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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환율, 금리 인상에도 160엔 '와르르'… 글로벌과 한 바퀴 차이 나는 일본은행 '뒷북’

1.0% 금리 인상에도 18일 엔·달러 환율 160.90엔대 추락, 1년 11개월 만에 최저치
미 연준(Fed) 추가 인상 전망에 BOJ의 모호한 메시지 겹치며 '엔저 방어' 효과 사실상 전무
과거 섣부른 인상 실패 '트라우마'에 발목… 전문가 "느긋한 대처가 엔화 향한 근본적 신뢰 무너뜨릴 것"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

통상적으로 한 국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해당 통화의 운용 수익률이 높아져 통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는 것이 경제의 기본 상식이다. 그러나 일본은행(BOJ)이 1.0%로 금리를 인상한 직후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뒤처져 있다는, 이른바 '비하인드 더 커브(Behind the Curve·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시장의 냉혹한 평가가 엔화 투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리 올린 날 엔화는 추락했다… "엔저 제동 효과 제로"


19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한 지 이틀 뒤인 지난 18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달러당 160.90엔대까지 치솟았다(엔화 가치 하락). 이는 지난 2024년 7월 이후 약 1년 11개월 만에 기록한 최저 수준의 엔화 가치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진 데 있다. 여기에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회의 직후 "계속해서 정책 금리를 인상해 나가겠다"고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시기나 속도에 대해서는 철저히 말을 아끼면서 시장의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일본 재무성의 한 관계자는 "물가 상승을 확실히 통제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발신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금리 인상은 엔화 약세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혹평했다.

미·유럽은 두 번째 사이클 도는데… 나 홀로 '주회 지연'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극심한 엔저 압력이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과 일본은행 간의 압도적인 '속도 차이(주회 지연·周回遅れ)'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마치 육상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한 바퀴 이상 뒤처진 꼴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2022년 이후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 상승률이 줄곧 2%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일본은행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미적거리다가, 2024년 3월에야 마이너스(-0.1%) 금리를 해제했고 이번 달에 들어서야 간신히 1%대에 도달했다. 무려 2년 3개월이 걸린 거북이걸음이다.

반면 미국(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발 물가 급등에 대응한 금리 인상·인하 사이클을 일찌감치 한 번 끝냈다. 심지어 최근에는 2026년 2월 이후 발발한 중동 정세 악화와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금리 인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구권과 달리 나 홀로 완만한 정상화를 외치는 일본의 초라한 금리 매력도가 '엔화 매도'의 강력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섣부른 인상이 부른 '트라우마'… "엔화 신뢰 자체가 붕괴할 수도"


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본은행 내부는 여전히 신중론이 뿌리 깊다. 여기에는 과거 금리 인상 국면에서 경기 침체를 초래해 십자포화를 맞았던 뼈아픈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한 고위 간부는 "과거 조급하게 움직였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에는 시장에서 느리다고 비판받더라도 아주 천천히 금융 정상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둡다. 서구권 중앙은행들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내외 금리차 확대로 엔저 압력은 지금보다 훨씬 거세질 수밖에 없다. 수입 물가가 폭등해 광범위한 상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피하기 어렵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정통한 가토 이즈루 도텐 리서치 사장은 "비하인드 더 커브 상황을 방치하며 금리 인상을 계속 지연시킨다면, 결국 엔화라는 통화 자체의 신인도와 일본 경제 전체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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