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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마케팅 업계’ 신뢰도, 사상 최저 수준

미국 11대 주요 직업군의 신뢰도 추이. 사진=갤럽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11대 주요 직업군의 신뢰도 추이. 사진=갤럽
미국에서 마케팅 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해보니 여전히 역사적으로 저점에 머물러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최근 발표한 ‘직업별 신뢰도 조사’에서 광고 및 마케팅 종사자의 윤리성과 정직성을 높게 평가한 응답자가 전체의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에 이들에 대해 ‘윤리성이 낮거나 매우 낮다’고 평가한 비율은 5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브스는 “갤럽은 지난 50여 년간 직업군별 신뢰도를 조사해는데 마케팅 업계가 8%의 신뢰도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라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마케팅 업계 신뢰도가 낮은 적은 있었으나 일시적인 하락 후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007년에는 사상 최저치인 6%를 기록했으나 2006년(11%)과 2008년(10%)에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의 8%라는 수치는 하락세에서 회복 없이 유지되고 있어 업계에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마케팅 업계보다 신뢰도가 낮은 직업군도 존재했다.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한 직업군은 ‘로비스트’로, 응답자의 4%만이 이들의 윤리성과 정직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중고차 판매원이 7%로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고, 미국 의회 의원들도 마케팅 종사자와 같은 8%를 기록했다.

한편, 갤럽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가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이 분석한 23개 직업군 가운데 2021년 이후 신뢰도가 상승한 직업은 단 두 개뿐이었다. ‘신문 기자’는 17%로 변동이 없었으며 ‘주정부 공직자’는 12%에서 14%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신뢰도가 낮은 직업군에 속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던 ‘의료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1년 67%였던 의사의 신뢰도는 2024년 53%로 급락했다. 이는 조사 대상 직업군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마케팅 업계의 신뢰도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케팅 및 뉴로마케팅 전문가인 로저 둘리는 포브스 기고문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짜 정보와 신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둘리는 “과거에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말이 통했지만 이제는 AI를 이용해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음성 및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러한 기술이 점점 정교해지고 대중화되면서 신뢰 문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검색 엔진을 통한 정보 신뢰도 문제도 지적됐다. 둘리는 “구글과 빙 등 주요 검색 엔진이 AI 요약 기능을 도입하면서 일부 오류가 포함된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AI는 실수를 할 수 있으므로 결과를 확인하라’는 경고문을 붙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자동 생성한 저품질 웹사이트들이 검색 엔진 최적화를 통해 상위 노출되면서,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구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가 신뢰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둘리는 “미국 사회가 심각한 정치적 대립 속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믿지 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문가, 공공 기관, 언론뿐만 아니라 마케팅 콘텐츠도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마케팅 업계의 신뢰도가 반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오히려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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