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엔화 3% 상승과 일본 금리 급등...수십 년 조달 통화 지위 흔들려
스위스 프랑 조달 수익률 14%...엔화 차입 호주달러 매수 7월 후 1.3% 손실
러셀·JP모건 차입 통화 다변화 권고...한국 원화 환율 변동성 연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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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수십 년간 글로벌 자금의 핵심 차입 기지 역할을 해온 엔화의 자금 조달 매력이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공식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16일 일본의 가파른 채권 금리 상승과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여파로 스위스 프랑과 스웨덴 크로나가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엔화 강세와 조달 매력 퇴조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시장에서 수십 년간 굳건했던 엔화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엔화 가치는 이달 들어 달러화 대비 약 3% 절상됐고, 당국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이 단행된 7월에도 비슷한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일본의 2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통화 긴축 기대가 번지며 올해 2배 넘게 치솟았다. 일본 은행의 금리 정상화 발걸음과 정부의 엔저 방어 의지가 맞물리면서 차입 비용 상승 압박이 가중된 결과다.
러셀인베스트먼트의 반 루 채권·외환 솔루션 글로벌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캐리 거래를 원하고 있으나 어느 통화로 자금을 조달할지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일본 당국이 올해 두 차례 시장 개입을 단행해 금리 인상 대비 신호를 보내면서 사실상 엔고를 바란다는 방침을 명확히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차입 비용 상승과 환차손 위험이 동시에 커지자 큰손들이 엔화 엑소더스를 준비하고 있다.
프랑·크로나 대체와 수익률
러셀인베스트먼트와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는 스위스 프랑을 유력 대안으로 꼽았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수출 기업 지원을 위해 자국 통화 약세를 용인하며 2027년 말까지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에 묶어둘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깔려 있어서다. 스위스 프랑은 달러화 대비 1% 넘게, 엔화 대비 4% 넘게 떨어지며 차입 매력을 키웠다.
투자 수익률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엔화를 빌려 주요 10개국(G10) 가운데 최고 금리인 호주달러를 매수한 포지션은 7월 이후 1.3%의 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 9%의 이익을 안겨줬던 거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스위스 프랑을 조달 통화로 활용한 캐리 거래는 연초 이후 총 14%의 누적 수익률을 거뒀다.
TJM런던의 닐 존스 매니징디렉터는 프랑을 팔고 엔을 사는 흐름은 조달 통화 판도의 장기 구조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제이피모건의 미라 찬단 글로벌 외환전략 공동책임자는 미국 연준의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을 전제로, 금리가 낮고 경기에 민감한 스웨덴 크로나와 캐나다달러 매도를 추천했다.
다만 알리안츠GI의 그레그 힐트 최고투자책임자는 프랑화가 안전자산 성격을 지닌 만큼 유럽 정치 분쟁이 터질 경우 차입자에게 되레 환차손을 안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리 청산과 한국 외환시장
글로벌 헤지펀드의 차입 통화 교체와 엔 캐리 되감기 움직임은 한국 금융시장과 외환 당국에도 직접 파급 효과를 미친다.
엔화 조달 매력 약화로 자금 청산이 일어나면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되어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차익 실현 매도를 유발하는 경로를 형성한다. 엔화 강세로 원/엔 재정환율이 오르면 일본 수출 기업과의 경합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글로벌 유동성 재편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덩달아 확대되는 부담을 안긴다.
올가을에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발표와 스위스 중앙은행의 금리 경로에 따라 통화별 캐리 자금 이동 속도가 가려질 전망이다. 나아가 프랑과 크로나로 조달 다변화가 안착하면 국제 금융시장 안정 시나리오가 힘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중동 분쟁 격화로 스위스 프랑이 급등하거나 일본 금리가 추가 폭등하면 이 차입 다변화 시나리오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외환시장 분석 전문가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 통화가 스위스 프랑과 스칸디나비아 통화로 분산되는 현상은 글로벌 탈엔화 유동성 재편의 신호탄"이라며 "차입 통화의 환율 변동성에 따라 아시아 신흥국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어 포트폴리오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