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이 무산될까.
지지통신은 14일 일본 야당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3당 간사장이 국회 내에서 회담하고 곧 다가올 임시국회에서 진행될 총리 지명 선거와 관련해 3당 대표가 15일 영수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됐던 일본 야당의 총리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연립 정권을 형성하고 있던 공명당이 자민당과 결별을 선언함에 입헌·유신·국민민주당 3당이 합의할 경우 중의원 의결권이 가능한 210석을 확보, 자민당의 196석을 넘어서 정권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성 최초의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것에 이어 사상 최초의 일본 여성 내각 총리대신이 될 것으로 유력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일본 총리 지명 선거, 결선 투표 가능성 커
일본의 이번 총리 지명 선거는 어느 후보도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결선 투표로 갈 가능성이 크다.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될 경우 득표수가 많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후보 단일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13년 만의 정권 교체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14일 야 3당 간사장 회담을 통해 결선 투표로 가게 될 경우 총리 후보를 단일화하자는 제안을 하며 “내가 (단일화 후보가)아니어도 상관없다”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에 따르면 제안을 받은 유신당 나카지 히로시 간사장은 “수적 우위만으로는 안 된다. 정책 일치의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민민주당 하즈바 가즈야 간사장도 “단일화 할 경우 정권 기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통신은 “3당의 합계 의석 수는 중의원에서는 과반수(233)에 근접하지만, 참의원에서는 총 86석으로 과반수(125)에 크게 미치지 못해 야 3당을 중심으로 한 연립 정권이 될 경우 안정적인 정권 운영이 가능한지를 따지는 그림”이라고 분석했다.
또 국민민주당이 안보 정책, 원전, 헌법 개정 등에 대해 입헌민주당이 동조해야 한다는 점 등을 조건으로 내걸며 여전한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민주당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일부 용인하는 안보 관련법에 기반한 안보 정책, 원전 재가동 용인, 긴급사태 조항 신설을 위한 헌법 개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입헌민주당 아즈미 준 간사장은 회담 후 “이제 각 대표의 판단에 달렸다”라며 15일 영수회담에서 야당 단일화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등에 불’ 자민당, 국민민주당에 협력 요청
정책 이견과 현실적 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야 3당의 단일화가 임박함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민당은 국민민주당 측에 연립정권 수립을 위한 협력을 요청한 상태다. 자민당 스즈키 슌이치 사무총장은 14일 국회서 국민민주당 측과 회담을 갖고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선출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민주당 측은 “정치적 안정을 위해 새 구조에 협력해 주길 바란다는 요청을 받았다”라며 “그러나 숫자 싸움으로 인한 구조가 중요한 것이 아닌 만큼 우선 정책적인 면에서는 협력하겠다는 답변을 했다”라며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자민당은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지명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날 자민당은 당 본부서 양원 의원 간담회를 열고 공명당 연립 탈퇴 사태로 인한 향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 자리서 다카이치 총재는 “향후 기본 정책이 일치하는 정당과의 연립을 포함한 협력을 계속 요청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으며 협력 대상으로 국민민주당, 유신당이라는 구체적 이름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서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당분간 계속 재임하며 총리와 당 총재를 분리하는 '총총분리'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다카이치 총재는 15일 입헌민주당, 유신회, 국민민주당 당수와 각각 회담할 전망이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