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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뺀 스마트안경, AI 웨어러블 대안 부상

이븐리얼리티스 G2, 번역·회의 보조·길안내 집중…휴대전화 의존도는 한계
이븐리얼리티스의 G2 스마트 안경. 사진=이븐리얼리티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븐리얼리티스의 G2 스마트 안경. 사진=이븐리얼리티스

카메라를 뺀 스마트안경이 AI 웨어러블 시장의 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안경을 둘러싸고 촬영과 녹음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계 스타트업 이븐리얼리티스가 사생활 침해 우려를 낮추고 번역, 회의 보조, 길안내 같은 생산성 기능에 집중한 G2 스마트안경을 내놔 이목을 끌고 있다고 테크크런치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테크크런치는 “이븐리얼리티스의 G2 스마트안경은 메타플랫폼스의 카메라 탑재형 스마트안경과 다른 방향을 택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이 제품에는 카메라도 스피커도 없다. 대신 렌즈 안쪽에 단색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띄워 일정, 알림, 번역문, 길안내 정보를 보여준다.

이븐리얼리티스는 주변 사람이 몰래 촬영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줄이는 대신 업무 효율과 정보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안경이 일상 기록 장치가 아니라 회의와 이동, 발표를 돕는 보조 화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카메라 없는 스마트안경

현재 스마트안경 시장의 중심에는 메타 레이밴 같은 카메라 탑재형 제품이 있다. 사용자는 안경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음성비서를 호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기는 항상 촬영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사생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븐리얼리티스 G2는 정반대 접근을 택했다. 이 제품은 녹색 단색 화면을 렌즈 안에 띄우는 네온식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카메라와 스피커를 없애 촬영 기능을 포기했고, 정보를 눈앞에 띄우는 기능만 남겼다.

G2는 이 회사의 두 번째 스마트안경이다. 전작 G1보다 화면 밝기는 1000니트에서 1200니트로 높아졌고, 디스플레이 영역은 75% 커졌다. 화면 주사율도 20Hz에서 60Hz로 개선됐다. 마이크는 2개에서 4개로 늘었다.

무게는 35g으로 비교적 가볍다. 안경테는 마그네슘 합금, 안경다리는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됐다. 렌즈에는 자외선 차단 기능도 들어가 있어 일반 안경처럼 바깥에서 착용하기에도 무리가 적다.

◇번역·회의·발표에 초점

G2의 주요 기능은 생산성에 맞춰져 있다.

사용자는 안경다리 부분을 터치해 화면을 깨우고 일정, 주식, 주요 뉴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길게 누르면 알림함, 번역, 대화 보조, 텔레프롬프터, 할 일 목록, 길안내 같은 메뉴가 열린다.

번역 기능은 해외 출장이나 국제 행사에서 유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목표 언어를 설정하면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안경 화면에 실시간으로 띄운다. 테크크런치 리뷰어는 중국 행사장에서 중국어 설명을 따라가는 데 충분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대화에서도 기능을 시험했다.

텔레프롬프터 기능은 발표나 회의가 잦은 사용자에게 맞춰져 있다. 안경 화면에 발표문이나 핵심 메모를 띄우면 손에 종이나 휴대전화를 들지 않고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대화 보조 기능도 개선됐다. 초기에는 대화 내용을 실시간 자막처럼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이후 회의 전 문서나 메모를 넣어두면 대화 중 관련 개념을 짧은 설명으로 띄우는 기능이 추가됐다. 예컨대 에너지 관련 브리핑에서 ‘그린수소’ 같은 용어가 나오면 안경 화면에 간단한 설명을 제공하는 식이다.

◇길안내는 가능하지만 앱 한계

길안내 기능도 있다. 사용자는 안경 화면으로 방향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자전거 이용자나 오토바이 운전자처럼 손으로 휴대전화를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능은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구글지도나 애플지도와 직접 연동되지 않고 이븐리얼리티스 앱에서 목적지를 설정해야 한다. 테크크런치 리뷰어는 집 근처 카페까지 가는 경로를 시험했지만 앱이 주소를 잘못 잡는 경우가 있어 처음 가는 장소에서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휴대전화 의존도도 문제로 꼽힌다. G2는 하드웨어 완성도는 높지만 많은 기능이 스마트폰 앱과의 연결에 기대고 있다. 초기 사용 기간에는 안경이 앱과 자주 끊겼고, 이후 업데이트로 개선됐지만 연결 안정성은 스마트안경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실시간 휴대전화 알림도 표시할 수 있지만 팝업이 항상 안정적으로 뜨지는 않았다. 휴대전화를 가까이 두고 쓰는 사용자에게는 큰 장점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AI 비서와 소음 처리도 과제

이븐리얼리티스는 G2에 자체 AI 비서인 이븐AI를 넣었다.

사용자는 호출어를 말한 뒤 질문하거나 할 일 목록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음성 인식은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할 일 목록 요청을 잘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었고, 일반 질문에 대한 답변은 긴 문장으로 화면에 흘러가 중간에 멈추거나 건너뛰기 어려웠다.

야외 소음 처리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마이크가 4개 들어갔지만 외부에서는 AI 비서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거나 말을 잘못 듣는 경우가 있었다. 주변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 쓰려면 음성 인식과 노이즈 처리 성능이 더 좋아져야 한다.

화면 밝기는 대부분의 환경에서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밝은 실내에서는 수동 조정이 필요했다. 문제는 밝기 조정을 안경 자체가 아니라 휴대전화 앱에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동 밝기 센서나 안경 자체의 빠른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49달러 반지는 애매한 보조기기

이븐리얼리티스는 G2와 함께 R1 반지도 내놨다.

R1은 안경다리의 터치 조작 대신 반지 표면을 문지르거나 눌러 스마트안경을 조작하는 보조기기다. 작동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활용도는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경다리의 터치 조작만으로도 대부분 같은 기능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R1에는 심박수, 칼로리, 걸음 수, 수면, 혈중산소포화도 같은 건강 추적 기능도 들어갔다. 그러나 건강관리용 반지를 원한다면 오우라나 울트라휴먼 같은 전용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안경 조작용 보조기기에 건강 추적 기능까지 넣으면서 가격은 249달러(약 37만원)로 올라갔다.

테크크런치는 스마트안경을 매우 자주 쓰는 사용자라면 저렴한 조작 반지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재 가격과 기능 조합으로는 R1을 건너뛰겠다고 평가했다.

◇599달러 제품의 쓰임새는 아직 좁아

G2 가격은 599달러(약 90만원)다.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가볍고 세련된 제품이다. 카메라 없는 설계는 스마트안경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촬영 기능을 빼면서 주변 사람의 불안감을 줄였고, 업무용 보조 화면이라는 방향성도 분명하다.

문제는 일상적 사용 이유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잦은 회의, 해외 출장, 실시간 번역, 발표 보조가 필요한 직업군에는 쓸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매일 손이 가는 기기라고 보기에는 소프트웨어와 앱 생태계가 부족하다.

회사는 제3자 앱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사용자가 안경을 더 자주 쓰게 만들 만큼 매력적인 앱은 많지 않다. 테크크런치는 이 제품을 새로운 하드웨어를 좋아하고 실험적 앱을 써보는 사용자에게는 흥미로운 기기지만 필수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사생활 논란 피한 스마트안경의 시험대

스마트안경 시장은 다시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메타와 스냅, 구글은 카메라와 음성, 컬러 화면을 결합한 차세대 안경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 업체들도 헤드업 디스플레이 방식의 스마트안경을 내놓고 있다.

이븐리얼리티스의 선택은 이 흐름에서 차별화된다. 더 많은 기능을 넣는 대신 일부 기능을 의도적으로 뺐다. 촬영과 스피커를 포기하고 정보 표시, 번역, 회의 보조에 집중했다.

이는 스마트안경이 사생활 침해 기기가 아니라 업무용 웨어러블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다만 시장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려면 하드웨어 완성도만으로는 부족하다. 휴대전화 연결 안정성, 음성 인식, 지도 정확도, 생산성 앱의 완성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이븐리얼리티스는 최근 기업가치 10억달러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투자자들은 카메라 없는 스마트안경이 하나의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G2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제품이지만, 사람들이 매일 찾는 기기가 되려면 소프트웨어에서 더 뚜렷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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