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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사상 최고치 이끈 '반도체·AI전력·이차전지' 삼각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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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정준범 기자
코스피 지수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센 풍랑을 뚫고 사상 처음으로 6400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이란 협상 불발과 고환율 등 대외 악재에도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며 실적 기반의 '확실한 성장주'로 수급이 집중된 결과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0%(57.88포인트) 상승한 6475.81로 마감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이어갔다. 이번 역대급 랠리의 특징은 과거의 지수 상승 공식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 2월 27일부터 4월 22일까지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의 등락률과 수급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코스피 6000 시대를 연 진정한 주역은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이차전지의 부활'이었다.

■ '반도체 쏠림' 넘어선 'AI 생태계'의 독주…삼성전기·SK하이닉스 주도권


분석 기간 중 가장 드라마틱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한 종목은 삼성전기(81.05%)와 SK하이닉스(15.27%)였다. 특히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기판 수요 폭증에 힘입어 상위 20개 종목 중 압도적인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지수 레벨업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기관투자자의 거센 매수세(약 2.4조 원)를 바탕으로 15% 이상 급등하며 시총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반면 시총 1위 삼성전자는 0.46% 상승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했으나, 우선주인 삼성전자우(5.22%)와 함께 지수의 하단을 든든하게 지지했다.

지수 내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그룹주와 SK하이닉스 등이 전체 코스피 시총의 약 38%를 점유하고 있고, 이번 최고치 경신은 사실상 '글로벌 AI 밸류체인'이 한국 증시를 하드 캐리한 결과로 풀이된다.

■ 이차전지의 화려한 귀환…삼성SDI·LG엔솔 '지수 안착' 견인


이번 랠리에서 전문가들을 놀라게 한 대목은 이차전지 섹터의 반등이다. 한동안 조정 국면에 머물렀던 삼성SDI(41.42%)와 LG에너지솔루션(13.47%)은 2월 말 이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이 기간 삼성SDI를 기관투자자가 6819억, 외국인이 3167억 원 각각 '쌍끌이'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고, 이는 지수가 전 고점을 돌파하는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를 뚫고 차세대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이차전지가 반도체와 함께 지수를 떠받치는 '쌍두마차'로 재등극했다.

■ 전쟁 공포 이긴 '안보' 테마…방산·전력 인프라의 부상


미-이란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위기는 오히려 특정 업종에 기회가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한 수주'가 보장된 종목을 골라 담았다.

그 중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8.49%)와 두산에너빌리티(9.03%)가 있다. 외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약 9956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4533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전 세계적인 전력망 확충과 국방예산 증액 흐름이 코스피 대형주들의 실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수급으로 나타난 것이다.

조선주인 HD현대중공업(6.30%) 역시 견실한 상승세를 보이며, 과거 IT 중심의 지수 상승에서 벗어나 '중후장대' 산업이 코스피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했다.

■ '차별화' 극심한 장세…자동차·바이오·금융은 '숨 고르기'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모든 업종이 웃지는 못했다. 이 기간 기아(-22.14%)와 현대차(-19.73%)는 피크아웃 우려와 대외 환율 변동성 속에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12.20%)·셀트리온(-14.47%) 등 바이오 대장주와 삼성물산(-14.12%) 등도 지수 상승 흐름에서 소외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주인 KB금융(-1.01%)·신한지주(1.75%)는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도 보합권에 머무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는 시장의 자금이 '정책 수혜주'에서 '실적 폭발주(AI·전력)'로 빠르게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 향후 전망…'이익 중심의 7000시대 돌파 가능성'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6400선 돌파가 단기 과열이 아닌, 체질 개선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방산주를 집중 매수하고, 기관이 SK하이닉스와 삼성SDI를 쓸어 담은 것은 한국 증시의 '수익 모델'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반도체와 전력 기기 부품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한 코스피 7000선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총 상위 20개 종목 내에서도 수익률 편차가 100%포인트 가까이 벌어지는 등 '종목 장세'가 심화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지수 상승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지 않는 '상대적 박탈감'이 숙제로 남게 됐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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