과 독립 발전(오프그리드) 인프라 구축 역량’이 디지털 인프라 투자의 최우선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거시 에너지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