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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로픽, IPO 앞두고 ‘성장 지속성’ 시험대…오픈AI·저가 AI 압박

연환산 매출 650억달러→연말 1200억달러 전망…상장 후 가치 1.5조~4조달러로 투자자 평가 크게 갈려
앤스로픽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앤스로픽 로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기록적인 매출 증가세를 앞세워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장 이후에도 지금의 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놓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오픈AI의 재부상과 값싼 오픈모델 확산, 고객들의 모델 갈아타기가 쉬워지면서 AI 모델 시장에서 본격적인 가격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첨단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안전 논쟁까지 겹치면서 앤스로픽의 향후 기업가치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평가도 크게 갈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앤스로픽의 연환산 매출이 지난 7월 650억달러(약 90조2850억원)까지 급증했고 투자자들은 연말에는 1200억달러(약 166조68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IPO 이후에도 이런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환산 매출은 최근 매출 흐름을 1년치로 환산한 지표로 실제 1년 동안 거둔 매출과는 다르다. 앤스로픽은 현재 9650억달러(약 1340조38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FT가 접촉한 투자자들은 상장 후 기업가치를 1조5000억~4조달러(약 2083조5000억~5556조원)로 예상했다.

최저치와 최고치 사이에 2조5000억달러(약 3472조5000억원)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앤스로픽의 성장 지속 가능성을 놓고 상당히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FT는 해석했다.

◇GPT 5.6 이후 오픈AI 다시 추월

가장 큰 변수는 오픈AI의 반격이라는 지적이다.
AI 모델 플랫폼 오픈라우터 자료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 7월 GPT 5.6을 출시한 이후 고객 지출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주간 지출 기준으로 2년 반여 만에 처음 앤스로픽을 넘어섰다.

오픈AI는 이달 출시한 아스트라를 현재 사용 가능한 최고 성능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픈AI는 자체 IPO를 미룬 가운데 투자자들과 기업가치 1조2000억달러(약 1666조8000억원) 수준의 신규 자금조달을 초기 논의 중이다.

앤스로픽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경쟁 상대가 오픈AI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개변수가 공개돼 이용자가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는 오픈모델이 빠르게 성능 격차를 좁히고 있다.

딥시크, 문샷 등 중국 AI 업체와 메타가 개발한 비교적 저렴한 모델들이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최첨단 폐쇄형 모델에 가까운 성능을 내면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모든 업무에 가장 비싼 최고 성능 모델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기업결제업체 램프는 업무에 따라 여러 AI 업체의 모델을 바꿔 사용하면서 AI 지출을 40% 줄였다.

AI 모델을 자동으로 선택하는 ‘라우터’ 기술이 확산되면서 고객이 하나의 AI 업체에 묶이는 효과도 약해지고 있다.

램프 공동창업자 에릭 글라이먼은 “고성능 모델이 필요하지 않은 작업에는 값싼 모델을 사용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AI 업체 간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가격경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도 경쟁이 심화하면 AI 모델 자체가 점차 범용상품처럼 변하고 이용자들은 성능 대비 가격이 가장 좋은 모델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앤스로픽 고객 충성도는 오픈AI 앞서

다만 앤스로픽이 경쟁업체보다 고객을 오래 붙잡아두고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나타났다.

오픈라우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앤스로픽 모델을 처음 사용한 고객 가운데 12개월 뒤에도 계속 사용하는 비율은 22.5%였다.

오픈AI는 약 13.2%에 그쳤다.

단순한 고객 유입뿐 아니라 기업과 개발자가 앤스로픽 모델을 실제 업무에 정착시키는 비율에서는 앤스로픽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AI 시장 전체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AI 질의를 구성하는 데이터 단위인 토큰 사용량은 지난해 초 이후 250배 증가했다.

앤스로픽과 오픈AI 모두 챗봇에서 출발해 코딩과 기업 업무 자동화 등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면서 시장을 확대해왔다.

앤드리슨호로위츠 출신으로 앤스로픽에 투자한 마이크 파울루스는 AI 산업 자체가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확립할 경우 앤스로픽이 그 중심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어떤 시장에서도 오픈AI와 기존 기술기업, 오픈모델 업체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독점적인 지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AI 안전’도 투자자에게 양날의 검

AI 안전 문제도 앤스로픽의 상장 후 성장성을 판단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앤스로픽을 떠나는 한 연구원은 첨단 AI가 인류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도 이후 최첨단 AI 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AI 업체들이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 속도를 낮추면 앤스로픽은 대규모 모델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면 경쟁업체, 특히 중국 AI 기업에 기술 격차를 좁힐 시간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앤스로픽이 안전을 위해 개발 속도를 늦추는 동안 경쟁사들이 더 빠른 속도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 현재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앤스로픽 매출이 일부 대형 고객과 클라우드 사업자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도 주시하고 있다.

◇폭발적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IPO 관건

앤스로픽과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을 합치면 이미 1000억달러(약 138조9000억원)를 넘어선다.

그러나 AI 시장이 지금처럼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장기적으로 어떤 업체가 높은 가격과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고민이다.

특히 값싼 모델의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고 기업들이 업무별로 서로 다른 모델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고객에게 계속 전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과거 높은 전환비용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던 전통 소프트웨어 업체와 생성형 AI 기업이 같은 사업 구조를 가질 수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이기도 하다.

앤스로픽의 현재 연환산 매출 650억달러는 세계 기업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성장 속도를 나타내지만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평가해야 할 것은 이미 달성한 매출 규모만이 아니다.

연말 1200억달러라는 매출 전망을 실현하고 오픈AI와 저가 오픈모델의 추격 속에서도 높은 고객 유지율과 가격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FT는 앤스로픽의 IPO 후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상이 1조5000억달러에서 4조달러까지 크게 벌어진 것은 바로 이 같은 성장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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