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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탈락·에어버스 선택… NATO 조달 판도 변화 시작됐다

이탈리아, KC-46 버리고 A330 MRTT 6대 확정… 13억 9000만 유로 규모
유럽 방산 자립(EDF) 정책과 맞물린 구조적 변화… K-방산 ‘틈새 공략’ 기회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축인 이탈리아가 공중급유기 조달 사업에서 미국산 대신 유럽산을 최종 선택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축인 이탈리아가 공중급유기 조달 사업에서 미국산 대신 유럽산을 최종 선택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축인 이탈리아가 공중급유기 조달 사업에서 미국산 대신 유럽산을 최종 선택했다. 지난 21(현지시각) 유로뉴스와 유럽 조달 전자 일람(TED)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방항공조달국(ARMAERO)은 지난 416일 에어버스와 A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MRTT) 6대를 도입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장기 군수 지원을 포함해 139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21058억 원에 이른다.

이번 결정은 미국산 무기체계에 대한 전면적 거부라기보다, 특정 대형 사업을 기점으로 유럽 자체의 방위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실리적·지정학적 의도로 풀이된다. 나토 재무장 흐름 속에서 조달 다변화를 추진하는 유럽 시장은 한국 방산(K-방산)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RVS 결함에 발목 잡힌 보잉… 유럽 공동 조달 정책 가속화


이탈리아 공군은 당초 2022년 보잉의 KC-46 페가수스를 차세대 급유기로 낙점했으나, 4년여의 검토 끝에 기종을 뒤집었다. 보잉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 원인은 고질적인 기술적 결함이다. 특히 원격 급유 시스템(RVS)의 카메라 왜곡 이슈와 시야 확보 문제, 이로 인한 반복된 개량 지연은 미 공군 내에서도 완전 운용 안정화에 의문을 낳으며 신뢰도에 치명타를 줬다. 이탈리아 국방부는 2024년 보잉과의 협상을 취소하고 새 입찰을 진행했으며, 기술 규격을 충족한 에어버스를 최종 낙점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업 간 경쟁 승리를 넘어, 유럽방위기금(EDF)을 중심으로 공동 조달을 확대하려는 EU 차원의 방위산업 자립 정책과 맞물린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미국 중심의 정비·물류 체계에서 벗어나 유럽 독자적인 유지·보수(MRO) 및 공급망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사실상 플랫폼 종속구조에서 공급망 주권으로 이동하는 전환 신호로 평가된다.

K9·천궁-II 전면 배치… 유럽 조달 다변화틈새 파고든다


이탈리아의 행보로 증명된 유럽 내 무기 조달 다변화 기조는 한국 방산 기업에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산 독점 구조가 균열을 일으키는 틈새에서 가격 경쟁력과 신속한 납기 능력을 입증한 한국산 무기체계가 확실한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서 이미 견고한 레퍼런스를 확보한 K9 자주포와 중동을 넘어 유럽 진입을 노리는 천궁-II 다목적 요격미사일 등이 유럽 시장 영토 확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방산 업계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안보 위기 속에서 신속 조달이 가능한 대안을 찾고 있으며, 유럽산 선호 기조가 강해지더라도 지상 장비와 유도무기 분야에서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실질적 반사이익은 상당할 것으로 진단한다. 한국 공군이 이미 에어버스 기반의 KC-330 시그너스 4대를 운용 중이라는 점도 향후 방사청의 공중급유기 추가 도입 사업 시 협상력을 높이는 자산이다.

고효율 플랫폼 전환… 방산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3대 지표

에어버스는 이번 계약에서 연료 효율을 대폭 개선한 최신형 'MRTT+' 버전을 제안해 현대 군의 고유가 및 친환경 작전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 글로벌 방산 시장의 기술 표준이 고효율 플랫폼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럽의 방산 조달 기조 변화 속에서 국내 투자자가 자금 집행 시 점검해야 할 단기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한국 공군의 차세대 공중급유기 2차 사업 입찰 공고 시점과 기종별 제안 가격이다. 에어버스의 글로벌 지배력 강화가 한국 국방부의 추가 도입 협상력과 최종 획득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 D&A 등 국내 주요 방산 기업의 유럽 현지 합작법인(JV) 설립 여부다. 유럽 내 자국 무기 우대 기조를 뚫고 현지 조달망에 진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우회 전략이기 때문이다.

셋째, 나토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 추이다. 나토의 기존 목표치인 GDP 대비 2%를 넘어 2035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총 5% 수준으로 대폭 늘리기로 공식 합의해 국내 기업의 수주 총액과 직결된다.
유럽의 무기 조달 시장이 '탈미국화'가 아닌 '다극화' 국면으로 진입함에 따라, K-방산은 가격·납기·기술의 삼박자를 무기로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의 실리주의적 조달 기조를 타깃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현지화 속도가 향후 주가 랠리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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