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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전기차 시장 향배 바이든의 '충전규격’에 달렸다

김현철 기자

기사입력 : 2023-06-18 14:00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발 ‘충전 동맹’ 결성을 계기로 중대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테슬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급속충전 시스템 규격인 ‘NACS’를 중심으로 충전 시장이 재편될 경우 전기차 보급이 큰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반대로 경쟁 규격인 CCS가 공존하는 결과로 이어져 충전 시장이 둘로 갈리는 구도가 굳어질 경우 전기차 소비자들의 불편이 매우 심화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NACS 규격과 CCS 규격의 경쟁 구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향후 정책 행보에 전기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미국 정치매체 더힐이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CSS 규격 충전소 지을 때만 정부 지원금”


더힐은 “문제는 충전 기술의 수준이나 업계의 현실을 기준으로 보면 NACS 규격이 충전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그동안 테슬라와 냉랭한 관계였던 바이든 행정부가 NACS 규격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데 있다”고 전했다.

미국 완성차 제조업계의 양대산맥인 GM과 포드자동차가 테슬라가 개발한 NACS 규격을 자사 전기차에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NACS 규격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급부상했으나 충전 규격의 표준화 문제와 관련해 열쇠를 쥔 바이든 정부가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향후 전망을 어렵게 하는 불확실성이 고조됐다는 얘기다.
더힐은 그 근거로 미 교통부 산하 연방고속도로국(FHWA)이 이른바 ‘바이든표 뉴딜 정책’으로 불리며 지난해 5월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지난 2월 발표한 충전 인프라 지원 계획을 지목했다.

내년 7월부터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경우 그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장비를 미국에서 최종 생산된 것으로 사용한다는 조건 하에 총 75억달러(약 9조6000억원)의 지원금을 정부가 제공하겠다는 것.

더힐은 “문제는 미국 정부가 ‘바이 아메리카’ 정책으로 불리는 이 충전 인프라 구축 지원 방안을 통해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충전기 부품을 써야 한다는 조건을 달면서 지원금 신청이 가능한 충전 규격을 CCS로 국한했기 때문이다.
즉 CCS 방식의 충전소를 지을 경우에만 연방정부의 보족금이 지원된다는 뜻이고 테슬라가 개발한 NACS 방식의 충전소를 지을 경우에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더힐 “한가지로 표준화되지 않으면 소비자들만 골탕”


더힐은 NACS가 됐든 CCS가 됐든 한가지 규격으로 표준화되지 않으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대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NACS 규격이 업계 표준으로 현실적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CCS 규격 충전소에만 정부 지원금을 주겠다는 방침을 고수할 경우 CCS 방식 충전소에만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는 파행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바이든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전기차 보급률의 획기적인 확대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더힐은 “NACS와 CCS 가운데 하나로 귀결되는 문제는 지난 1980년대 소니가 개발한 ‘베타맥스’ 규격과 JVC가 발표한 VHS 규격이 비디오테이프 표준 자리를 놓고 경쟁한 끝에 VHS가 업계 규격이 된 것을 연상시키는 문제”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내년부터 NACS 방식 충전기를 도입키로 한 충전소 운영업체 프리와이어 테크놀로지스의 아케이디 소시노프 최고경영자(CEO)는 더힐과 인터뷰에서 “NACS 충전 방식의 전기차를 모든 운전자가 충전소를 찾았는데 죄다 CCS 방식 충전기만 있다면 황당한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바이든 정부가 이 문제를 교통정리하지 못하면 이같은 상황은 현실로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업계 현실은 NACS 방식에 유리


더힐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업계의 현실은 GM과 포드차가 참여한 테슬라의 충전 동맹에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첫 번째 근거는 미국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와 GM, 포드차의 전기차 판매량을 합하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미국 전체의 75%나 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새로 팔린 전기차 10대 가운데 7.5대가 이 세 기업에서 만든 차라는 뜻이다.

두 번째 근거는 테슬라가 운영하는 NACS 방식의 미국내 슈퍼차저 충전소가 1만9400대 규모인데 비해 CCS 방식의 충전소는 1만대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다 GM이나 포드차나 마찬가지로 설명하고 있듯 CCS 방식에 비해 NACS 방식이 기술적으로나 내구성 측면에서나 앞서 있다는 지적도 일반적이다. 충전소를 이용할 때 느끼는 불편이 큰 점이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최근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바꿔 말하면 판매량 측면에서나 이미 깔린 충전소 규모에서나 충전 기술의 수준 측면에서나 NACS 방식이 시장의 논리에 따르면 우위에 있다는 얘기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충전 동맹이 결성된 것을 계기로 CCS 방식에만 지원금을 주기로 한 계획이 논란을 빚자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CCS 충전기를 기본으로 설치하면서도 NACS 충전기를 추가로 설치할 경우에도 지원금은 제공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더힐은 “바이든 정부가 한가지로 표준을 통일시키지 않고 두가지 방식의 충전기가 깔리는 것을 방치할 경우 바이든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전기차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더욱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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