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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이폰 심장에 새겨진 'SAMSUNG'…숙명의 경쟁자, 공생의 파트너

아이폰 17 시리즈 디스플레이 7800만 대 공급…MLCC·패키지 기판까지 영향력 확대
기술 격차·안정적 수율로 대체 불가 파트너 위상…경쟁 속 협력 구조 심화
애플의 최신 '슬림폰' 아이폰 17 에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의 최신 '슬림폰' 아이폰 17 에어. 사진=로이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다투는 숙명의 경쟁자 애플과 삼성. 매년 치열한 기술 전쟁을 벌이는 두 거인의 이면에는 서로의 존재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공생 관계가 흐른다. 애플 혁신의 상징인 아이폰이 사실상 경쟁사 삼성의 핵심 부품으로 완성된다는 역설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아이폰의 성공 신화는 '숨은 주역'인 삼성의 기술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IT 전문 매체 슬래시기어가 22일(현지시각) 전했다.

OLED부터 반도체·전자부품까지…아이폰 내부 장악한 삼성


애플이 아이폰의 상징과도 같던 LCD(액정표시장치)를 버리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전환한다고 선언한 2017년 아이폰 X 출시 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가장 중요한 협력사로 떠올랐다. 애플은 공급망 안정을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려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삼성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아이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은 압도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기술력의 격차에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이 요구하는 수억 대 규모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최고 수준의 밝기와 정교한 색상 정확도 등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다. 특히 1초에 화면을 120번 새로고침하는 120Hz 프로모션 기술을 구현하는 핵심 부품인 LTPO(저온 다결정 산화물) OLED 패널을 세계 최초로 대규모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 우위를 증명했다. 2025년 나온 아이폰 17 시리즈에서는 저전력 LTPO OLED 기술을 전 모델로 확대 적용할 전망인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약 7,800만 대에 이르는 물량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저장 용량을 책임지는 반도체 부문에서도 삼성의 몫은 상당하다. 애플은 일부 아이폰 모델에 삼성전자가 생산한 낸드플래시(저장장치)와 LPDDR D램(램)을 탑재한다. 물론 애플은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여러 공급사에서 부품을 조달하며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쓰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삼성은 여전히 애플의 핵심 공급사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삼성의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핵심 전자부품 전반으로 뻗어 나간다. 삼성전기는 최신 A19 같은 애플 칩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도록 돕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패키지 기판을 공급한다. 비록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일부 모델에는 삼성전자의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넣기도 한다.

"대체 불가" 파트너십…경쟁과 협력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달리 부품 공급망에서는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는 동반자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 17 프로 같은 고가 제품을 한 대 팔 때마다, 부품을 공급한 삼성 역시 안정된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애플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삼성 외 다른 공급사를 찾으려 애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당분간 디스플레이와 일부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이 쌓아 올린 기술 격차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압도적인 기술과 양산 능력은 물론, 메모리와 패키지 기판 등에서도 가장 안정된 품질과 수율을 기록하고 있어 애플로서는 다른 공급처를 찾기 어렵다. 애플이 BOE나 LG로 디스플레이 물량을 더 옮기고 마이크론에서 메모리 공급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애플의 엄격한 품질과 수율 기준을 꾸준히 맞추기 전까지 수억 대의 아이폰 안에는 '삼성 DNA'가 살아 숨 쉴 수밖에 없다.

물론 아이폰이 삼성의 부품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백 개 협력사의 기술을 모은 국제 협업의 산물이다. 애플이 2022년 공개한 공급사 목록을 보면, 전 세계 600개가 넘는 시설에서 200개에 이르는 기업이 부품을 공급한다. 최종 조립은 '훙하이정밀공업'으로 알려진 대만의 폭스콘이 중국과 인도 공장에서 상당 부분을 책임진다. 아이폰의 두뇌인 A시리즈 프로세서는 TSMC의 최첨단 공정에서 생산한다. 이처럼 아이폰 한 대는 캘리포니아의 설계와 아시아의 정밀 제조, 유럽과 미국의 원천 기술이 결합된 현대 기술 제조업의 결정체이며, 삼성은 그 거대한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 2025년 아이폰 17 시리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삼성전기의 MLCC와 패키지 기판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완제품(갤럭시) 경쟁사의 심장부에 핵심 전자부품을 공급하는 독보적인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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