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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싼값 EV 안 받는다"… '동남아 1위' 말레이시아, 인니·태국 실패 반면교사 삼아 빗장

말레이시아 7월부터 수입산 EV 통관 기준액 대폭 상향, 사실상 '수입 제한'
중국 업체 우대한 태국·인니의 뼈아픈 실패 교훈… "공장 지어도 핵심 부품은 중국산, 출혈 경쟁만 심화"
2025년 동남아 신차 판매 1위 등극… 자국 국민차 보호하고 실질적인 현지 부품망·투자 유도 포석
말레이시아 첫 전기차 살펴보는 안와르 말레이 총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말레이시아 첫 전기차 살펴보는 안와르 말레이 총리. 사진=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정부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밀려드는 중국산 전기차(EV)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서 중국 EV 업체를 파격적으로 우대했다가 자국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붕괴되고 시장 혼란만 겪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다. 지난해(2025년) 동남아시아 신차 판매 1위 국가로 도약한 말레이시아의 이번 결정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7월부터 '7천만 원' 이하 EV 수입 금지… BYD 독주 제동


21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전기차 수입 규제책을 전격 도입한다. 새 규제에 따르면, 수입이 가능한 EV의 조건은 세관 통관 시 신고액 기준 '20만 링깃(약 7,300만 원·약 800만 엔)' 이상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매장에서 실제로 판매될 때는 물품세 등이 얹혀 소매가격이 훨씬 비싸지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산 저가 EV의 수입을 원천 차단하는 '수입 제한 조치'에 해당한다.

말레이시아는 당초 2025년 말까지 완성차 형태의 EV에 대해 관세와 물품세를 전면 면제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왔다. 중국의 EV 1위 기업 비야디(BYD) 등은 이 혜택을 십분 활용해 판매량을 폭발적으로 늘려왔으나, 이번 규제 도입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말레이시아 투자무역산업부는 이번 수입 규제책에 대해 "외국 자본이 자국 내에 직접 공장을 건설하고 현지 부품 회사들과 연계하도록 촉구하기 위함"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태국·인니 꼴 안 난다"… 껍데기뿐인 투자 경계


표면적인 이유는 '현지 생산 촉진'이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말레이시아가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뼈아픈 정책 실패를 교훈 삼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남아 자동차 시장의 양대 산맥이었던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E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 업체들에게 막대한 수입 우대 혜택을 주며 생산 기지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중국의 EV 공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시작했지만, 정작 배터리 등 핵심 주요 부품은 모두 중국 본토에서 수입해 조립만 하는 이른바 '무늬만 현지 생산'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국 부품사들의 수주 확대나 고용 창출 효과는커녕 "중국 업체들에게 시장 진입의 혜택만 퍼주었다"는 맹렬한 비판이 쏟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뺏기 위해 극심한 '가격 후려치기(출혈 경쟁)'를 벌이면서, 소비자들이 추가 가격 인하를 기대하며 아예 차 구매를 미루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국민차' 보호 최우선… 건전한 생태계로 진검승부


자국 내에 확고한 '국민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말레이시아가 강력한 빗장을 걸 수 있는 배경이다.

말레이시아 시장은 다이하쓰공업이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 자동차 업체 '프로두아(Perodua)'와 중국 지리자동차가 49.9%를 출자한 2위 '프로톤(Proton)'이 국민차 메이커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영국의 자동차 리서치 기관 JATO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64%(프로두아 45%, 프로톤 19%)에 달하는 대단히 특이한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견고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의 2025년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0.5% 증가한 82만 1,000대를 기록했다. 반면 굳건한 1위였던 인도네시아는 판매량이 80만 4,000대로 쪼그라들며 1위 자리를 내주었고, 태국 역시 62만 1,000대에 머물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인구 규모가 자국의 8배에 달하는 인도네시아와 2배인 태국을 제치고 말레이시아가 동남아 1위에 등극한 것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태국 법인)의 야마모토 하지메 파트너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는 자국 브랜드가 시장을 꽉 잡고 있어 중국산의 과도한 할인 공세가 통하지 않고, 시장의 건전성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며 "수익 확보가 기대되는 시장인 만큼, 향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실질적인 현지 생산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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