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업자 허가를 두고 거래소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제각각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코인 거래소인 업비트가 지난 20일 거래소 중 처음으로 금융당국에 사업자 신고를 마무리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이날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접수를 했다고 밝혔다.
개정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사업자는 다음달 24일까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확인서(실명 계좌)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등의 요건을 갖춰 FIU에 신고해야 한다.
올해 3월 신고서 접수 시작 이후 업비트는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으면서 사업자 신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행권과 제휴를 맺은 다른 거래소들은 확인서 발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4대 거래소 중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이 가운데 NH농협은행은 거래소들로부터 트래블룰 체계 구축까지 암호화폐 계좌 입·출금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전송 시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부과한 규제다.
국내 특금법 시행령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이전할 경우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의 이름과 가상자산 주소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100만원 이하의 가상자산이 전송되는 경우나 개인에게 전송할 경우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금융권의 경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표준화된 코드 기반으로 트래블룰을 적용하고 있으나 가상자산 업계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트래블룰 솔루션을 도입해왔다. 그래서 사업자간 자율적인 정보 전송 및 공유 시스템 구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내년 3월 25일부터 트래블룰이 적용된다.
이어 4대 거래소는 공동으로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트래블룰에 대응하기로 했다. 거래소 업계에서는 이처럼 내년 3월에 맞춰 계획이 잡혀있는데 NH농협에서 9월 24일까지 트래블룰 구축을 완료하라고 요구했다며 당황하고 있다.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농협의 거래는 마치 오프라인 거래만 하고 인터넷 거래는 하지 마라는 것과 같다"며 "농협의 요구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다른 거래소를 이용하지. 남아있을 리가 없다. 사실상 농협이 시장 독과점을 유도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NH농협은행 측은 "거래소를 통한 자금세탁이 우려돼 코인 입출금 차단조치를 논의했을 뿐 결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코빗과 제휴를 맺은 신한은행은 트래블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가운데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워낙 중대한 사안인 만큼 내부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9월 중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업계에서는 은행마다 기준이 제각각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기준이 너무 낮고 농협은 너무 높다. 중소 거래소라면 실명계좌 확인서와 대응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