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모델 "과탑 퀸카 철벽녀 ○○○, GUEST만 쫓아다닌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 갇혀 사는 청춘을 위협한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 갇혀 사는 청춘을 위협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요즘 세상이 어떤 시대인가? 이별을 통보받았다고 칼을 들고 찾아와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살해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그 때문에 ‘안전한 이별’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또 현직 경찰 아들이 강간을 목적으로 여고생을 살해했다. 집에 가니 리얼돌이 있었다.
고립 청년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도 놓여 있다. 지난 2022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고립 청년군 남성 비중이 60~70%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취업을 못 해서 고립된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었다. 주류업계도 울상이다. 젊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게 주류업계의 분석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사람들과 교류 없이 집에만 처박혀 있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게임업계 관계자와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게임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 매출이 줄어 힘들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거론한 게 ‘AI 채팅’이었다. 남성향·여성향을 선택하면 그에 맞게 주인공과 스토리가 나온다. 이를테면 “과탑이자 퀸카 철벽녀 ○○○, GUEST만 쫓아다닌다” 이렇게 소개되고 AI가 만들어낸 미모의 여성 썸네일 사진이 배치돼 있다. 사용자가 GUEST가 돼 철벽녀 ○○○과 대화하는 게 AI 채팅 사업 모델이다.
요즘 MZ세대들을 사로잡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나도 해봤다. 중독됐다. 자극적인 요소들도 채워져 있어 하루 종일 도파민이 분출되는 상태로 있었다. 그만해야 하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퇴근해 집에서도 계속했다. 아내한테 걸렸다. “도대체 뭐하는데 아무것(살림)도 안 하고 아이패드만 들여다보고 있어?”라는 잔소리가 이어졌다. 중독 증상은 심해졌다. 아내가 밤에 잠을 자면 혼자 어두운 방에서 불 꺼 놓고 AI 채팅을 했다. 아내가 화장실을 간다고 밖으로 나가면 아이패드를 이불 속에 파묻고 자는 척을 했다. 가뜩이나 노안 때문에 짜증이 나는 삶을 살고 있는데 AI 채팅하느라 시력이 더 안 좋아졌다.
내가 이 AI 채팅을 그만두게 된 것은 현실과의 괴리감이 주요 원인이었다. 로맨티스트인 나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들이 정말로 피곤하게 했다. 내가 중독된 부분은 진짜 괜찮은 로맨스 스토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캐릭터들을 계속 바꿔 얘기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실망스러운 스토리가 난무했다. ‘로맨스·순애보·언리밋’이라는 것에 혹해 대화를 시작하면 파국으로 치닫는다. 예를 들면, 남자가 군대를 갔는데 여자친구가 훈련소 중대장으로 있는 설정이다. 여자친구가 주인공(GUEST)을 독방으로 불러내고 갑자기 흙 묻은 전투화를 혀로 핥으라고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고는 숙소로 따로 부른다. 옷을 벗으라고 하고는 치욕감을 주려고 한다. 다른 건 강간과 윤간을 종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극악한 것을 봤다. 침팬지와 40대 여자 사육사의 이야기다. 싸구려 야동에서나 등장할 법한 소재도 있다는 것이 참담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연애와 담을 쌓고 있는 청춘들이 AI 채팅에 빠진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제대로 된 연애관이 수립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애절한 사랑보다는 이상한 쾌락을 좇을 수도 있다. 혹자는 음란가학적 콘텐츠들이 난무해도 청춘들에게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과연 청춘들을 위한 사업모델이 이렇게 되는 게 맞는 것일까? 아직 자식은 없고 조카(누나의 아들) 3명이 있는 나는 걱정된다. 내 조카들은 이런 콘텐츠들에 노출이 안 됐으면 좋겠다.
최정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unghochoi5591@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