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AI 데이터센터 47곳 공사 중단… 번스타인 "계획 사업 중 35%만 실현 가능"
- 코어위브 주가 25% 급락·SB에너지 상장 연기… 신흥 클라우드 자금난 가속
- 고대역폭메모리·변압기 납품 주기 영향 촉각… 美 송전망 허가와 금리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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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미국에서 공격적으로 추진되던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 가운데 최소 47건이 자금 경색과 송전망 규제에 걸려 공사를 멈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26년 10월 18일(현지시각) 규제 정보 분석업체 레그레이어와 투자은행 번스타인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국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현장에 심각한 공기 지연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프라 확충에 제동이 걸리면서 고대역폭메모리와 전력 인프라 기기를 대거 공급해 온 한국 가치사슬 전반에도 납기 일정 영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제와 자금난에 가로막힌 47개 대형 사업장
컴퓨팅 역량을 선점하려던 북미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경제 법칙의 한계에 부딪혔다.
레그레이어 집계에 따르면 2026년 들어 미국 내 대형 프로젝트 가운데 최소 47개가 일정을 미루거나 계획을 철회했다. 레그레이어는 이 수치가 대형 사업장만을 집계한 보수적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미국 내에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 파이프라인 가운데 실현이 가능한 비율을 약 35% 수준으로 추산했다.
지역사회의 반발과 전력 계통 연계 제한도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미국 전역에서 1000곳이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대한 잠정 유예나 제한 조치를 도입하려 시도했다. 미국 전력 규제 당국 역시 자체 발전 방안을 확보하지 못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송전망 연결 승인을 내주지 않는 분위기다.
오픈AI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맞춰 추진하던 5000억 달러(약 668조 9000억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인프라 구축 사업도 일정 차질을 겪고 있다. 오라클이 건설을 담당하는 다수 사이트에서 일정이 연기됐고 오픈AI 내부에서는 사친 카티 컴퓨팅 부문 총괄을 포함한 핵심 경영진이 회사를 떠났다.
신흥 클라우드 채권 급락과 줄 잇는 상장 보류
데이터센터 확장을 주도해 온 신흥 클라우드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은 흔들리고 있다.
신생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 주가는 일주일 사이에 약 25% 떨어졌다. 코어위브가 발행한 무담보 채권 하나가 부실채권 영역으로 떨어졌고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 부지에 조달된 11억 달러(약 1조 4715억 8000만 원) 규모 채권 가격도 발행 3주 만에 약 5% 하락했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 계획도 잇따라 늦춰졌다.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있는 에스비에너지는 500억 달러(약 66조 8900억 원) 기업가치로 추진하던 기업공개 계획을 미뤘다. 에스비에너지는 오픈AI로부터 수주한 4300억 달러(약 575조 2540억 원) 규모 미래 계약을 채우기 위해 1740억 달러(약 232조 7772억 원)의 자본이 필요한 처지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엔스케일도 350억 달러(약 46조 8230억 원) 가치를 목표로 뉴욕 증시 상장을 노렸으나 시장 불안으로 연내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엔스케일이 현재 가동하는 첨단 인공지능 칩은 2만 5000개로 최종 목표인 50만 개의 5% 수준에 그친다.
네비우스 최고경영자 아르카디 볼로즈 역시 5기가와트 설비 구축에 2500억 달러(약 334조 4500억 원)가 소요되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자금은 약 2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다만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지난 10월 14일 런던 행사에서 1년 만에 영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후보로 성장한 엔스케일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시장의 비관론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주요 고객사인 앤트로픽은 엔스케일과 맺은 450억 달러(약 60조 2010억 원) 계약에 대해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파기할 수 있는 해지 조건을 쥐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에서 데이터센터로 업종을 넓힌 사이퍼도 플루이드스택과의 설계 변경 등으로 발생한 초기 비용 초과분 3억 5900만 달러(약 4802억 7020만 원)를 부담하고 텍사스 부지 납기를 늦췄다.
사이퍼는 이에 수반되는 7억 5000만 달러(약 1조 335억 원)의 추가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8억 5000만 달러(약 1조 1371억 3000만 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한국 반도체와 전력기기 산업의 납기 일정 영향
미국 데이터센터의 준공 연기는 장비 공급 사슬을 타고 한국 첨단 부품 업계의 인도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는 북미 빅테크의 서버 확충 속도와 맞물려 움직인다. 데이터센터 완공이 늦어지면 인공지능 가속기 설치 주기가 늘어지고, 이는 가속기에 장착되는 고대역폭메모리의 납품 일정 조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개별 고객사와의 공급 계약 세부 물량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계획 사업장의 35%만 완공되는 인프라 정체 국면이 이어질 경우 중장기 공급망 일정에 유연한 대처가 요구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을 수출하는 중전기기 제조사 역시 현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북미 데이터센터 변전소 구축 프로젝트 수주를 다수 확보해 둔 상태다. 현지 송전망 연결 승인이 늦어져 착공이 지연되면 확정된 수주 잔고의 기자재 인도와 정산 시점이 순연될 여지가 있다. 각 사별 세부 공급 일정 조정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공급망 일정의 정상화 여부는 미국 부채 시장의 금리 안정과 주정부 규제 당국의 인허가 속도에 연동돼 있다. 채권 발행 비용이 낮아지고 전력망 계통 연계 인허가가 풀려 공사가 재개되면 데이터센터 증설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부품 납기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