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아 프로젝트 18년 만에 가동… 3650MW 녹색 전력 공급 개시
AI 데이터센터 폭발로 송전망 포화, 초고압직류송전(HVDC) 진입장벽이 수혜 가른다
AI 데이터센터 폭발로 송전망 포화, 초고압직류송전(HVDC) 진입장벽이 수혜 가른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송전망 구축 사업인 '선지아(SunZia) 프로젝트'가 18년에 걸친 장기 개발 끝에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민간 에너지 개발사 패턴 에너지는 뉴멕시코주와 애리조나주를 잇는 대규모 전력망 복합 단지를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고 오일프라이스가 지난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발전 용량과 송전선 길이 모두에서 미국 친환경 에너지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전력난을 겪는 미국 서부 시장의 숨통을 틔울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110억 달러 투입… 550마일 HVDC 대동맥 연결
선지아 프로젝트는 뉴멕시코주에 건설한 3650MW급 풍력 발전 설비와 미국 서부 전력망을 연결하는 550마일(약 885km) 길이의 송전선로를 결합한 초대형 사업이다. 패턴 에너지는 해당 시설이 최대 용량으로 가동하면 연간 약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총사업비는 110억 달러(약 16조 86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지난 2023년 9월 착공 이후 철저한 공정 관리를 거쳐 당초 예정한 일정과 예산 범위 안에서 상업 운전을 달성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미국 대륙에 새로 깔린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이다. HVDC 기술은 기존 교류(AC) 방식과 비교해 장거리 송전 시 전력 손실이 적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 덕분에 전력 생산지와 소비처가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미국 특유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했다. 외딴 내륙 지역의 풍부한 친환경 에너지를 인구 밀집 지역과 산업 중심지로 직접 배달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규모 해법을 확보했다는 의의가 크다.
신규 발전 80%가 송전 대기… K-전력기기 이익 구조 고도화
미국 서부 지역은 최근 첨단 산업 확장으로 심각한 전력 부족 문제를 겪어왔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급속 구축은 전력 수요를 한층 더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자체는 크게 늘었지만, 이를 수요처로 보낼 송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고질적인 병목현상을 빚었다.
실제로 현재 미국 신규 발전 설비의 80% 이상이 송전망 연결을 기다리는 대기 상태(Interconnection Queue)에 놓여 있다. 선지아 프로젝트는 이러한 전력망의 동맥경화 현상을 해결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맡는다. 캘리포니아 독립 시스템 운영자(CAISO)의 엘리엇 메인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프로젝트가 주 경계를 넘나드는 전력 흐름을 개선하고 시스템 복원력을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전력 인프라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이번 대형 프로젝트 가동이 한국 전력기기 산업 전반에 막대한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한다. 대규모 전력망 확충 기조가 밸류체인 전체의 수요 폭발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변압기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역의 전력망 연계 사업 확대로 국내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주 잔고가 이미 3~4년 치 이상 채워진 상태"라며 "선지아의 성공적인 가동은 후속 인프라 투자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 관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 체력은 더욱 견고해지는 흐름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초고압 변압기 공급 부족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이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극대화 구간에 진입했다. LS전선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은 HVDC 시장에서 제한된 공급력을 바탕으로 단순한 수주 경쟁이 아닌 '공급자 우위'의 고마진 시장을 누리고 있다. 대한전선의 경우 선지아 프로젝트의 직접 수혜보다는, 이를 계기로 속도가 붙은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 사이클'이라는 별도의 방어적 수요 성격이 짙다. 경기 변동의 영향이 적은 노후 AC(교류) 망 교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다.
금리와 유틸리티 재무 부담은 변수… 한국형 제도 개선 시급
다만 장기 랠리에 따른 리스크 완충 요인도 함께 살펴야 한다. 대규모 전력 설비투자(CAPEX)는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거나 유틸리티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경우, 민간 중심의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국의 초대형 송전망 완공은 전력 인프라 확충에 난항을 겪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동해안의 원전과 호남의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이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한국의 송전망은 사실상 국가 공공재에 해당해 민간 자본 주도의 투자 구조를 짜기 어렵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의 누적된 재무 구조 악화가 인프라 투자 지연을 심화시키는 핵심 제도적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은 기술적 차원의 HVDC 국산화 노력을 넘어, 전력망 건설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와 전력 기금 활용 등 제도적 해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글로벌 전력망 인프라 사이클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확충을 넘어, AI 시대를 뒷받침할 경제·안보 인프라 패러다임 재편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미국 변압기 쇼티지 지속 여부다. 초고압 변압기 리드타임과 미국 현지 수주 잔고 추이를 확인하여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장기 실적 성장성을 가늠해야 한다.
둘째, HVDC 프로젝트 발주 규모도 중요하다. 글로벌 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수요 확대를 모니터링하여 국내 전선업계의 해저·지중 케이블 추가 수주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