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1분기 53조 원·3월 매출 45% 급증, 장비·소재까지 역대급… AI가 비수기를 없앴다
삼성·SK 합산 영업익 연간 500조 전망 속 파운드리 격차·중국 추격은 여전한 숙제
삼성·SK 합산 영업익 연간 500조 전망 속 파운드리 격차·중국 추격은 여전한 숙제
이미지 확대보기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은 7917억 달러(약 1177조 원)로 전년보다 25.6% 늘었다. SIA의 존 노이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 달러(약 1487조 원) 돌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초 2030년께로 예상됐던 '1조 달러 시대'가 최소 4년 앞당겨진 셈이다. 가트너도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를 1조3000억 달러(약 1934조 원)로 제시하며 전년 대비 63% 성장을 내다봤다.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TSMC 1분기 매출은 얼마나 늘었나, 비수기에도 사상 최대… "AI가 계절을 지웠다"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13일(현지시각) 대만 주요 반도체 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종합 보도했다. TSMC는 3월 매출 4151억9000만 대만달러(약 19조4142억 원)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30.7%, 전년 같은 달보다 45.2% 늘었다. 1분기 누적 매출은 약 1조1340억 대만달러(약 53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5.1%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를 갈아치웠다.
통상 1분기는 스마트폰 출하 둔화로 파운드리 가동률이 떨어지는 비수기다. 올해는 엔비디아와 구글 등 AI 가속기용 웨이퍼 수요가 애플의 아이폰 계절성 약화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업계 관측에 따르면 TSMC의 2나노(N2) 공정은 애플·엔비디아·AMD·퀄컴 등 주요 고객사가 2028년까지 장기 물량을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서버 투자 확대가 반도체 산업의 전통 계절 패턴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는 오는 16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예정하고 있어, 2분기 이후 가이던스에 시장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 메모리는 왜 TSMC보다 이익률이 높아졌나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주목할 대목은 TSMC와 한국 메모리 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수익성 격차다. TSMC의 1분기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는 54~56%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60% 후반에서 최대 7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흥국증권(40조1000억 원), 키움증권(40조3000억 원) 등이 일제히 40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제시했다. 실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수치대로라면 양사 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지는 셈이다.
배경에는 범용 D램 가격의 이례적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3월 말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 전망을 기존 55~60%에서 93~98%로 대폭 상향했다. 서버용 D램뿐 아니라 PC용(110~115% 상승)과 모바일용(58~63% 상승)까지 전 분야에서 가격이 치솟았다. 시장조사업체 시그마인텔도 1분기 D램 평균 가격 인상률을 70% 이상으로 추정했다.
가격 폭등의 핵심 원인은 '공급의 구조 전환'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가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집중 전환하면서, DDR4 등 범용 제품의 공급이 급감했다. HBM 1비트를 만들려면 일반 D램 3비트를 포기해야 하는 생산 구조상, AI 칩 수요가 폭발할수록 범용 메모리 품귀는 심화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HBM보다 범용 D램 마진이 더 높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제조업에서 영업이익률 30%도 이례적인데, 70%라는 숫자는 압도적인 가격 협상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도 D램 가격이 50~60%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시그마인텔은 2분기 상승률이 30~50%로 둔화하고, 하반기에는 5~20%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가 2026년 하반기에 인프라(전력·용수)가 완공하면, 첫 번째 생산 라인(팹)의 본격적인 가동은 2027년 2월~5월로 계획되어 있고, 마이크론 아이다호 팹은 현재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나, 의미 있는 공급 기여는 2027년 중반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여 신규 시설의 실제 생산 기여 시점이 2027년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급 부족 현상이 2026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과 수요 위축으로 가격 정점이 조기에 올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대만 장비·소재 업체도 역대급인가… 2나노·첨단 패키징이 공급망 전체를 끌어올려
대만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 1분기 실적도 AI 수요의 온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TSMC의 2나노 공정 개발과 AI 서버용 첨단 패키징 확대가 후방 산업까지 끌어올린 구조다.
키닉(Kinik)은 3월 매출 7억 8900만 대만달러(약 369억 원)로 전년 같은 달보다 31.15% 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1분기 매출도 22억9000만 대만달러(약 1071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44% 증가했다. 첨단 다이아몬드 디스크 침투율 확대와 재생 웨이퍼 가동률 상승이 배경이다. 사이언테크(Scientech)는 1분기 매출 31억 2000만 대만달러(약 1459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9% 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수주 가시성이 2027년 중반까지 확보됐다.
갤런트 마이크로 머시닝(GALLANT Micro Machining)은 3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0.1% 폭증했고, 에이블프린트 테크놀로지(AblePrint Technology)는 1분기 매출이 81.96% 늘었다. 첨단 패키징 공정에서 디본딩과 워피지(휨) 제어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혼프레시전(Hon Precision)은 1분기 매출 107억3000만 대만달러(약 501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81.1% 증가하며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AI 인프라 확장과 첨단 패키징 관련 수요가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에도 이 흐름은 직접 연결된다. TSMC의 2나노 양산이 본격화하면 한국산 CMP 슬러리, 포토마스크, 세정 장비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도쿄일렉트론(TEL)을 비롯한 일본 장비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여전히 강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 소재·장비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 확보 속도가 관건이다.
성숙 공정(레거시) 파운드리는 어떤가… AI 서버가 전력 반도체까지 끌어올려
첨단 공정만 호황인 것은 아니다. 성숙 공정 파운드리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VIS(세계선진반도체)는 AI 서버용 전력관리 반도체(PMIC) 수요 증가로 가동률이 80%를 넘어섰다.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9% 늘었고, 4월부터는 설비 확장에 따른 원가 상승을 반영해 파운드리 단가를 인상했다.
UMC(연합전자)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9% 증가한 610억4000만 대만달러(약 2조 8500억 원)를 기록했다. PSMC(파워칩반도체)는 메모리 시장 개선에 힘입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2.09% 늘었다. 로직 파운드리와 메모리 관련 서비스 모두 단가가 올랐는데,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탓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 산업에 대한 시사점이 나온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 수량은 일반 서버의 3~5배에 달한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가 올해 5000억 달러(약 7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력 반도체와 아날로그 칩 수요도 구조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성숙 공정 라인도 이 수요를 흡수할 기회가 있지만, 문제는 TSMC 대비 여전히 큰 점유율 격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점유율은 70.4%, 삼성전자는 7.1%에 그쳤다.
'1조 달러' 시대, 한국이 챙겨야 할 세 가지 숫자
반도체 산업이 사이클(순환) 산업에서 구조 성장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는 뚜렷하다. 그러나 화려한 실적 이면에 한국 반도체가 직면한 구조 과제도 선명해지고 있다.
첫째, 밸류에이션 할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이 낙관 시나리오에서 50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아직 TSMC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인베스팅닷컴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년 주가 변동률은 279.8%로, TSMC(138.2%)의 약 2배다. 증권가에서는 변동성이 높으면 위험 대비 수익률 기준에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다만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의 구조적 상승 흐름은 중장기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영업이익 증가 속도는 1분기를 기점으로 가속 구간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슈퍼사이클이 장기화할수록 시장이 메모리 기업의 실적 안정성을 재평가할 여지가 열린다.
둘째, 중국의 추격이다. 중국 CXMT는 레거시 메모리 시장에서 공격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HBM과 첨단 D램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 우위는 확고하다. 그러나 범용 DDR4 등 구형 제품 시장에서 중국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면 전체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HBM 수요처가 엔비디아를 넘어 구글 TPU, 빅테크 주문형 반도체(ASIC)로 다변화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공급자 우위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셋째, 파운드리 경쟁력이다. 1조 달러 시장의 무게중심은 이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그로크(Groq) LPU 양산과 테슬라향 A16 칩 수주를 확보한 것은 긍정 신호이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 63%포인트는 단기간에 좁혀지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삼성전자의 HBM4가 4나노 파운드리 베이스다이를 탑재하면서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시너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변화다.
투자자, 핵심 체크포인트 3가지
한국 투자자라면 지금 세 가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① 글로벌 빅테크의 분기별 설비투자 증감률이다. AI 수요의 지속성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선행 지표다. ② 범용 D램 계약 가격 추이다. 1분기 93~98% 급등에서 2분기 50~60%, 하반기 5~20%로 상승률이 둔화하는지 여부가 슈퍼사이클의 체력을 결정한다. ③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 파이프라인이다. 메모리 일변도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1조 달러 시장은 한국 반도체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안기는 동시에, 메모리 왕국에 머물 것인지 AI 시대의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 한 분기 실적표가 아니라, 그 실적을 반복할 수 있는 체질이 다음 10년을 좌우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