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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못 하는 미국이 한국에 강제노동 관세 12.5% 부과

자국 법 집행 구멍 인정하면서 60개국 압박… 법학자들 "소송 불가피"
7월 항목 초안 공개 앞두고 수출 기업 비상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에 상호관세를 막힌 트럼프 행정부가 '강제노동 근절 실패'를 새 명분으로 꺼내 들어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에 최대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 자신도 자국 강제노동 금지법 집행에 허점을 드러내 왔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BC는 9일(현지시각)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974년 무역법 제301조(Section 301)를 근거로 유럽연합(EU)을 포함한 59개국에 최대 1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공식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USTR은 조사 대상 54개국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법 조항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으며, 한국은 물론 일본·호주·영국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도 이 범주에 포함돼 12.5%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캐나다·EU·멕시코 등 6개 경제권은 미국과 유사한 강제노동 수입 금지 제도를 갖춘 것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이 적용될 전망이다.

상호관세 대법원서 막히자 301조 꺼낸 트럼프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명백한 우회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3월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했으며, 강제노동 제품 수입 금지 조치의 도입·집행 여부와 제조업 과잉생산 문제를 각각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로 사라진 관세 압박 수단을 301조 조사로 다시 구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통상 12개월이 주어지는 301조 조사를 3개월 만에 60개 경제권에 대해 마무리한 것을 두고도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주요 교역국들이 강제노동 물품의 수입을 막는 데 실패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 노동자들이 불공평한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노동은 전 세계 공급망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최신 추계에 따르면 매일 2760만 명이 강제노동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마다 2360억 달러(약 360조원)의 불법 수익이 창출된다. 피해자 1명당 최대 4944달러(약 755만 원)의 불법 이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남 잡으려다 제 발등 찍는다"… 법적 허점 도마에


법학자들은 이번 조치의 논리적 모순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조지아대 로스쿨 데지레 르클레르크 교수는 국제경제법정책블로그(IELP Blog) 기고에서 "USTR이 301조 위반을 입증하려면 두 가지를 동시에 주장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강제노동 제품이 미국에 반입되고 있다고 해야 자국 생산자 피해를 주장할 수 있지만, 그러면 미국 세관이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반면 세관이 잘 막고 있다고 하면 타국의 소극적 대응이 미국에 불이익을 준다는 논리가 약해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이 자국 강제노동 금지법 집행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은 의회 청문회에서도 드러났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 운영분석센터(HSOAC)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은 전 세계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임에도 강제노동 위험 물품 직접 수입에서는 23%를 차지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강제노동 조사가 실질적인 강제노동 규제보다는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 관세를 대체하는 새로운 관세 부과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주된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라우트먼 페퍼 로크(Troutman Pepper Locke)의 라이언 라스트·대니얼 안지스카 변호사는 분석 보고서에서 "외국의 수입 금지 규정 부재만으로 '불합리한 관행'에 해당한다는 새로운 법 이론은 사법 심사에서 도전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르클레르크 교수는 이번 301조 관세가 법원으로 가는 것이 "확실하다"고 못 박았다.

한국 수출주 어디로…7월 이전 협상이 관건


한국 수출 기업들에는 직접적인 비용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 USTR이 강제노동 차단 법제 미비를 이유로 한국에 최대 12.5%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관세 체계 전환과 공급망 전략 재편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차는 미국 보호무역 강화, 판매 둔화, 노사 갈등 등 복합 악재와 맞닥뜨려 있다.

오는 7월 초 국가별 관세 항목 초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7월 24일을 기준점으로 삼아 시나리오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미 무역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합의로 확보한 15% 관세율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어, 301조 강제노동 관세가 추가로 겹칠 경우 수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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