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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245조 원 환급 개시… 고물가에 내 지갑은 '요지부동'

연방대법원 위헌 판결로 1660억 달러 반환 청구, 11일부터 지급 시작
코스트코·UPS·FedEx "고객 환원" 약속에도 유가·전쟁 리스크가 인하 막아
지난해 4월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4월 상호관세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0일(현지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조치를 위헌으로 판결함에 따라, 미 정부가 부당하게 징수한 약 1660억 달러(약 244조 8500억 원) 규모의 관세 환급 절차가 시작된다.
USA TODAY의 1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오는 11일경부터 첫 번째 환급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기업들 245조 원 규모 '관세 환급' 신청 쇄도… 11일부터 1차 지급


미국 경제계가 전례 없는 대규모 환급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도널드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강행했던 전방위적 관세 조치가 법적 근거를 잃었기 때문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관세 부과 권한은 헌법상 국회에 귀속된다"라고 판시하며 행정부의 독자적인 관세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이 판결로 인해 그동안 높은 수입 비용을 감내해 온 미국 기업들은 앞다퉈 환급 신청에 나서고 있다. CBP가 지난 26일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이미 7만 5000개 이상의 기업이 환급을 요청했다.

전체 대상 수입 건수는 5300만 건을 상회하며, 이 중 약 15%가 이미 환급 승인 단계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급이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카르트(Descartes) 글로벌 무역 정보 부문의 잭슨 우드 이사는 "관세 납부는 기업 손익 계산서에 거대한 구멍을 낸 것과 다름없었다"라며 "이번 환급은 우선 기업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트코·물류 공룡 "환급금 공유" 선언… 유통 현장의 연쇄 반응

천문학적인 자금이 시장에 풀리면서 일부 대형 유통·물류 기업들은 환급금을 고객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구체화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우선 유통업계에서는 코스트코가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를 상대로 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했던 코스트코의 론 바크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실적 발표 현장에서 환급액을 회원 가치 제고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바크리스 CEO는 "환급받은 금액은 낮은 가격과 더 나은 가치를 통해 회원들에게 돌려줄 것"이라며 관세 반환분을 판매가 인하의 재원으로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물류 대기업들 역시 고객 소유의 환급금을 적극적으로 찾아주겠다는 계획이다. UPS의 캐롤 토메 CEO는 과거 고객들로부터 징수해 납부했던 약 50억 달러(약 7조 3750억 원) 규모의 관세를 환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덱스(FedEx) 또한 수입 통관 대행 과정에서 고객이 지불한 관세가 미 세관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로 즉시 환급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 기업의 행보는 관세 부담을 직접 짊어졌던 화주와 수입업자들에게 실질적인 현금 흐름 개선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낙수효과 가로막는 '이중고'… 개인 소비자 체감은 '글쎄'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선언이 일반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잭슨 우드 이사는 "새롭게 부과되는 트럼프식 관세와 이란 전쟁 등으로 급등한 유가가 환급에 따른 가격 하락 요인을 상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즉, 한쪽에서 돈이 돌아오더라도 다른 한쪽의 비용 상승 압박이 더 거세다는 설명이다.

또한 주의할 점은 일반 소비자가 직접 미 당국에 관세 환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환급 신청권은 수입업자로 등록된 법인이나 관세사에게만 주어진다.

개인이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 관세분이 포함된 가격을 지급했더라도, 이를 직접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통로는 없다. 소비자 혜택은 기업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보다 자사 이익 감소로 버텨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급금이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보다는 기업의 내부 유보금 적립이나 부채 상환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우세한 해석이다.

글로벌 공급망 전문가들은 "관세 환급이 시작되더라도 물류비용 상승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여전한 만큼, 당장 마트 영수증의 숫자가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조언했다.

이번 사태는 행정부의 무리한 무역 정책이 시장에 준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며, 그 혜택이 가계 경제까지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와 시장 환경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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