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머스크의 ‘반도체 수직 계열화’… 삼성·TSMC 쥔 패권에 도전

인텔 14A 공정 첫 고객 확보로 ‘설계부터 제조까지’ 美 중심 재편
대만 엔지니어 ‘블랙홀’ 흡수… 지정학적 리스크 틈탄 공급망 뒤집기 승부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직접 제조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공식화하며 글로벌 반도체 지형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직접 제조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공식화하며 글로벌 반도체 지형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직접 제조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공식화하며 글로벌 반도체 지형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디지타임스(DIGITIMES)는 지난 1(현지시각) 머스크가 인텔과 손잡고 반도체 생산 공장인 테라팹(TeraFab)’ 설립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공급망 다변화를 넘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아직 첫 번째 칩이 생산되기 전임에도 머스크식 수직 계열화가 가져올 파장은 이미 업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인텔 기술력과 머스크 자본의 결합… 슈퍼 을’ TSMC 맞설 지렛대


머스크가 설계한 테라팹 전략의 핵심은 인텔과의 전략적 동맹이다. 테슬라는 인텔의 최첨단 공정인 '14A(1.4나노급)'를 사용하는 첫 번째 핵심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간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 선언 이후 대형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시장의 의구심을 샀으나, 이번 테슬라의 합류로 단숨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머스크 특유의 '내재화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과거 로켓 부품 수급 문제로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배터리 공급 부족에 대응해 직접 배터리 셀을 제조했던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인공지능(AI) 칩과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은 TSMC의 생산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엔비디아 등 거대 IT 기업들이 생산 할당량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에서 머스크는 직접 제조라는 기다리지 않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테라팹은 단순한 공장 건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텔의 공정 기술과 머스크의 막대한 자본, 그리고 테슬라·스페이스X·xAI라는 확실한 내부 수요처를 결합해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한 초미세 공정 시장에 강력한 3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향후 TSMC와의 가격 협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대만 엔지니어 싹쓸이영입…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역전


업계가 가장 긴장하는 대목은 테라팹이 추진하는 파격적인 인력 확보 전략이다. 보도에 따르면 테라팹은 최근 대만 현지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하고 있다. 특히 TSMC의 독보적 강점인 첨단 패키징(CoWoS)과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전문가들이 주요 타깃이다.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테슬라가 대만의 숙련된 인재를 흡수해 인텔의 설비 위에서 이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영리한 지정학적 논리도 작용한다. 머스크는 대만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미국 내 제조 시설인 테라팹이 '안전한 대안'임을 부각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자금을 유치하고, ·중 갈등 속에서 공급망 안정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는 강력한 명분이 된다.
다만 실제 양산까지의 여정은 험난할 전망이다. 반도체 제조는 자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도의 수율(양품 비율) 싸움이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 장비인 ASMLEUV 노광 장비 확보 경쟁이 관건이다. 오는 2027년까지 ASML의 장비 공급 계획은 이미 기존 강자들에게 할당되어 있어, 신입 진입자인 테라팹이 이 병목 구간을 어떻게 통과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던진 과제… 공급망 재편의 골든타임


테라팹의 등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우선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인텔이라는 강력한 추격자가 테슬라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반면 TSMC에 과도하게 편중된 AI 칩 생산 생태계가 분산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진입은 파운드리 시장이 단순 제조 대행을 넘어 수요자와 제조자가 공동 운명체가 되는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테라팹이 내세운 'Dirty Fab(기존 정밀 공정을 혁신한 실용적 공장)' 개념과 설계·제조·패키징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통합 모델의 실현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향후 반도체 주도권 향방을 결정할 3대 핵심 지표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판단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인텔 14A 공정의 수율 달성 여부다. 파트너인 인텔의 기술 구현 능력이 테라팹 성패의 직결탄이다.

둘째, ASML 차세대 장비 배정 순위다. 장비 확보 실패 시 양산 일정은 무기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셋째, 대만 핵심 인력 유출 규모다. 인적 자원의 이동 속도가 기술 격차를 좁히는 가장 빠른 변수가 될 것이다.

테라팹은 아직 실체가 완벽히 드러나지 않은 선언 단계일 수 있으나, 그 존재만으로도 반도체 산업의 '절대 권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착화된 시장 질서에 균열을 내는 머스크의 파괴적 혁신이 반도체 물리 법칙마저 극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