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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에 빅오일, 아프리카·남미 탐사 베팅

엑슨·셰브론·BP·토탈 등 메이저 5곳, 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나미비아 탐사에 최대 1200억 달러(약 176조 7360억 원) 가치 창출 전망
중동 전쟁 장기화로 페르시아만 의존 탈피 가속 — 2030년대 공급원 다변화 분수령
엑슨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BP,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셸(Shell) 등이 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나미비아 등지 탐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엑슨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BP,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셸(Shell) 등이 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나미비아 등지 탐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란-미국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전 세계 원유·LNG 공급량의 20%가 차단된 가운데,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중동을 벗어나 아프리카·남미·지중해 동부 심해로 탐사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엑슨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BP,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셸(Shell) 등이 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나미비아 등지 탐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이들 탐사 사업이 창출할 가치를 최대 1200억 달러(약 176조 7360억 원)로 추산했다. 고유가가 가져다준 현금을 앞세워, 수년간 주주 환원에 묶였던 탐사 예산이 다시 풀리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가 열어준 탐사의 문 — "현금이 생겼다, 꿈을 실현할 때"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은 올해 2월 28일 시작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차단하면서 하루 약 20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LNG 수출이 사실상 멈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3월 보고서에서 이를 "역사상 최대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약 17만 6640원) 근방까지 치솟았다.

이후 이란 외교장관이 일시 재개방을 선언하면서 급락했으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재봉쇄를 선언하고 미군이 이란 선박을 나포하면서 20일(현지시각) 현재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다시 배럴당 89~94달러(약 13만 1000원~13만 8360원)로 급반등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한 방울의 석유도 호르무즈를 통과시키지 않겠다"며 배럴당 200달러(약 29만 4400원) 도달을 경고하는 상황이다.

높아진 유가는 석유사들에게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안겼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유전의 생산을 최대한 끌어올려 고유가 수혜를 누리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2030년대 이후 이익을 지탱할 새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WSJ이 인용한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에드워드 초우(Edward Chow) 선임 연구원은 "업스트림(상류 부문) 사람들이 새 기회를 발굴하려는 열망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 그 꿈을 실현할 현금이 생겼다"고 말했다.

에너지 컨설팅사 라이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 슈라이너 파커(Schreiner Parker) 애널리스트는 "지속되는 고유가는 탐사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라며 "페르시아만산 원유 한 배럴에는 앞으로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고, 그것이 기업들을 국경 밖 새 유전으로 내모는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드맥킨지는 메이저 석유사들의 탐사 사업이 향후 수년 안에 최대 1200억 달러(약 176조 7360억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들 5개 메이저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해마다 탐사에 쏟은 비용은 평균 190억 달러(약 27조 9660억 원) 수준이었다. 또한 우드맥킨지는 2050년까지 세계 수요를 충당하려면 각국 석유 생산자들이 매장량을 3000억 배럴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엑슨 나이지리아 심해 240억 달러, 셰브론 베네수엘라·이집트 공략

기업별 행보를 보면 움직임이 빠르다. 엑슨모빌은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에 최대 240억 달러(약 35조 3200억 원)를 투입하는 잠정 계획을 올해 4월 9일 아부자 나이지리아 석유규제위원회(NUPRC) 방문 자리에서 공개했다.

보시(Bosi) 유전 개발에 150억~160억 달러(약 22조~23조 5550억 원), 오우오우(Owowo) 개발에 70억~80억 달러(약 10조 3000억~11조 7700억 원)가 각각 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 회사는 그리스 해상 탐사도 시작했고, 이라크·터키·가봉과 예비 탐사 협정을 잇달아 맺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는 심해 탐색을 위한 탄성파 탐사도 진행 중이다. 엑슨모빌의 국제 부문 지출은 지난해 약 90억 달러(약 13조 2490억 원)였다.

중동발 피해는 엑슨모빌에 직접 타격을 줬다. 이 회사는 이번 전쟁으로 1분기 전 세계 원유·가스 생산량이 6% 줄었다고 밝혔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란 미사일 공격으로 LNG 생산 라인 2기가 파손됐다며, 해당 시설이 연간 200억 달러(약 29조 4440억 원)의 수익을 잃게 됐고 완전 수리에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엑슨모빌은 이 시설에 일부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사다. 전쟁 직전 셰브론은 이라크 바스라 석유공사와 세계 최대 육상 유전 중 하나인 웨스트쿠르나 2(West Qurna 2) 지분 취득 협상을 벌이고 있었으나, 전쟁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서방 석유사들이 중동에서 대형 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분석이다.

셰브론은 지난해 7월 530억 달러(약 78조 원)를 들여 헤스(Hess)를 인수하면서 탐사 인력을 크게 늘렸다. 토탈에너지 출신 케빈 맥클라클런(Kevin McLachlan)을 탐사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올해 해상 개발 부문에만 70억 달러(약 10조 3000억 원)를 배정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국영 페트롤레오스데베네수엘라(Petróleos de Venezuela)와 지분 교환 계약을 맺어 고점도 중질유 생산 지역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셰브론 최고경영자 마이크 워스(Mike Wirth)는 지난달 휴스턴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베네수엘라에서 더욱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분쟁 해결 장치가 마련돼야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집트 지중해 해상 900만 에이커(약 3만 6400㎢) 탐사를 올해 안에 시작하고, 멕시코만에서도 대형 유전 발견을 확인했다. BP는 나미비아 해상 광구 지분을 매입했고, 토탈에너지는 터키와 탐사 협정을 맺었다.

셰브론은 올해 초 그리스 근해 4개 광구를 낙찰받아 지중해 탐사 거점을 넓혔으며, 리비아에서도 신규 광구를 배정받았다.

위협과 한계 — 고유가 지속 속 중동 리스크 여전, 베네수엘라·리비아 신중론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외교장관이 한때 호르무즈 재개방을 선언했다가 이란이 이를 번복하는 등 4월 들어 상황이 수시로 뒤바뀌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국·이스라엘 또는 이들의 동맹과 연결된 선박은 모두 정당한 타격 대상"이라고 선언했고, 미군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이란 선박을 나포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배럴당 200달러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2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115달러(약 16만 923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비중동 탐사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구조다. 다만 베네수엘라나 리비아처럼 정치 불안이 상존하는 지역에서의 투자는 여전히 신중론이 앞선다.

석유사들은 당장 기존 예산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지출은 꺼린다는 입장이다. WSJ은 이들이 현 상황에서 주요 투자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고유가를 기존 생산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전쟁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대형 계약을 미루면서 비중동 탐사 전선을 조용히 넓히는 '이중 전략'이 당분간 메이저들의 기본 노선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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