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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호르무즈 우회 송유관 활용 추진

사우디·UAE와 원유 수출망 확대 협의…해외 저장시설·인프라 방어도 검토
쿠웨이트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에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송유관을 활용한 원유 수출 우회로 확보에 나섰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쿠웨이트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에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송유관을 활용한 원유 수출 우회로 확보에 나섰다. 사진=챗GPT

쿠웨이트가 원유 수출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송유관망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거의 막히면서 걸프 산유국들이 대체 수출로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쿠웨이트석유공사(KPC)의 셰이크 나와프 알사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전날 열린 콘퍼런스에서 KPC가 쿠웨이트산 원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송유관 시스템을 확장하는 방안을 양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의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쿠웨이트산 원유가 언제부터 이들 송유관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 호르무즈 의존 쿠웨이트, 생산도 축소


쿠웨이트는 에너지 수출을 사실상 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해왔다. 이 해협은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원유와 가스를 세계 시장으로 보내는 핵심 해상 통로다. 중동 충돌 이후 이 통로가 불안정해지면서 쿠웨이트는 다른 산유국보다 더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발 중동 분쟁은 걸프 지역의 하루 원유·가스 공급량 약 5분의 1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이란의 불안한 휴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이 앞으로도 안정적인 수출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산유국들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쿠웨이트는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원유 생산을 크게 줄였다. 다만 유정 손상을 피하고 국내 연료 수요를 충족하며, 상황이 정상화될 때 빠르게 생산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전은 최소 수준에서 계속 가동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출 차질을 넘어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걸프 산유국들은 원유 수출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해상 수송로가 막히면 시장 공급뿐 아니라 정부 재정 운용에도 압박이 생긴다.

◇ 사우디·UAE 기존 송유관이 대안


쿠웨이트가 주목하는 대안은 인접 산유국의 우회 송유관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으로 원유를 보내는 동서 송유관을 보유하고 있다. 이 송유관은 사우디의 정규 원유 수출량 약 70%를 처리할 수 있는 주요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는 지난달 서부 해안 항만의 수출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송유관 자체의 용량 확대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UAE도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아부다비 내륙 유전에서 오만만의 푸자이라항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이 대표적이다. 푸자이라는 호르무즈 해협 밖에 있는 원유 거래·수출 거점이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원유 수출 능력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한 또 다른 송유관을 건설하고 있으며 정제유 제품을 운반하는 연결망도 검토하고 있다. 쿠웨이트가 이들 인프라와 연결될 수 있다면 호르무즈 해협 차질 때 원유 수출을 일부 유지할 수 있다.

◇ 송유관도 안전 보장 없이는 취약


다만 송유관이 해상 통로의 완전한 대안이 되려면 인프라 방어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나와프 CEO는 “송유관을 볼 때 중요한 것은 끝단의 수출 시설이 얼마나 안전한가”라며 이란이 사우디와 UAE의 관련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사례를 언급했다.

송유관망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은 펌프장과 수출 터미널이다. 송유관 자체가 육상으로 이어져 있어도 최종 수출항이나 저장시설이 공격받으면 수출 차질은 피하기 어렵다.

나와프 CEO는 쿠웨이트와 다른 걸프 국가들이 송유관, 펌프장, 수출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 협의하고 미국과도 방공망 강화 등 방어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웨이트는 해외 원유 저장시설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KPC의 국제마케팅 담당 셰이크 칼레드 알사바 전무는 이달 초 런던에서 열린 S&P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쿠웨이트가 해외 저장 능력을 늘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걸프 산유국들의 수출 전략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해상 통로가 가장 효율적인 수출로였지만 전쟁과 봉쇄 위험이 커지면서 송유관, 해외 저장시설, 방어 인프라가 함께 묶인 새로운 에너지 안보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쿠웨이트의 움직임은 원유 수출국들이 단기적인 위기 대응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 이후의 공급망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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