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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블루아카 데카그라마톤 편, 좋은점과 아쉬운점 세 가지

철학적 담론 담은 스토리, 캐릭터 별 비중 균형감
전투 연출, 컷씬, 애니메이션…여운 남기는 결말
강약 조절, 선생 묘사, 엔딩 후 뒷심 등은 숙제
본 기사는 일반 이용자들을 넘어 충분히 많은 게임 경험과 지식를 쌓은 마니아층, 즉 '코어 게이머'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이 게임을 즐기는 현장을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넥슨 '블루 아카이브' 메인스토리 '데카그라마톤 편' 엔딩 컷씬 이미지. 왼쪽부터 '히마리', '리오', '토키', '에이미', '케이'.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넥슨 '블루 아카이브' 메인스토리 '데카그라마톤 편' 엔딩 컷씬 이미지. 왼쪽부터 '히마리', '리오', '토키', '에이미', '케이'.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

넥슨의 캐릭터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의 메인 스토리 '데카그라마톤 편'이 마무리됐다. 1부 최종장이 열렸던 지난 2023년 3월 이후 3년 만에 '연합작전' 콘텐츠와 함께 즐기는 대규모 콘텐츠로 선생님(블루 아카이브 이용자의 호칭)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데카그라마톤 편은 한국 서버 기준 출시 4.5주년, 선행 서비스 중인 일본 기준으로는 5주년에 맞춰 공개됐다. '강철대륙 공략전'과 '연합작전: 말쿠트', '데카그라마톤 결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이벤트 스토리가 전개됐다.

스토리 상 주인공은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로 '아리스'와 '케이'였으며 밀레니엄의 회장 '리오'와 그녀의 보좌관 '토키', 초현상특무부의 '히마리'와 '에이미', 아리스의 게임개발부 동료 '유즈'까지 무려 일곱 캐릭터가 신규 캐릭터, 혹은 '무장'이란 키워드의 이격 캐릭터로 새롭게 등장했다. 이들 외에 '미도리'와 '모모이' 쌍둥이도 스토리 상 최전선에 투입됐으며 '유우카'도 조연으로 얼굴을 비췄다.

◇고른 비중 분배, 감동적인 엔딩…스토리 2부 기대감↑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르는 모모이의 대사. 커뮤니티에선 '대철학자 모모이'로 칭송받고 있다.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르는 모모이의 대사. 커뮤니티에선 '대철학자 모모이'로 칭송받고 있다.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

게임으로서 블루 아카이브의 장점으로 단연 인문철학에 근간을 둔 짜임새 있는 서사, 의외성과 핍진성을 겸비한 캐릭터 표현이 손꼽힌다. 이는 데카그라마톤 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스토리 상 '적대자'에 위치한 데카그라마톤은 10종의 예언자의 힘을 합일해 '스스로의 생각을 통해 신의 영역에 다다른' 존재로 묘사된다. 유대교 신비주의의 '세피로트의 나무' 담론과 '영광의 본질, 혼의 합일'이라는 개념, 데카르트의 존재론과 신의 증명 문제를 모티브로 활용했다. 기존의 체제와 신성을 부정하고 부수고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려는 모습은 니체 철학을 연상케 한다.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 키워드인 '기적'이 유감없이 드러난 대사.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 키워드인 '기적'이 유감없이 드러난 대사.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
주인공들은 이에 "자유로운 선택이 주체를 형성한다"는 사르트르적 실존주의로 맞선다. 이 과정에서 아리스와 케이는 각각 '이름없는 신의 대행자'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한 명의 학생'이라는 주체로 거듭나며 신의 증명 문제의 순환론적 오류, 즉 '내가 신임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모순을 지적하고 파괴한다. 개발진은 이를 '기적을 거부함으로서 기적에 도달하는 기적'으로 묘사하며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 키워드 '청춘과 기적'을 재확립한다.

두 주인공 외에도 과거를 마주하며 끝없이 반성하는 리오의 하이데거적 실존주의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는 모모이의 소크라테스 철학적 위트가 담긴 대사가 스토리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굳이 철학과 연결짓지 않아도 대화 티키타카로 서사에 활력을 불어넣은 히마리와 토키, 에이미, 아방가르드군 운전수와 전술 장비 디자이너라는 역할을 수행한 유즈와 미도리 등 어느 한 명 버려지는 캐릭터 없이 고르게 비중을 받았다.

데카그라마톤의 근원인 자판기에서 커피를 마시는 말쿠트의 모습. 여운을 남기는 연출로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데카그라마톤의 근원인 자판기에서 커피를 마시는 말쿠트의 모습. 여운을 남기는 연출로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

메인스토리 1부 최종장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엔딩 연출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주인공의 설득에 감화돼 주체성을 찾는 아인·소프·오르, 총력전 등 콘텐츠에서 보스 몬스터로 우리를 괴롭혔던 예언자들이 최후의 순간 아군으로 돌아서는 전개 등 익숙하면서도 효과적인 연출을 잘 활용했다. 최후의 전투와 이어지는 컷씬, 엔딩 송과 애니메이션 모두 적절하게 배치돼 짧지 않은 여운을 남겼다.

모든 서사가 마무리되고 데카그라마톤의 배후로 확정된 '무명사제'들의 암약, 아인·소프·오르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말쿠트'의 존재 등도 눈에 띄었다. 강력한 대척점이 될 적대자와 그들을 상대할 강력한 '조커'가 될 인물을 동시에 남겨둔 안배로 이후 이어질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강약 조절, 선생의 역할, 엔딩 후 뒷심 등 '숙제'도 남아


데카그라마톤과의 싸움을 앞두고 연출되는 컷씬.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데카그라마톤과의 싸움을 앞두고 연출되는 컷씬.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

철학적 담론을 적극 활용한 스토리라인 속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사와 연출 속 '강약'의 문제다.

데카그라마톤 편의 시작점인 초현상 '강철대륙'은 키보토스 전역을 3일 만에 흡수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서사적 묘사와 달리 실제로는 아리스·케이가 갖춘 '이름없는 신'의 힘,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과 리오가 준비한 '최신 기술'에 손쉽게 제어된다. 인게임 연출 상으로도 총력전 등을 통해 만났던 예언자 보스전과 큰 차이가 없다보니 긴장감이 다소 떨어졌다.

'선생'이라는 캐릭터의 중요성은 잘 표현됐지만, 그를 묘사하는 방식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선생'이라는 캐릭터의 중요성은 잘 표현됐지만, 그를 묘사하는 방식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

이런 상황에서 10종의 예언자의 힘을 토대로 강림한 데카그라마톤은 한순간에 주인공 일행을 쓸어버릴 정도의 강대한 힘을 발휘하고, 또 그러한 힘이 아인·소프·오르 '번제의 의식 역행'에 의해 너무나도 손쉽게 제어되는 연출이 이어진다. 위기감이나 안도감이 느껴져야 할 대목에서 '편의주의적 전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선생의 역할 또한 눈에 띄었다. 데카그라마톤의 강대한 위세에 선생은 스스로 무릎을 꿇고 '학생들의 생존'을 간청하며 무너지나, 모든 것의 끝에 이르러선 데카그라마톤을 논파하는 데 동참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보인다. '추악하게 무너진 모습까지도 긍정하는 것이 건강한 주체'라는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개발진의 의도는 이해됐으나 '키보토스와 학생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선생의 캐릭터성이 훼손된 것은 아닌지 고민을 남겼다.

데카그라마톤 편의 엔딩이 워낙 좋았던 만큼, 후일담 이벤트에서 그와 연결된 막간 스토리 컷씬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데카그라마톤 편의 엔딩이 워낙 좋았던 만큼, 후일담 이벤트에서 그와 연결된 막간 스토리 컷씬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사진=블루 아카이브 인게임 화면 캡처

데카그라마톤 편이 지난달 30일 마무리된 뒤의 후일담 이벤트 스토리 '게임개발부 청소 대작전'이 업데이트됐다. 앞선 스토리의 에필로그와 연결되는 스토리 콘텐츠가 부재해 아쉬움이 남았으나, 데카그라마톤 편의 방대한 콘텐츠와 이에 집중됐을 개발진의 역량을 고려하면 납득이 되기도 한다.

약간의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데카그라마톤 편은 서비스 4.5주년에 걸맞게 즐길 거리가 풍성한 메인스토리였다. 이후 업데이트될 2부에선 더욱 완성도 높은 서사와 연출, 각양각색의 캐릭터 매력과 재미있는 콘텐츠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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