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쿠라, 실적 가이던스 실망감에 1주일 만에 시총 6조 엔 증발… 맹목적 AI 투자 심리 타격
생산 설비 한계 및 원자재(헬륨 등) 조달 난항 등 물리적 공급 제약이 주가 발목 잡아
데이터센터 착공 지연 및 고평가 논란 확산… 전선·케이블 업종 전반으로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
생산 설비 한계 및 원자재(헬륨 등) 조달 난항 등 물리적 공급 제약이 주가 발목 잡아
데이터센터 착공 지연 및 고평가 논란 확산… 전선·케이블 업종 전반으로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주식시장을 지배해 온 인공지능(AI) 인프라 특수 기대감에 뚜렷한 파열음이 발생했다.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광섬유 케이블 제조업체 후지쿠라의 주가가 단기 폭락하며 막대한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진 이른바 '후지쿠라 쇼크'가 시장 전반에 팽배했던 맹목적인 AI 열기에 묵직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6조 엔 허공으로… '공급 한계'에 직면한 AI 대장주
141년 업력을 자랑하는 후지쿠라는 AI 데이터센터 내 핵심 부품인 서버 연결용 광섬유 케이블 수요를 흡수하며, 지난 5월 14일 실적 발표 전까지 2년간 주가가 16배나 폭등한 핵심 테마주였다. 소프트뱅크그룹 등과 함께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는 '포츠머스 연합'의 일원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를 밑도는 보수적인 실적 전망치와 중기 경영 계획이 발표되자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쏟아졌다. 그 결과 5월 13일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주가는 불과 1주일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하며 6조 엔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25일 기준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고점 대비 30%가량 낮은 수치다.
이러한 주가 붕괴의 기저에는 '생산 능력의 한계'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자리 잡고 있다. 시미즈 노리카즈 이와이코스모증권 애널리스트는 "치솟는 시장 수요를 생산 설비가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실망 매물을 부추겼다"며 "만들고 싶어도 수요에 온전히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오카다 나오키 후지쿠라 사장은 지바현 신공장이 가동되더라도 공급 부족은 여전할 것이라며,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헬륨과 수소 등 핵심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까지 토로한 바 있다.
병목 현상에 갇힌 데이터센터… 업종 전반으로 번지는 한파
후지쿠라의 사례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악재를 넘어 AI 인프라 산업 전체의 구조적 리스크를 시사한다. 영국의 원자재 시장조사기관 CRU그룹이 북미를 중심으로 2024년부터 2030년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용 케이블 수요가 22%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전방 수요는 확고하다. 하지만 부품 부족과 전력 공급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겹치면서 상당수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의 착공 및 완공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아미르 안바르자데 아심메트릭 어드바이저스 수석 전략가는 "데이터센터 구축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먼저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직격탄을 맞는 곳은 케이블 관련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후지쿠라 쇼크 직후인 5월 13일 이후 후루카와전기공업, 스미토모전기공업 등 동종 업계 주가 역시 닛케이 평균주가 상승률을 크게 하회하며 연쇄적인 조정을 겪고 있다. 만약 공급 정체 국면이 길어질 경우, 확보하지 못한 수요가 경쟁사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밸류에이션 거품 논란 속 장기적 기술 변수 대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극단적인 고평가 영역에 진입한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펠럼 스미더스의 윌리엄 네스투크 애널리스트는 주가 급락 이후에도 후지쿠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TOPIX) 평균인 약 18배를 아득히 초과하는 40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련 업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실적 발표 전 후지쿠라의 상대강도지수(RSI)는 80에 육박하며 전형적인 과매수 구간을 가리키기도 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트랜시버 기술의 진보로 데이터센터 내 물리적인 배선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기술적 위험 요인도 거론된다. 다만 네스투크 애널리스트는 전체 매출의 약 4%를 차지하는 애플 등 거대 빅테크 고객사들이 비용 인상분을 흡수할 여력이 충분해 케이블 제조업체들이 굳건한 가격 결정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주가가 일정 수준 반발 매수세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