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순수 전기차 부문 테슬라 첫 추월...라틴아메리카·동남아 시장 집중 공략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비서구권 국가에서 최대 3만 달러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는 지난 12일(현지시각) 테슬라와 BYD가 모두 웹사이트에 가격을 공개하고 있는 10개 비서구권 국가에서 두 업체의 최저가 전기차 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멕시코, 칠레, 아랍에미리트, 중국 본토, 홍콩, 한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10개 지역 모두에서 BYD의 최저가 모델이 테슬라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매체는 지난달 27일 기준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비교했다.
지난해는 BYD에게 중요한 해였다. 3분기에는 처음으로 테슬라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했고, 4분기에는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도 테슬라를 처음 추월하며 세계 최대 전동화 자동차 제조사로서 입지를 굳혔다.
BYD의 최저가 모델은 시장에 따라 시걸(일부 시장에서는 돌핀 미니로 불림), 돌핀, 또는 아토 3으로 다양했다. 반면 테슬라의 최저가 모델은 모든 시장에서 모델 3으로 동일했다.
전기차 시장 분석 기업 로모션(Rho Motion)의 조지 휘트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모델 3은 BYD의 최저가 차량보다 프리미엄급"이라며 "BYD의 씰(Seal) 모델이 성능과 등급 면에서 테슬라 모델 3과 가장 유사하다"고 Rest of World에 밝혔다.
테슬라는 수년간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약속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올해 상반기에 저가형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 세계 소비자들은 저렴한 전기차를 찾아 BYD 같은 중국 제조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BYD는 중국 내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급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청하는 한편, 본국 외 지역에도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수출 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휘트콤 애널리스트는 "비용 경쟁력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BYD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함에 따라 차량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석 대상 국가 중 태국에서는 테슬라 모델 3이 BYD 돌핀보다 3만 달러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나 가격 격차가 가장 컸다.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두 회사의 최저가 모델 간 가격 차이가 미미했다. 싱가포르는 자동차 소유에 필요한 '운행허가증'(COE) 때문에 모든 차량 소유 비용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BYD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 일본의 경우 테슬라 모델 3이 BYD 돌핀보다 약 1만2000달러 더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휘트콤 애널리스트는 BYD의 가격 경쟁력에 대해 "시걸과 돌핀 같은 BYD의 저가 모델들이 테슬라 모델 3보다 작아 더 작고 저렴한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부품"이라고 덧붙였다.
BYD는 미국에서는 차량을 판매하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했다. Rest of World의 분석 대상 10개국 중 아랍에미리트(5%), 칠레(6%), 한국(8%) 등 3개국도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BYD는 지난 1월에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테슬라 판매 방식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인 반면, BYD는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현지 유통업체와 딜러십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유통업체의 기존 판매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비용 효율적인 옵션이다. 이번 분석에 사용된 10개국 BYD 웹사이트의 가격은 "권장 소매가"로, 실제 현지 가격은 다를 수 있다.
테슬라는 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국가에서는 판매하지 않으며,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멕시코와 칠레 두 국가에서만 판매 중이다. 반면 BYD는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유럽 외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휘트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약 60%가 BYD 모델이었다. 그는 "BYD는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BYD는 전기차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 외 지역에서도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휘트콤 애널리스트는 BYD가 올해도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며, 글로벌 확장이 장기적으로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생산량이 증가하고 BYD가 다른 어떤 업체보다 훨씬 저렴하게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시설을 여러 곳 갖추게 되면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