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수출 호황 뒤에 숨은 지배력 유출 우려… 플랫폼 판매 모델 한계 직면
독일 스텔스 잠수함 캐나다 수주전 우선협상자 확보… “동맹 규격·지식재산권 장벽 넘어야”
독일 스텔스 잠수함 캐나다 수주전 우선협상자 확보… “동맹 규격·지식재산권 장벽 넘어야”
이미지 확대보기한국 방위산업이 사상 최대 수출 성과라는 화려한 외형 성장 뒤에서 핵심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구조적 고민과 마주했다.
폴란드 K2 전차 수출 계약의 본질이 무기 판매를 넘어 설계 권한과 현지 공장 인프라까지 이전하는 조건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잠수함 수출 전선에서는 동맹 중심의 폐쇄형 운용 체계 장벽에 부딪히는 흐름이 뚜렷하다. 단순 플랫폼 공급 능력을 넘어 지식재산권(IP) 통제력과 글로벌 연대 네트워크가 생존을 가르는 본질 기로로 부상했다.
현지 공장 주는 안방 개방… 폴란드 K2PL의 엔지니어링 이전 실태
국내에서 천문학적인 계약 규모와 수출 실적에 집중하는 사이, 미국 안보 전문 매체 19포티파이브(19FortyFive)는 9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폴란드가 얻은 진짜 실리를 전차 자산이 아닌 '공장'으로 규정했다. 총 1000대에 이르는 K2 전차 기본 계약 가운데 80%를 웃도는 820대를 폴란드 현지 시설에서 면허 생산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실제 움직임은 빠르게 현실화하는 중이다. 2025년 8월 65억 달러 규모의 2차 이행계약이 체결됐다.
이어서 지난 4월 27일 현대로템과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자회사 부마르-와벤디는 현지 조립과 국산화를 위한 하도급 계약을 마무리했다. 냉전 종식 이후 쇠락하던 폴란드 전차 공장이 한국의 국방 기술을 수혈받아 유럽 장갑차 허브로 전환하는 절차에 진입했다.
현지에서 조립할 K2PL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반영해 능동파괴체계와 드론 방어 시스템을 결합한 최신 형상이다. 폴란드 방산기업들은 단순 부품 조립 단계를 넘어 핵심 설계 영역까지 접근 범위를 넓히며 엔지니어링 역량 축적 단계에 들어섰다.
단기적으로는 수출 전선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형 성과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과거 튀르키예 알타이 전차 사례처럼 유럽 시장에서 한국 무기를 대체할 강력한 잠재 경쟁자를 우리 손으로 키우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 성능 아닌 체계 연동의 벽… 독일 212CD의 독점 구도
지상 무기 시장에서 설계 권한을 양보하며 진입로를 열었다면, 해양 방산 분야에서는 유럽 중심의 견고한 폐쇄형 네트워크 장벽을 실감했다.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는 지난 7일 한국의 KSS-III 배치를 제치고 캐나다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12척 수주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공식 확보했다.
이는 개별 플랫폼 성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 체계 편입 여부가 승부를 갈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한 212CD급 스텔스 잠수함은 유럽 작전 개념과 완전히 정렬되어 있어 캐나다 처지에서 통합 리스크가 없다.
사각 라우터 형상의 선체 설계로 바다 소음보다 조용한 음향 은닉 능력을 확보한 점도 원인이다. 연안 작전 중심의 유럽 환경보다 대형·고출력 전략 타격 위주로 설계된 KSS-III가 탐지 회피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탓이라는 평가다.
유럽 방산 시장은 유지보수와 부품 공급망, 향후 개량 권한까지 하나로 묶인 폐쇄형 생태계다. NATO 핵심 구성국인 캐나다는 외교·안보 안정을 위해 유럽 동맹 규격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한국 방산 제품이 플랫폼 자체를 유럽 시스템에 유연하게 동기화하지 못한다면,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단기 납기 능력만으로는 입찰 진입조차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지식재산권 계층화로 돌파구 찾아야… 하이브리드 전략이 대안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이 단순 제조업 관점의 제품 경쟁에서 탈피해 동맹 규격과 IP 구조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무조건적인 기술 양도로 시장을 사는 방식은 미래 시장을 갉아먹고, 반대로 IP를 철저히 통제하면 진입 장벽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지식재산권을 계층화해 플랫폼 형태는 이전하되, 핵심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권한은 철저히 통제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해양 방산의 경우 기존 대형 전략잠수함 설계에 머물 것이 아니라, 유럽 연안 작전에 맞춘 소형·저소음형 전술 잠수함 파생 모델을 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혼합한 구조로 탐지 회피 능력을 극대화하는 설계 철학의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선체는 한국, 두뇌는 NATO' 방식으로 유럽산 전투관리체계(CMS) 표준과 완전 호환되는 옵션을 열어두어야 승산이 있다. 아울러 폴란드 사례처럼 현지 생산을 허용하더라도 독자적인 핵심 부품은 블랙박스화해야 한다.
향후 30년 동안의 운영유지(MRO)와 성능개량 주도권을 한국이 쥐어 방산 생태계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고도의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방산의 글로벌 지배력을 가늠할 5대 관전 포인트
앞으로 한국 방산이 독자 통제권을 유지하며 연대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시장에 나타날 몇 가지 거시 지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가장 먼저 캐나다 수주전에서 우선협상자가 된 독일 212CD 잠수함이 본계약 체결 이후 공언한 납기 기한을 준수하며 유럽식 신뢰도를 입증할지가 첫 시험대다. 만약 유럽 내 공급망 지연 리스크가 노출된다면 한국의 신속 제조 능력이 다시 대안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열린다.
이에 발맞추어 한국 방산업계가 NATO 동맹 규격 인증을 신속히 획득하고, 유럽형 전술 개량 모델을 시장에 전면 등판시키며 전략 수정을 증명하는지가 핵심 전환점이다.
아울러 한국이 단순 무기 공급처를 넘어 유럽 내 차세대 무기체계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지분 참여자로 진입할 수 있는지 여부도 구조 변화의 핵심 신호다.
마지막으로 2028년 이후 본격 가동할 폴란드 부마르-와벤디 공장의 초도 조립 수율과 향후 폴란드가 K2PL을 기반으로 동유럽 주변국에 역수출을 시도할 때 벌어질 IP 배분 협상 결과가 결정적 지표다.
이 과정에서 원천기술 권리를 확실히 증명하고 통제권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K-방산이 글로벌 방산 생태계의 진정한 설계자로 올라설지 아니면 기술만 내준 하청 기지로 전락할지가 최종 판가름 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