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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스 시장, 올 겨울 안정화 궤도 진입"

러시아發 에너지 위기 극복, MWh당 37~47유로 안정적 가격대 형성 전망
LNG 수입의존 25% 감소, 산업용 수요 회복세로 경기 정상화 '청신호'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12 17:21

유럽의 2024년 겨울 천연가스 시장은 지난 2년간의 극심한 위기 국면을 벗어나 상대적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의 2024년 겨울 천연가스 시장은 지난 2년간의 극심한 위기 국면을 벗어나 상대적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유럽의 2024년 겨울 천연가스 시장은 지난 2년간의 극심한 위기 국면을 벗어나 상대적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대체 공급망 구축과 수요 관리에 성공하며 에너지 안보를 확보했다.

◇ 수급 안정화와 가격 전망


8일(현지 시각) 공개된 LSEG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2024년 겨울 유럽 가스 가격은 MWh당 37~47유로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수준과 유사한 범위로, 시장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2022년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 직후 MWh당 최고 300유로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안정화다. 현재 유럽 가스 시장의 변동성은 주로 계절적 요인과 날씨 변화에 따른 것으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정상적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르웨이의 생산량 증가는 영국 북해 가스전 생산량 15% 감소와 네덜란드 흐로닝겐 가스전 폐쇄로 인한 공급 차질을 효과적으로 상쇄했다.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40%에 달했던 2021년과 비교해 유럽의 에너지 공급 구조는 근본적으로 개선되었다.

현재 유럽의 가스 저장률은 95%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5년 평균치를 20%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미국의 LNG 수출능력이 2021년 대비 30% 증가한 연간 1억2000만 톤을 기록하고, 카타르가 북부 가스전 확장을 통해 2027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7000만 톤 늘리기로 한 결정은 유럽의 장기적 에너지 안보에 긍정적 신호다.

◇ 산업 수요 회복과 경제적 함의


산업용 가스 수요는 에너지 위기 당시 25%까지 급감했으나, 2024년에는 점진적 회복세가 예상된다. 특히 독일 화학 산업의 생산 활동 재개 조짐은 유럽 제조업 전반의 회복을 시사하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독일의 화학공업 생산지수는 2022년 대비 17% 하락했으며, BASF를 비롯한 대형 화학기업들은 고비용 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BASF는 유럽 내 생산시설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2024년 1분기 독일 화학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2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4.3포인트 상승한 것은 산업계의 점진적 회복을 보여준다.
유럽 전역의 에너지 효율화 투자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계의 에너지 집약도는 2021년 대비 15% 개선되었으며, 신재생에너지 활용 비중도 2021년 22%에서 2024년 예상치 32%로 증가했다.

주거용 가스 수요는 구조적 조정에도 불구하고 2% 증가가 전망된다. EU의 'RePowerEU' 계획에 따른 주택 단열 개선 사업으로 650만 가구가 에너지 효율 등급을 한 단계 이상 개선했으며, 히트펌프 설치 가구 수는 2021년 대비 두 배 증가한 2000만 가구를 넘어섰다.

◇ 리스크 요인과 시장 전망


다만 여전히 주의해야 할 리스크 요인들이 존재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예상치 못한 기상 이변 등은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들이다.

이집트는 2023년까지 연간 약 700만 톤의 LNG를 수출했으나, 국내 전력 수요 급증과 가스전 생산량 감소로 2024년부터는 연간 800만 톤 규모의 LNG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집트 다미에타와 이드쿠 LNG 터미널의 수입 설비 전환은 지중해 동부 지역의 가스 수급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투자 시장에서는 단기와 장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높은 저장량과 온화한 겨울 전망을 근거로 단기적 가격 하락에 베팅하며, TTF 선물 시장에서 순매도 포지션을 전년 대비 40% 늘렸다. 반면 상업용 펀드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2025년 이후 글로벌 LNG 시장의 공급 부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3위 LNG 수입국인 한국은 이런 유럽 시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전체 가스 수요의 90% 이상을 LNG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에너지 수급 구조상, 유럽 시장의 변동성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가스공사가 2024년 올해 장기 계약 물량을 전체 수요의 80%까지 확대했다는 점이다. 또한, 미국, 카타르와의 계약을 20년 이상으로 설정하는 등 안정적 수급 기반을 강화했다.

결론적으로 2024년 겨울 유럽의 가스 시장은 과거의 극단적 위기 상황을 벗어나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급 변동성 요인들은 시장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 공급 안정성과 단기적 대응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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