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턴 공장 전면 가동…공급망 100% 국내화로 위기 시 조달 불안 원천 차단
360도 사격·60초 진지 이탈·분당 8발…드론 위협 시대 생존 포병의 답
360도 사격·60초 진지 이탈·분당 8발…드론 위협 시대 생존 포병의 답
이미지 확대보기드론이 정지한 포병 진지를 10분 안에 찾아내는 시대에, 포병이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움직이는 것이다. 엘빗 아메리카(Elbit America)가 이 논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차륜형 자주포 시그마(SIGMA)를 들고 미국 육군 포병 현대화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군 국방 전문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에 따르면 루크 사부아(Luke Savoie) 엘빗 아메리카 사장 겸 CEO는 시그마는 단순한 '미국 조립' 제품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가 미국 토양에 뿌리를 둔 '진정한 미국산' 병기로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에픽 퓨리'가 확인한 교훈…고정된 포병은 표적이 된다
사부아 CEO는 최근 수행된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작전을 시그마의 핵심 가치를 입증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샤헤드(Shahed)같은 장거리 드론은 사전에 계획된 고정 표적을 타격한다. 이 환경에서 예측 가능한 위치에 머무는 포병은 표적일 뿐이다. 그는 "현대 전장에서 화력은 생존 가능성 없이는 오히려 부담"이라며 "포병이 움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끊임없이 위치를 바꾼다면 타격하기 훨씬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시그마가 제시하는 해법은 세 가지 수치로 요약된다. 360도 전 방향 사격, 60초 이내 진지 이탈, 분당 8발의 지속 사격이다. 360도 사격 능력은 단순한 기술 사양을 넘어 전술적 의미가 크다. 승무원이 지형지물—수림, 능선, 엄폐물—에 최적화된 위치에 차량을 배치한 뒤 포의 방향에 구애받지 않고 즉각 교전할 수 있다. 방향 제한이 곧 예측 가능성을 만들고, 예측 가능성이 죽음을 부른다는 것이 사부아의 논리다. 5개의 독립 잠금 차동 장치를 갖춘 오시코시(Oshkosh) 10×10 차체는 일반 도로는 물론 험지와 복잡한 오프로드 지형에서도 기동성을 유지하며 신속한 진지 변환을 뒷받침한다. 40발의 기내 탄약을 전량 최대 장약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속 화력 측면에서의 강점이다.
'미국산'과 '미국 조립'은 다르다…공급망 독립이 핵심 경쟁력
사부아는 시그마를 여타 경쟁 제품과 가르는 결정적 차이로 공급망의 완전한 국내화를 꼽았다. "흔히 '미국산'이라고 하면 최종 조립만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핵심 부품은 해외에서 온다. 이것이 위기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을 만든다."
시그마는 설계 초기부터 미국 공급망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오시코시 차체에 탑재된 타이어, 조명, 전기 부품, 유압 시스템은 물론 방향 지시등, 헤드라이트, 필터 같은 소모품까지 국내산이다. 포신, 단조 부품, 강철 역시 미국에서 조달된다. 찰스턴 시설에서는 최근 방문 당시 오시코시 10×10 차체 12대가 통합 작업(WIP) 단계에 있을 정도로 전면 생산이 가동 중이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실질적 이점은 세 겹으로 나뉜다. 미군 물류 체계와의 100% 호환성이다. 방향 지시등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표준 미군 부품으로 즉각 교체된다. 엔진, 변속기, 오일, 타이어, 제동 시스템이 모두 미 육군 군수 체계 안에 있어 수명 주기 비용이 구조적으로 낮다. 탄약 호환성도 마찬가지다. 시그마는 NATO 공동 탄도 양해각서(JBMoU) 규격 155mm 탄약과 장약 전체와 호환되도록 설계됐다. 미 육군 포병 생태계의 모든 탄약이 별도 개조 없이 운용된다. 마지막으로 훈련 비용 절감이다. 시그마에는 차량 자체에 임베디드 훈련 기능이 탑재돼 있어 별도 시뮬레이터 없이 운전석 디지털 인터페이스만으로 완전한 사격 임무 훈련이 가능하다. 모든 차량이 그 자체로 훈련 장비가 되는 셈이다.
사부아는 경쟁사들과의 차별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대부분의 경쟁자들은 미국 내에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차륜형 자주포 분야에서 이에 비견할 만한 것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당장 규모를 확장할 준비가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MH가 앨라배마 생산 기지를 준비하는 단계인 것과 비교하면, 찰스턴 공장 전면 가동이라는 시그마의 현재 상태는 미 육군 조달 경쟁에서 실질적인 납기 우위로 이어질 수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