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다이내믹스 "유럽 허브 구축" 제안에 바르샤바 정부 수개월째 묵묵부답
K2가 넘어선 '현지 생산 지연' 전철 밟는 美…유럽 지상무기 패권 두고 추격전
K2가 넘어선 '현지 생산 지연' 전철 밟는 美…유럽 지상무기 패권 두고 추격전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강의 지상전 병기로 꼽히는 'M1 에이브람스' 전차를 생산하는 미국의 글로벌 방산 거물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즈(GDLS)가 폴란드 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현지 공동생산 제안을 던졌으나, 폴란드 당국의 결단 지연으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현지 시각) 폴란드 언론 니에잘레주나(niezalenza)에 따르면, GDLS는 늦어도 지난해 9월부터 폴란드 정부에 에이브람스 전차의 폴란드 내 공동생산 체계 구축을 지속적으로 타진해 왔다. 폴란드 육군이 도입할 물량은 물론, 향후 루마니아 등 유럽 내 주요 동맹국들로 수출할 에이브람스 전차를 폴란드 현지에서 조립·생산해 유럽 방산의 '에이브람스 허브'로 만들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폴란드 정부의 최종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미 방산 업계에서는 "바르샤바의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즈난·데블린에 이미 인프라 구축…미 방산의 집요한 '기술 이전' 카드
GDLS는 폴란드 정부의 결단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현지 투자를 단행하며 '현지화' 카드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024년 폴란드 군용자동차공장(WZM)과 손잡고 포즈난에 '지역 역량 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폴란드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에이브람스 정비·유지보수·분해조립을 위한 전문 산업 교육을 시작했다. 당장 올해 안에는 폴란드군과 미 육군의 에이브람스 전차가 이 센터에 동시에 입고돼 양국 합동 팀의 본격적인 정비 업무가 시작될 예정이다.
공급망 다변화도 본궤도에 올랐다. 현재 폴란드 내에서 에이브람스 전차에 들어가는 독점 부품 52종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미국 본토에서 제작 중인 폴란드군 차기 전차 'M1A2 SEPv3'에도 탑재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하니웰이 폴란드 제1군용항공공장(WZL-1)과 에이브람스 가스터빈 엔진 정비 센터 설립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고, 6월에는 M88A2 구난전차 제조사인 BAE 시스템즈가 WZM 및 체겔스키 포즈난(HCP) 공장들과 공동생산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DLS 측은 "우리는 폴란드 파트너들과 함께 모든 준비를 마쳤으며, 오직 폴란드 정부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K2가 돌파한 '협상 공전' 겪는 美…유럽 전차 시장 주도권 경쟁 가열
국방 및 안보 전문가들은 폴란드 정부의 이 같은 장고(長考)가 과거 한국형 K2 전차가 겪었던 현지 생산 협상 지연 사태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폴란드는 지난 2022년 한국과 K2 전차 1000대 총괄 계약을 맺은 이후 정권 교체와 금융 조달 문제 등으로 현지 생산 체제 전환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8월 총 65억 달러(약 9조 원) 규모의 2차 이행계약을 극적으로 타결하며 현지 생산 물량을 확정 지었고, 올해 4월에는 부마르 와벤디 등 폴란드 현지 방산업체와 세부 생산·정비 계약까지 완료하며 한발 앞서 나간 상태다.
결국 한국이 기나긴 협상 끝에 넘어서서 본격 가동에 들어간 '현지 공동생산' 관문을 미국은 이제야 마주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한국 K2 전차에 유럽 허브 타이틀을 선점당한 데 이어, 에이브람스 전차까지 현지 대규모 고용 창출과 방산 기술 도약의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GDLS는 미 육군(600여 대)을 비롯해 폴란드(366대), 루마니아(54대), 대만(108대), 쿠웨이트(218대) 등 전 세계로부터 폭증하는 에이브람스 수주 물량을 소화하고 있어 폴란드 배후 기지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이 이미 굳건한 교두보를 확보한 폴란드라는 거대한 '안보 허브'를 두고, 미·한 양국의 주력 지상 무기체계가 유럽 시장의 주도권을 쟁탈하기 위해 치열한 속도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