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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권력지도] AI 반도체 전쟁…아군도 적군도 사라졌다

칩 경쟁 넘어 생태계 충돌로 확장
기업·산업·국가까지 하나의 전장으로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올 뉴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올 뉴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의 경계가 무너지며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사라진 가운데, 산업 전반이 하나의 전장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AI 기술 확산 이후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제품 경쟁을 넘어 구조적 전환을 겪고 있다. 기존에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핵심이었다면, 현재는 AI 연산 성능과 이를 뒷받침하는 칩 설계, 패키징, 소프트웨어까지 결합된 종합 경쟁력으로 평가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관계 역시 단순 거래 중심에서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로 바뀌고 있으며, 협력 관계가 곧 경쟁 관계로 이어지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칩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망을 구축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생태계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다.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자체 AI칩 개발에 나서거나 설계 역량을 강화하며 경쟁 구도가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는 기존 공급망 중심 산업 구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경쟁이 생태계 내부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전략 역시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 읽힌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차세대 칩 개발 과정에 참여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파운드리와 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자체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협력으로 진입하고 경쟁으로 확장하는 이중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단순한 생산 기업을 넘어 설계와 기술 주도권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 변화의 압박을 받고 있다. HBM 중심 전략 이후 추가 확장이 요구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성차와 빅테크 기업의 참여는 이러한 경계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하며 차량용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영역에서 반도체 기술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로봇 사업 확장을 위한 핵심 기술로 AI를 적극 활용하며 관련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테슬라는 한발 더 나아가 자체 AI 모델 확보를 기반으로 사업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칩을 직접 설계하며 반도체 기술 내재화에 나서는 한편, 차량과 데이터,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플랫폼 구축을 통해 사업 확장까지 노리고 있다. 과거 수요 기업이었던 완성차 업체가 이제는 기술 경쟁의 주체로 전환된 것이다.

중국 역시 변수다. 엔비디아 칩을 기반으로 AI 기술을 내재화하며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시장과 정책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AI 시대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구조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 간 협력과 경쟁, 산업 간 경계, 국가 간 이해관계가 동시에 얽히며 하나의 전장으로 수렴되고 있다. 과거처럼 명확한 아군과 적군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누가 더 빠르게 기술과 생태계를 결합해 주도권을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반도체 시장은 모든 플레이어가 동시에 맞붙는 무한 경쟁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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