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SK하이닉스, 오늘부터 나스닥 거래…'코리아 디스카운트' 깨나

'한국 할인' 완화 가늠쇠…미국 주식예탁증권 발행 통해 265억 달러 조달 성황
HBM 시장 선도에도 저평가…전문가들 "미국 투자자 접근성 개선이 격차 좁힐 것"
생산 능력 확보가 미래 관건…삼성전자·마이크론 추격 속 AI 메모리 패권 유지 총력전
SK하이닉스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 로고. 사진=로이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오늘부터(10일·현지 시각) 거래된다. 이번 상장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할인)’ 현상을 탈피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복합기업 구조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유사한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으로 거래되는 현상을 뜻한다.

10일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번 미국예탁증권(ADR)을 통한 나스닥 상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자본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보가 고질적인 주가 할인율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8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평균인 29.84배는 물론,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치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독보적으로 선도하고 있음에도 미국 시장의 접근성 한계로 인해 마이크론의 주가수익비율이 하이닉스보다 6.6배나 높게 형성돼 있는 실정이다.
CNBC에 따르면 퓨투럼 그룹의 반도체·인프라 부문 책임자인 롤프 벌크는 인터뷰에서 “ADR 상장으로 양사 간의 가치 격차가 좁혀질 여지는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한국 할인율이 이번 상장만으로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멀티에셋 거래 플랫폼 이토로(eToro)의 시장 분석가 자비에르 웡 역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의 가치 차이가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접근성’과 ‘인지도’의 차이에서 기인했다고 짚었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분야에서 더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미국 펀드들의 투자 접근성이 제한돼 수년간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마이크론의 주가가 약 250% 급등하는 동안 SK하이닉스도 240% 상승했으나, 두 회사 간의 밸류에이션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KB금융그룹의 글로벌 투자 전략가 피터 김은 “추가적인 미국 시장 접근성 확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에 비해 저평가된 하이닉스 주식을 적극적으로 거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나스닥의 엄격한 상장 요건과 기업 지배구조 기준 준수가 미국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최소 시가총액, 유통 주식 비율, 주주 수 등 재무적 요건뿐만 아니라 감사위원회 설치,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주주 의결권 보장 등 선진적인 지배구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주당 149달러로 책정된 ADR 공모와 초과 청약 흥행에 힘입어 약 26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은 대규모 자금 조달 자체보다 미국 현지 투자자층을 대거 확보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정 부이사는 “SK하이닉스가 향후 2년간 연간 50조~7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자본지출(CAPEX) 증가분을 이번 IPO를 통해 일부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회사가 향후 2년간 연간 200조 원 이상의 영업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부분의 투자 자금은 내부 현금 흐름으로 감당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토로의 웡 분석가는 이번 상장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확장 자금 조달 능력을 극대화하고 향후 자사주 매입, 미국 현지 투자자 참여 확대 등 추가적인 글로벌 사업 확장의 강력한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나스닥 상장은 SK하이닉스가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 독점적 선두 자리를 꾸준히 수성할 수 있을지 시험받는 시점에 이뤄졌다.
레이리안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필립 울은 “SK하이닉스가 폭발적인 HBM 수요 속에서 공급 능력이 시장의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성공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하이닉스의 공급 부족을 틈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차세대 제품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AI 칩 공급망 다변화를 노리는 빅테크 기업들과의 계약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SK하이닉스가 HBM 공급업체 1위 자리는 유지하겠지만, 경쟁 심화로 인해 지난해 약 57%였던 시장 점유율이 올해 50% 수준으로 조정을 거쳐 장기적으로는 40% 초반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와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진짜 과제는 시장 점유율 숫자 자체가 아니라 ‘생산 능력(Capacity)’ 확보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2020년대 말까지 폭발할 AI 메모리 수요를 완전히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이번 나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글로벌 신뢰도를 바탕으로 생산 능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충하느냐가 향후 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