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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4700억 털고 나간 인도양 길목, 美 230억 소프트웨어로 깃발 꽂았다

- 美 정부, 콜롬보항 단일창구·운영망 디지털 체계 구축에 1700만 달러 투입 결정
- 中 초상국항만 3억 5000만 달러 물류 단지 무산… 항만청과 합의금 2200만 달러 정리
- 상반기 물동량 12% 늘어난 인도양 허브… 한국 원양선사 대기 시간과 항로 선택 시험대
미국 정부가 2026년 10월 18일(현지시각) 남아시아 최고 환적 요충지인 스리랑카 콜롬보항의 디지털 운영체계를 현대화하기 위해 17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4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부가 2026년 10월 18일(현지시각) 남아시아 최고 환적 요충지인 스리랑카 콜롬보항의 디지털 운영체계를 현대화하기 위해 17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이미지=제미나이4

미국 정부가 2026년 10월 18일(현지시각) 남아시아 최고 환적 요충지인 스리랑카 콜롬보항의 디지털 운영체계를 현대화하기 위해 1700만 달러(약 227억 4260만 원)를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미국 해양 전문 매체 더 마리타임 익스큐티브는 같은 날 중국 국영 초상국항만(CM Ports)이 3억 5000만 달러(약 4682억 3000만 원) 규모로 추진하던 콜롬보 물류 허브 합작 사업을 최종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거대한 하드웨어 시설을 앞세우던 중국 자본이 물러난 자리를 미국이 통관과 운영 소프트웨어 표준으로 파고들면서, 인도양 무역로를 오가는 글로벌 해운 판세에 새로운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벽 부딪힌 500만 평방피트 대형 단지와 미국의 전산망 침투

에릭 마이어 주스리랑카 미국 대사는 콜롬보항을 찾아 스리랑카 항만청과 함께 진행하는 디지털 인프라 고도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지원금은 해양 단일창구와 항만 커뮤니티 전산망을 연계 구축하는 데 쓰인다. 선박 입출항 수속과 화물 통관 데이터를 하나의 전자 표준으로 묶어 행정 지연을 줄이는 방식이다.

마이어 대사는 해마다 50만 개가 넘는 미국 수출입 컨테이너가 이곳을 지난다며, 통과 유동 속도가 빨라지면 미국 기업의 물류비용 부담을 덜고 미국 기술 기업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이와 대조를 이루며 중국 국영 초상국항만은 서남아 콜롬보 물류 허브(SACLH) 합작 법인 철수를 결정했다. 초상국항만은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에서 외부 환경 변화와 공사 일정 조정에 따라 계약을 종결하는 편이 당사자 이해관계에 가장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알렸다.

스리랑카 항만청은 계약 해지 합의에 따라 민간 파트너단에 2200만 달러(약 294억 3160만 원)를 정산금으로 지급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초 500만 평방피트 부지에 대형 물류 창고를 세워 상시 일자리 1800개를 만들려던 구상은 현지 언론 세이론 투데이가 1월 지목한 소송전과 토지 인허가 장벽을 넘지 못한 채 멈춰 섰다.

세계 20대 항만 도약과 300억 달러 화물 통제권


콜롬보항은 동서 간선 항로의 중심에 자리 잡아 인도 수출입 화물의 절반 이상을 환적 처리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2026년 상반기 화물 처리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하며 올해 세계 20대 항만 반열에 올랐다.

최근 서부 국제 터미널 2단계 확장이 끝나면서 연간 화물 수용 능력은 320만 티이유(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단위)로 늘어났다. 스리랑카 당국은 2028년까지 항만 전체 처리량을 1300만 티이유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서부 터미널이 이 물량의 4분의 1을 감당한다.

미국 경제에도 콜롬보항의 가치는 막대하다. 콜롬보항이 취급하는 미국 연계 화물 가치는 연간 300억 달러(약 40조 1340억 원)에 달하며, 미국은 스리랑카 의류 수출의 최대 시장으로 지난해 교역액만 19억 5000만 달러(약 2조 6087억 원)를 기록했다.

안보 영역에서도 미 해군과 스리랑카군은 2026년 7월 제6차 카랏(CARAT) 연합 훈련을 치렀다. 앞서 2023년 미국 개발금융공사(DFC)가 인도 아다니 그룹의 터미널 조성에 5억 5000만 달러(약 7357억 9000만 원) 대출을 집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두뇌에 해당하는 운영 체계까지 손을 뻗치며 중국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국적 원양선사의 서남아 환적망과 인도 직기항 변수


콜롬보항의 전자 통관 표준화는 인도 및 서남아 연계 항로를 운항하며 환적 거점으로 콜롬보를 활용하는 HMM 등 한국 원양 해운업계의 정시성 확보와 맞물린다. 입출항 서류 수속과 터미널 간 화물 데이터 공유가 단일 전산망으로 일원화될 경우 서류 병목에 따른 선박 대기 부담을 덜고 운항 일정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항만 운영 주체 간의 역학 구도는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초상국항만이 물류 단지에서는 손을 뗐으나, 수심 18미터 심수 선석을 갖춘 남부 터미널 운영권은 여전히 쥐고 있다. 미국 기술 기반의 통관 플랫폼과 중국계 터미널 시스템이 맞물리는 과정에서 운영상 마찰이나 데이터 호환 문제가 불거질 여지는 남아 있다.

인도가 콜롬보 의존도를 줄이고자 남부 비진잠 심해 터미널 확충을 밀어붙이는 흐름도 주요 관찰 대상이다. 인도 배후 화물이 자국 심수항으로 직접 기항하기 시작하면 콜롬보항의 전체 환적 운임 구조와 피더 네트워크가 재편될 수 있다.

한국 해운업계는 콜롬보항의 디지털 통관 도입에 맞춘 선박 운항 스케줄을 점검하는 한편, 인도 직항로 비중 확대를 함께 저울질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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