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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위협에 스타머 “참전 거부”... 미·영 동맹 ‘균열’

영국 참전 압박에 “국익 우선” 정면 대응... 안보·무역 연계 리스크 고조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에 영국 성장률 0.8%로 하향... 중동발 경제 쇼크 현실화
스타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스타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기대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미·영 관계라는 전통적 동맹의 근간마저 흔드는 모양새다.
BBC는 15일(현지 시각)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총리 질의응답(PMQs)’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상적인 참전 압박을 단호히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스타머 총리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으며 외압에 굴복하지 않겠다”면서 영국의 불개입 원칙을 공식화했다. 이는 안보를 매개로 경제적 실익까지 연계해 압박하는 ‘트럼프식 외교’에 맞서 영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영국은 없었다”…트럼프, 관세협정 파기 카드로 ‘경제 보복’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불참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미·영 특수 관계를 묻는 말에 “누구와의 관계를 말하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우리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영국은 그곳에 없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경제적 보복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체결된 영국-미국 간 관세협정을 언급하며 “필요 이상의 좋은 조건을 제공했으나 이 협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영국은 자동차·알루미늄·철강 수입세를 감면받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번 안보 갈등으로 해당 산업 분야의 수출길이 다시 막힐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비협조를 명분으로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는 ‘보복 관세’ 카드를 전격 꺼낼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스타머의 정면 돌파…“전략 없는 전쟁에 국익 희생 안 해”

스타머 총리의 대응은 단호했다. 그는 하원에서 “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영국의 국익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우리만의 자리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 역시 워싱턴DC 방문 중 “미국이 명확한 출구 전략(Exit Plan) 없이 전쟁에 뛰어든 것에 화가 난다”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 수행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러한 영국의 강경 기류는 단순한 반미 정서라기보다 실질적인 경제 피해에 근거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 내각은 미국 주도의 이란 항구 봉쇄 작전이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초래해 자국 경제를 파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수입국 영국의 비명…IMF, 올해 성장률 0.8%로 강등


중동 전쟁의 여파는 이미 영국 경제지표를 갉아먹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5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중 최하위 수준의 낙폭이다.

IMF는 영국이 에너지 순수입국으로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는 결국 영국은행(BOE)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춰 내수 경기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영국 경제가 안보 리스크에 인질로 잡혔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보호무역 안보’ 시대, 4월 말 국빈 방문이 분수령


미·영 관계의 냉기류 속에서도 양국은 오는 4월 말로 예정된 찰스 3세 국왕의 미국 국빈 방문을 강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왕은 이 정치적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예우를 갖췄으나 실질적인 외교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안보 기여도를 경제적 대가로 환산하는 트럼프식 ‘보호무역 안보’ 기조가 동맹국에 투사된 사례다.

스타머 정부가 안보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관세 보복이라는 경제적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가 향후 영국 경제의 명운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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