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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구리 부족에 '미생물 채굴' 부상…폐광 위기 광산 살리나

2040년 세계 구리 공급 1000만t 부족 전망…AI·전기차·전력망 수요 급증
미국 엔돌리스, 특수 미생물로 구리 회수율 10% 이상 확대 추진…상업화 검증은 과제
2023년 3월 14일(현지시각) 몽골 고비사막에 있는 오유톨고이 구리광산에서 노천 채굴장이 펼쳐져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3월 14일(현지시각) 몽골 고비사막에 있는 오유톨고이 구리광산에서 노천 채굴장이 펼쳐져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전력망 확충으로 세계적인 구리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가운데 미생물을 이용해 기존 광산에서 구리를 더 많이 추출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광산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특수 미생물을 활용해 구리 회수율을 높이고 노후 광산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스타트업 엔돌리스와 글로벌 광산기업들이 미생물을 이용한 구리 추출기술인 '바이오리칭'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구리 광석의 평균 품위가 떨어지고 신규 광산 개발에 대한 규제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광산에서 더 많은 구리를 확보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NEF의 콰시 암포포 금속·광업 연구책임자는 “구리가 전기화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금속”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구리는 내연기관차보다 3~4배 많다.

암포포 책임자는 구리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세계 각국이 교통수단의 전기화 속도를 늦추거나 전기화를 추진하기 위해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40년 구리 1000만t 부족 전망…기존 광산 생산성 개선 시급

세계 구리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이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 세계 구리 공급 부족 규모는 1000만t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예상되는 전체 구리 수요의 약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구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설비, AI 데이터센터 등 광범위한 산업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채굴이 진행될수록 광석에 포함된 구리 함량이 낮아지면서 같은 양의 금속을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해지고 있다.

신규 광산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인허가 절차로 새로운 광산이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여러 해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광산기업들은 이미 채굴한 광석에서 회수하지 못한 구리를 추가로 추출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생물을 활용하는 바이오리칭은 이러한 기술 가운데 하나다.

◇미국 엔돌리스, 미생물 수백만 마리 투입해 구리 추출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칼로타 구리광산은 바이오리칭 기술을 이용한 생산성 개선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폴란드 광산기업 KGHM이 소유한 이 광산은 오랜 채굴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상태다.

현재 구리 생산량은 최고 수준이던 시기의 약 3분의 1에 그친다.

생산성을 높일 새로운 방법을 찾지 못하면 수억달러의 건설비가 투입된 이 광산은 2030년 이전에 폐쇄될 예정이다.

KGHM은 광산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미국 덴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엔돌리스와 협력하고 있다.

엔돌리스는 구리 추출에 특화된 미생물 수백만 마리를 콜로라도주 연구시설에서 배양한 뒤 용기에 담아 칼로타 광산으로 운반했다.

이 미생물들은 산성 환경에서 생존하면서 광석 주변의 철과 황 화합물에 작용해 구리가 분리되도록 돕는다.

엔돌리스는 광산 현장에 설치한 생물반응기에서도 미생물을 계속 배양할 계획이다.

배양한 미생물은 황산과 함께 살수시설을 통해 잘게 부순 광석 더미에 공급된다.

일부 광석 더미는 스포츠 경기장 10개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광석 내부에서 미생물과 화학물질이 반응하면서 기존 방식으로 회수하기 어려웠던 구리를 추출하는 원리다.

엔돌리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구리 회수량을 늘리는 동시에 황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황산 생산에 필요한 원료 가격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화학물질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칼로타 광산의 운영을 담당하는 브록 존스턴은 구리 생산량을 늘리면서 화학물질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면 어떤 개선이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엔돌리스는 시험이 초기 단계라는 이유로 칼로타 광산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구리를 추가 생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고온·강산성 환경에 미생물 적응…구리 회수율 10% 확대 목표

바이오리칭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약 2500년 전 중국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금속 추출 방식이 사용된 기록이 있다.

미국 과학자들은 1940년대 광물에 작용하는 특정 박테리아를 확인하면서 현대적인 바이오리칭 기술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바이오리칭 방식은 세계 광산 구리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기존 방식은 미생물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엔돌리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한 환경에서도 구리 추출 능력을 유지하는 미생물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미생물을 높은 온도와 강한 산성, 독성 물질에 노출해 실제 광산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한다.

리즈 데닛 엔돌리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과정을 운동선수의 훈련에 비유했다.

그는 미생물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최상의 상태로 만든 뒤 광산에 투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엔돌리스의 또 다른 특징은 하나의 박테리아 균주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 종류에서 수십 종류에 이르는 미생물을 조합해 생존율과 구리 추출 성능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광산기업이 광석 시료를 제공하면 연구진은 여러 미생물 조합을 선택한 뒤 실제 광산의 추출 조건을 모방한 시험장치에서 성능을 비교한다.

몇 달에 걸친 실험을 통해 가장 많은 구리를 추출하는 조합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엔돌리스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저품위 광석에서 회수하는 구리의 양을 최소 10% 추가로 늘리는 것을 일반적인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는 개별 광산에서 달성한 실적이 아니라 회사가 설정한 기술 개발 목표다.

◇벤처투자 306억원 유치…BHP·리오틴토와 기술 평가

엔돌리스는 2023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지금까지 약 2300만달러(약 306억원)의 벤처투자를 유치했다.

주요 투자자로는 스콰드라벤처스, 드레이퍼어소시에이츠, 컬래버러티브펀드 등이 있다.

세계적인 광산기업 BHP와 리오틴토도 엔돌리스와 협력해 기술을 평가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기존 광산에서 구리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제티리소시스는 추출하기 어려운 황화광석을 처리하기 위한 화학 촉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주리주의 에머슨일렉트릭은 스마트 센서와 자동화 기술을 이용해 기존 광석 침출설비를 개선하고 있다.

영국·호주계 광산기업 리오틴토의 자회사 뉴톤도 자체 미생물 기반 구리 추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리오틴토는 올해 초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한 구리를 미국 아마존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광산업계가 신규 광산 개발뿐 아니라 기존 광산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DNA 분석·AI 활용으로 미생물 관리 고도화…현장 검증이 관건

바이오리칭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은 유전자 분석과 AI 기술이다.

과거에는 광석 더미 깊숙한 곳에서 미생물이 광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엔돌리스의 기술·운영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틴 그린은 2000년대 미국 광산기업 프리포트맥모란에서 바이오리칭 실험을 수행할 당시 미생물의 활동을 분석하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최근 DNA 염기서열 분석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으로 연구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몇 달이 걸리던 실험실 분석 결과를 이제는 24시간 안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도 대규모 실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최적의 미생물 조합을 찾는 데 활용되고 있다.

엔돌리스는 이러한 분석기술을 이용해 광석 더미 내부의 온도와 산성도 변화에 맞춰 미생물 조합을 조정하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미생물의 활동을 정밀하게 통제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콜로라도광산대학의 바이오리칭 전문가인 이재헌 부교수는 상업용 광석 침출시설이 자체적인 특성을 가진 복잡한 시스템이라며 광석 더미 내부의 조건을 통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엔돌리스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환경 조건을 통제할 수 있지만 야외 광산에서는 기온과 강우, 광석의 특성 등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칼로타 광산에서 진행할 상업 규모의 현장 시험이 기술의 실제 효용을 판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데닛 CEO는 기술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사업 발전의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광산마다 광석 성질 달라…경제성·환경 영향 검증 필요

미생물 추출기술이 실제 광산에서 성공하더라도 이를 다른 광산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산마다 광석의 광물 구성과 화학적 성질, 미생물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미생물 조합이라도 광산의 조건에 따라 구리 추출 효율이 달라질 수 있다.

블룸버그NEF의 암포포 책임자는 서로 다른 광산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 높은 바이오리칭 기술을 찾는 것이 업계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경제성도 검증이 필요하다.

엔돌리스는 광산 운영업체에 미생물 솔루션과 현장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데닛 CEO는 이 기술을 도입한 광산이 투자비를 1년 이내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규모 상업시설에서 실제 경제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환경적 영향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광산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금속을 더 많이 추출하는 방식이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것보다 탄소배출과 생태계 훼손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생물반응기에서 미생물을 대량 배양하는 과정까지 포함한 전체 환경적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GHM은 칼로타 광산의 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 다른 광산에도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구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가운데 광산업계가 기존 생산방식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생물 채굴기술이 이러한 변화의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진행될 상업 규모의 현장 시험 결과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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