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월가 AI 거품 경고 확산에도 하워드 막스 "아직 단정 일러"

닷컴버블 당시 대형 기술주 PER 65배·현재 23배…기업 이익 기대에 평가 부담 완화
실러 PER 41배로 역대 최고치 근접…부채 급증·시장 쏠림은 위험 신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공동회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공동회장. 사진=로이터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투자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월가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공동회장은 아직 전형적인 거품이 형성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술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 닷컴버블 당시와 비교하면 기업가치 평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투자자들도 거품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레이 달리오, 마이클 노보그라츠 등 유명 투자자들이 AI 주도 증시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막스 공동회장은 현재 시장이 명백한 거품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AI 관련주의 급격한 가격 변동은 거품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나스닥100지수는 이달 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지난주에는 5.5% 하락했다. AI 투자 열풍에 대한 기대와 고평가 우려가 충돌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시장의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들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닷컴버블 당시 PER 65배…현재 대형 기술주는 23배

현재 증시와 2000년 닷컴버블 당시를 비교할 때 두드러지는 차이는 대형 기술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0년 증시가 정점을 기록하기 한 달 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내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술주의 평균 선행 PER은 약 65배였다.

반면 현재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술주의 평균 선행 PER은 약 23배에 그친다.

선행 PER은 주가를 향후 예상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로, 기업의 미래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올해 미국 주요 기술주의 주가가 상승했음에도 S&P500과 나스닥100의 선행 PER은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이 주요 기업들의 향후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 부담을 일부 상쇄했기 때문이다.

막스 공동회장은 전통적인 PER만 보면 현재 시장이 전형적인 거품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거 10년간의 이익을 기준으로 주가 수준을 평가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실러 PER 41배…1999년 최고치 44배에 근접

일부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표는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이다.

실러 PER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표는 주가를 과거 10년간의 물가조정 평균 이익과 비교해 시장의 장기적인 고평가 여부를 판단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실러 PER은 약 41배로 1999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 44배에 근접했다.

데이터트렉리서치 공동창업자인 니컬러스 콜라스는 이 지표를 최근 시장에서 회자되는 가장 우려스러운 기업가치 평가 차트라고 표현했다.

대형 기술주에 대한 시장 집중도 역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시가총액 상위 3개 기업인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다.

1999년 10월에는 같은 비중에 도달하려면 약 1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쳐야 했다.

이는 현재 미국 증시가 소수 대형 기술주의 실적과 주가 움직임에 과거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시장 집중이 거품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부채 급증…반도체 기업의 자금 지원도 우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AI 관련 기업들의 막대한 차입과 투자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클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 시장전략가는 대형 기술주의 PER이 낮아진 현상을 반드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 대규모 부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들의 차입이 급격히 증가하면 투자자들이 위험을 반영해 해당 기업에 부여하는 평가배수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산업 내부의 순환적인 자금조달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일부 반도체 기업이 자사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자금조달을 지원하면서 AI 인프라 수요가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오루크 전략가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자사 제품 구매를 사실상 지원해야 할 정도로 공급자 금융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대규모 AI 설비투자를 통해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이러한 투자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신용시장에서도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의 주가는 올해 1월부터 5월 초까지 거의 두 배로 올랐지만 최근 급락으로 연초 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다.

동시에 회사채 수익률도 상승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브라이언 레이놀즈 레이놀즈스트래티지 수석 시장전략가는 과거 금융시장의 상승 국면이 끝나는 과정에서 신용시장 문제가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증거금 추가 납입 요구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워드 막스 "투자자들이 위험 인식…전형적 거품과 달라"

막스 공동회장이 현재 시장을 명백한 거품으로 판단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투자자들의 심리다.

그는 거품의 주요 특징으로 비이성적인 낙관과 무모한 위험 감수, 위험에 대한 무감각을 꼽았다.

투자 열기가 극단적으로 높아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뒤처졌다고 느끼는 상황도 거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는 AI 거품에 관한 경고와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스 공동회장은 투자자들이 기술주 상승세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현상은 나타나지만 위험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특정 시장에 거품이 형성됐는지 신중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 실제 거품이 존재하더라도 어느 정도 억제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전반적인 투자심리도 일방적인 낙관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미국 증시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중간선거 불확실성, 이란 전쟁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여러 차례 하락했다.

나스닥100지수도 반복적인 조정을 거쳤으며 한때 10% 하락하는 조정 국면을 경험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의 위험 경계심이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AI 기술 성공해도 주식 투자에서는 거품 발생 가능"

시장 일각에서는 AI 산업의 기술적 성공 가능성과 관련 기업의 주식 투자 성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루크 전략가는 과거 인터넷 산업의 성장 사례를 거론하며 새로운 기술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더라도 주식시장에서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혁신적인 기술의 성장 가능성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 기업의 미래 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순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산업의 성장에 대한 낙관이 기업공개(IPO)와 신주 발행을 확대하고 이후 금리 상승과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시장 상승세가 반전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막스 공동회장 역시 현재 시장에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거품을 판단하는 지표들이 서로 엇갈리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수준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AI 관련주의 높은 집중도와 부채 증가, 신용시장 불안이 위험 신호로 나타나는 반면 대형 기술주의 선행 PER과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과거 닷컴버블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