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바타로 과거 발언 재구성…테슬라·X·정치 영향력 추적
FT “통제받지 않는 부와 권력에 대한 경고…갈수록 공포영화 같아”
FT “통제받지 않는 부와 권력에 대한 경고…갈수록 공포영화 같아”
이미지 확대보기일론 머스크의 IT기업가로서의 성공에서 소셜미디어와 정치권으로 확장된 막대한 영향력까지 약 4시간에 걸쳐 추적한 다큐멘터리 ‘머스크(Musk)’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 알렉스 기브니의 신작으로 머스크의 직접 인터뷰 없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머스크의 디지털 아바타와 과거 실제 발언, 전·현직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결합해 그의 삶과 권력이 확대돼온 과정을 되짚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가 8일(이하 현지시각)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며 작품이 한 기업가의 전기에서 출발해 통제받지 않는 부와 권력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는 영화로 전개된다고 9일 보도했다.
FT는 거의 4시간에 이르는 작품이 방대한 내용을 담아내면서도 관람이 만만치 않은 영화라며 후반으로 갈수록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경고의 성격이 강해진다고 평가했다.
◇“비방용 영화” 선공한 머스크…본인은 인터뷰 거부
FT에 따르면 머스크와 기브니 감독의 신경전은 영화가 완성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23년 제작 계획이 알려지자 머스크는 완성된 작품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비방용 작품’이라고 규정했다. 이후 기브니 감독을 직접 공격하는 글도 올렸다.
기브니 감독은 사이언톨로지, 성직자 성범죄, 러시아 신흥재벌 등 권력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주제를 다큐멘터리로 다뤄온 인물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정작 머스크 본인의 인터뷰는 확보하지 못했다.
제작진은 대신 AI로 머스크의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었다. 영화 속 AI 머스크는 실제 머스크가 과거 인터뷰 등에서 했던 발언을 전달하며 실제 영상과 교차해 등장한다.
FT는 실제 머스크보다 AI로 재현한 머스크에게 오히려 친근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다음달 16일 미국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우주·전기차 성공에서 테슬라 사고까지
영화 초반부는 머스크가 컴퓨터에 몰두하던 청년에서 세계적인 기술기업가로 성장한 과정을 빠르게 따라간다.
우주 개발과 화성 식민지 건설에 대한 그의 오랜 관심,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추진한 과정도 담겼다.
그러나 분위기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다루면서 바뀐다.
영화는 머스크가 과거 자율주행 문제가 사실상 해결됐다는 취지로 자신감을 나타냈던 발언과 실제 교통사고 영상·사진을 대비시킨다.
2019년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이 작동하던 차량과 관련해 발생한 보행자 사망 사고도 작품에서 다뤄진다.
이를 통해 영화는 머스크가 제시해온 기술적 비전과 현실에서 발생한 결과 사이의 간극을 부각한다.
가족과 가까웠던 인물들의 증언도 등장한다.
첫 번째 부인 저스틴 머스크가 직접 인터뷰에 참여했고 머스크와 자녀를 둔 애슐리 세인트클레어도 출연해 머스크의 사생활과 자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트위터 인수 뒤 정치권력으로 시선 이동
영화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초점은 기업가 머스크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머스크로 이동한다.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뒤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과정은 비디오게임을 연상시키는 화면으로 표현된다.
머스크의 디지털 캐릭터가 트위터 본사 안을 돌아다니면서 인력이 줄어드는 모습을 게임 점수처럼 표시하고 당시 직원들이 감원 과정을 회고한다.
이후 영화는 머스크가 이른바 ‘워크 마인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 과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손잡게 된 흐름으로 넘어간다.
정부효율부(DOGE)를 주도하며 정부기관과 예산을 대폭 줄인 과정도 주요 소재다.
특히 영화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지원 중단에 따른 인명 피해 추산치를 제시하며 행정 효율화를 내세운 정책이 실제 사람들에게 어떤 결과를 미칠 수 있는지를 부각한다.
영화가 인용한 추산에 따르면 USAID 지원 축소로 향후 사망할 수 있는 사람이 140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450만명은 5세 미만 어린이다.
이는 기브니 감독의 영화가 제시하는 추산으로 미국 정부의 공식 집계는 아니다.
◇머스크의 선거 영향력 가능성까지 제기
영화는 머스크의 영향력이 미국을 넘어 다른 나라의 정치에도 확대됐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머스크가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 집회에서 연설한 장면도 등장한다.
FT가 이번 작품에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문제 제기로 꼽은 부분은 미국 선거에 미칠 수 있는 머스크의 영향력이다.
다큐멘터리는 DOGE 관계자들이 유권자 관련 데이터에 광범위하게 접근한 점과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1만개가 넘는 위성망을 운영한다는 점을 들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영화는 선거 개입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확인한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에 주목하며 올해 미국 중간선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머스크를 잘 아는 인물들의 증언을 종합해 영화가 그리는 인물상은 거액을 거는 승부를 반복하면서도 계속 성공해온 ‘고위험 도박사’에 가깝다.
머스크의 아버지 에롤 머스크도 영화에서 아들에게 맞서 내기를 걸면 패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다.
◇FT “나무 아닌 숲 보려는 4시간”
기브니 감독은 8일 기자회견에서 소셜미디어의 끊임없는 짧은 게시물과 24시간 뉴스에 둘러싸인 시대에 개별 사건인 ‘나무’가 아니라 전체적인 ‘숲’을 보여주려 한 것이 이번 작품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큐멘터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성장, 자율주행 논란, 가족관계, 트위터 인수, 트럼프와의 정치적 동맹, DOGE 활동을 하나로 연결해 머스크의 영향력이 어떻게 확장됐는지를 그린다.
FT는 작품에 완전히 새로운 사실이 많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대신 그동안 개별적으로 알려졌던 사건들을 약 4시간에 걸쳐 연결하면서 한 개인에게 부와 기술, 미디어, 정치적 영향력이 집중되는 상황 자체를 문제로 제시한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기브니 감독의 ‘머스크’가 결국 겨냥하는 대상도 머스크라는 한 개인의 기행이나 사생활보다는 견제받지 않는 막대한 부와 권력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영화에 출연한 세인트클레어는 베니스 기자회견에서 머스크가 사회의 분열을 의도적으로 키우고 있으며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취지로 경고했다.
FT는 작품이 진행될수록 한 인물의 전기라기보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초래할 위험을 다룬 공포영화에 가까워진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