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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넘은 2조 달러 신군비 광풍…극초음속·AI 무규제 폭주 시대 열렸다

미·중·러 극초음속 무규제 폭주, 인간 통제 벗어난 자동개전 위기
북·중·러 3각 커넥션 안보 비상, K-방산 신기술 확보 골든타임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비 확장 경쟁에 돌입한 지구촌. 극초음속 미사일, 인공지능(AI), 우주무기, 드론이라는 '4차 산업혁명형' 신무기가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이미지 확대보기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비 확장 경쟁에 돌입한 지구촌. 극초음속 미사일, 인공지능(AI), 우주무기, 드론이라는 '4차 산업혁명형' 신무기가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인류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비 확장 경쟁에 돌입했다. 냉전기 미·소가 핵탄두 비축에 몰두했다면, 지금은 극초음속 미사일, 인공지능(AI), 우주무기, 드론이라는 '4차 산업혁명형' 신무기 개발에 3개 대륙이 총 2조 달러(약 3000조원)를 쏟아붓고 있다. 승자독식(Winner-Take-All) 게임에서 한 발이라도 뒤처지면 국가 존망을 위협받는 파괴적 격차가 벌어진다는 위기의식이 지구촌을 사로잡았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 시각) '미래 전장 통제권을 둘러싼 2조 달러의 경쟁'이라는 심층 기획 보도를 통해 "새로운 무기 체계 개발 열풍의 규모가 냉전기 핵무기 증강을 방불케 한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더 많은 참여국이 뛰어들었으면서도 이 무기들이 실전에서 어떤 파괴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확실성은 오히려 낮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서부 공업지구, 옛 소련 시절 공장과 키이우항공대 인근에 사는 도우하니크(Dovhanyk) 가족은 이 새로운 세대 무기의 위력을 몸으로 체감해왔다. 러시아의 지르콘(Zircon)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이 이웃한 오흐마트디트(Okhmatdyt) 아동병원을 강타했을 때, 이 병원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폭발의 후폭풍에 공중으로 튕겨나갔다. 안드리아나 도우하니크는 "그 일 이후 남편은 뭔가 폭발음이 들리면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한다"고 증언했다. 강대국의 첨단무기 각축전이 시민의 일상을 어떻게 짓밟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美·中·러 3강 대결 구도…극초음속·우주 '전선 확대'

이번 군비 경쟁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다차원성이다. 러시아는 실전 검증된 극초음속 미사일에서 앞서고, 중국은 군과 AI 연구소가 사실상 하나로 결합됐으며, 미국은 실전에서 AI를 최초로 활용했다. 3국 모두 인공위성 격추 능력을 갖췄다. 유럽은 자원은 넉넉하지만 회원국 간 조율에 발목이 잡혀 있다.

블룸버그가 정리한 미래 전장 지배 4대 영역은 국가별 강점이 극명하게 갈린다. 극초음속 분야에서는 러시아(킨잘·지르콘 실전 배치)와 중국(DF-17·YJ-21)이 실전 검증에서 미국을 앞선다. AI 군사화에서는 중국(민·군 융합)과 미국(이란전 실전 투입)이 양강 구도다. 우주무기에서는 미·중·러 3국 모두 위성 파괴 능력을 확보했으며, 특히 중국은 정지궤도 3만5000km 타격 능력까지 시연했다. 드론 분야는 이란·튀르키예·이스라엘 등 중견국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자폭 드론이 사실상 '가난한 자의 정밀 유도무기(Precision Guided Munition for the Poor)'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4대 영역 모두에서 후발주자다. 극초음속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25년 이중 램제트 엔진 시험에 성공한 정도, AI 군사화는 국방 AI센터가 지난해 창설된 초기 단계, 우주무기는 KPS(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등 방어적 자산 구축에 집중, 드론은 육·해·공군 통합 무인체계 로드맵을 이제 막 가동한 상태다.

미국 국방부 셀레스트 월랜더(Celeste Wallander) 전 국방차관보는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이미 다차원의 군비 경쟁이 진행 중"이라며 "주요 군사 강국들이 자원을 어느 분야에 집중할지 결정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짚었다.

절대 강자는 역시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차기 예산에서 국방비로만 1조5000억 달러(약 2250조원)를 책정할 방침이다. 중국은 공식 국방비 규모를 400억 달러(약 600조원)로 발표했지만, 서방 정보기관은 실제 지출액이 5000억 달러(약 7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민·군 융합(Military-Civilian Fusion) 정책 아래 민간기업 투자가 무기 개발에 흡수되는 규모까지 더하면 실제 군비 확장 폭은 훨씬 더 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재정 압박을 받으면서도 신무기 기술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2022~2025년 사이 국방 예산을 3배로 늘려 13조6000억 루블(1760억 달러·약 264조원) 수준까지 확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재래식·핵 투발체계 신규 확보와 함께 우주·AI 기술 우선 개발을 지시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군사역량 담당 헨리 보이드(Henry Boyd) 선임연구원은 "모스크바 내부에는 미·중의 무기 기술이 자신들보다 우월하다는 명백한 위기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위기감이 낳은 것이 러시아의 '전략무기 3종 세트'다. 전(全)러시아실험물리학연구소(VNIIEF)와 NPO 노바토르가 개발한 원자력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Burevestnik)', 루빈 설계국의 무인 어뢰 드론 '포세이돈(Poseidon)', 그리고 국영 로스텍(Rostec) 산하 NPK KBM이 제작한 X-47 킨잘(Kinzhal) 극초음속 미사일이 그것이다. 러시아는 킨잘의 최대 속도가 마하 1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킨잘과 지르콘은 현재까지 실전에서 사용된 세계 유일의 극초음속 무기로, 러시아에 이 분야 우위를 안겨줬다.

중국은 극초음속 활공체(HGV) 개발에서 급속도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영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 등이 제작한 DF-17, DF-27 탄도미사일과 YJ-17, YJ-21 대함미사일이 그 결과물이다. 정지궤도 상공 3만5000km 밖의 위성까지 파괴할 수 있는 '둥넝-2(東能-2)' 위성요격무기, 그리고 대(對)미사일 레이저와 자율 잠수함까지 지난해 9월 톈안먼 열병식에서 공개하며 무기 스펙트럼을 전 방위로 확장했다. 난양공대 제임스 차(James Char) 교수는 "인민해방군은 장거리 정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체계를 계속 최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며 "미사일 일제사격은 우주·사이버·전자전 작전과 결합돼 적의 작전을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극초음속 활공체가 판도 바꾼다…레이저·요격탄만으론 방어 불가


극초음속 무기는 마하 5(음속의 5배·초속 약 1.7km) 이상의 속도로 대기권 상층을 비행하며 궤적을 예측 불허하게 바꾸는 이른바 '기동형 활공체(Maneuverable Glide Vehicle)'가 핵심이다. 기존 탄도미사일이 포물선 궤도로 날아가 요격 시점 계산이 가능했다면, 극초음속 활공체는 대기권 재진입 후에도 좌우로 활공·기동해 요격을 원천 봉쇄한다. 사드(THAAD)나 패트리엇 PAC-3 같은 기존 요격체계로는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서방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미국이 우주 기반 센서와 지상 요격체계를 AI로 실시간 연동해 대응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토드 해리슨(Todd Harrison) 연구원은 "극초음속 활공체는 예상 밖의 궤적으로 타격하기 때문에, 인간의 판단 속도로는 요격 결정을 내릴 수 없어 AI에 결정권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킬 체인(Kill Chain)'의 무인화가 냉전기 자동응징 교리를 뛰어넘는 '자동 개전(開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미국도 반격에 나섰다. 이란 공습 작전에서 AI를 작전 계획 수립에 실전 투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시가총액 3800억 달러(약 570조원)의 AI 선도기업 앤스로픽(Anthropic) 사이에 AI 툴의 군사적 활용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극초음속 무기 분야에서는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첫 극초음속 미사일 '다크이글(Dark Eagle)'이 아직 실전 검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미 국방부는 "내년 초까지는 전투 효율성 평가에 필요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미 회계감사원(GAO)은 생산 문제까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밀어붙이는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Golden Dome)' 프로젝트는 우주 기반 미사일 요격체(Space-Based Interceptor) 도입을 포함해 총 1조 달러(약 150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블룸버그와 미 의회예산국(CBO)의 공통된 추산이다.

유럽 '집단 재무장' 시동…韓 방산 기회이자 시험대


유럽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개별 국가로는 미·중과 겨룰 수 없지만, 집단으로 뭉치면 지난해에만 6000억 달러(약 900조원)를 국방비로 지출한 거대한 시장이다. NATO 회원국의 포병 분야 지출은 29억 달러에서 194억 달러로 570% 폭증했고, 지상 기반 방공체계 지출은 72억 달러에서 450억 달러로 525% 급증했다.

올해 유럽 전체 국방비는 9% 추가 확대가 예정돼 있다. 최우선순위 사업은 자체 방공·미사일방어체계 구축과 종심 타격(Deep-Strike) 무기 확보다. 앙드류스 쿠빌리우스(Andrius Kubilius) EU 국방집행위원은 "우주 영역에서 미국의 전략 자산에 의존해온 우리의 취약성을 감안할 때, 유럽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추가 역량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저궤도 소형위성 기반 안보통신망을 구축하는 EU의 '아이리스²(IRIS²)' 사업이 그 대표 사례다.

프랑스는 핵무기고를 증강하면서 유럽 파트너국들과의 핵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은 자체 핵무장 옵션까지 검토 중이라고 밝힐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다.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이번 NATO 정상회의는 단순한 지출 확대를 넘어 드론 기술과 AI 기반 무기체계에 대한 집중 투자 방향으로 논의가 이동할 전망이다.

K-방산, 유럽 재무장 파고 올라탈 골든타임


이번 지구촌 군비 경쟁 판도는 한국 방산업계에 양날의 칼이다. 유럽이 '집단 재무장'에 나서면서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현무-Ⅴ 탄도미사일, FA-50 경공격기, K2 흑표전차 등 이미 검증된 한국산 무기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유럽이 향후 5년 내 확충하겠다고 밝힌 포병·방공 전력은 K-방산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분야다. 폴란드의 대규모 계약 이후 루마니아·노르웨이·네덜란드로 확산 중인 K-방산 수출 열기를 감안하면, 2027년 세계 4대 방산 강국 진입 목표에 순풍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미래 전장을 지배할 극초음속·AI·우주·드론 4대 신영역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현무 극초음속' 사업과 KAI의 무인기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미·중·러가 이미 실전 배치 단계에 진입한 상황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재래식 무기 수출로 벌어들인 자금을 신영역 기술 확보에 얼마나 신속히 재투자하느냐가 향후 10년 K-방산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중·러 무기 3각 커넥션…한반도 안보 시계 최악의 국면


한반도 안보 지형은 이 지구촌 군비 경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사실상 북한 무기의 대규모 실전 시험장이 됐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KN-23 개량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M1978 곡산 자주포, 122㎜·152㎜ 포탄은 대러 무기 지원 규모만 100억 달러(약 15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서방 정보당국은 추산한다. 그 반대급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극초음속 기술, 위성 발사체 기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소형화 기술 등 첨단 노하우를 이전받고 있다는 정황이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와 한미 정보 당국 브리핑에서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발사에 성공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6나'가 그 첫 산물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의 극초음속·AI·위성요격 기술 축적, 러시아의 대북 첨단기술 이전, 북한의 실전 무기 대량 공급이라는 '북·중·러 3각 커넥션'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재래식 억지력만으로는 도발을 봉쇄할 수 없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6~2030 국방중기계획'에 극초음속 요격체계, 저궤도 정찰위성 30기 확보, 국방 AI 통합사령부 창설 등이 대거 반영된 것도 이런 위기감의 산물이다.

핵무기 보유국은 여전히 9개국이며, 미국과 러시아가 미사일·폭격기·잠수함에 배치한 핵탄두만 합쳐도 약 8000기에 이른다. 그러나 냉전기 군비 통제를 지탱해온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 등이 잇달아 파기되면서 통제 장치가 사라진 채 신무기 경쟁만 격화되고 있다.

군축 조약 붕괴한 '무규제 시대'…AI 開戰 리스크 현실화


가장 무서운 대목은 이 폭주의 브레이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냉전기 미·소는 서로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하는 '상호확증파괴(MAD)' 교리와 INF·START·ABM 조약이라는 3중 안전장치로 자멸을 막았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INF가 파기됐고, 2026년 2월 신START 조약 만료 이후 후속 조약 협상도 사실상 좌초됐다. ABM 조약은 이미 2002년 폐기됐다. 여기에 AI가 인간의 판단 속도를 뛰어넘어 요격·반격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소규모 우발적 충돌이 30분 내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자동 개전' 위험이 현실화된다. 미 상원 군사위 잭 리드(Jack Reed) 민주당 간사가 "AI와 자율성이 모든 것을 재편하고 있는 전례 없는 전쟁의 대전환기"라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규범과 통제가 붕괴한 '무규제(No-Rules) 무기 경쟁'이 지구촌 안보의 새로운 상수(常數)로 자리 잡은 셈이다.

방산 자율주행차 개발업체 어플라이드인튜이션의 항공 부문 수석엔지니어 댄 '애니멀' 자보르섹(Dan 'Animal' Javorsek)은 "핵무기는 만들기가 정말 어렵지만, AI는 파괴력이 크면서도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도우하니크 가족이 여름을 나기 위해 서부 테르노필로 피란한 것처럼, 지구촌 곳곳의 시민들이 이 새로운 군비 경쟁의 그늘 아래 놓이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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