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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왕의 몰락' 인텔, 분할이냐 매각이냐… 머스크·TSMC까지 '눈독'

경쟁사에 밀린 '옛 제왕'…자체 개혁이냐 외부 수혈이냐 기로에
'안보 자산' 된 파운드리… 월가 저평가 속 숨은 가치 부상
한때 '반도체 제왕'으로 불렸던 인텔이 분할이냐 인수냐의 기로에 섰다. 지정학적 가치가 부상한 파운드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일론 머스크, TSMC 등 거물급 인수설까지 나오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때 '반도체 제왕'으로 불렸던 인텔이 분할이냐 인수냐의 기로에 섰다. 지정학적 가치가 부상한 파운드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일론 머스크, TSMC 등 거물급 인수설까지 나오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때 반도체 업계를 호령했던 인텔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AMD와 엔비디아가 시장 점유율과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잡고 질주하는 사이, 인텔은 차세대 칩 출시와 설계 구조의 우위 유지에 실패하며 정체하고 있다고 포브스 재팬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단순한 부진을 넘어 기업 문화의 타성과 리더십 부재가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2024년 말 팻 겔싱어 전임 CEO가 실적 부진으로 퇴임하고 2025년 3월 립부 탄 신임 CEO가 선임됐지만, 뚜렷한 반전의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인텔이 분할이나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치 있는 자산을 갖고 있는데도 이를 활용할 전략이 없어 외부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있다. 인텔은 'IDM 2.0' 전략을 내세워 TSMC와 삼성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막대한 설비 투자 비용과 낮은 고객 신뢰 때문에 시장 평가는 냉랭하다. 그러나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면서 미국 안에 생산 거점을 둔 인텔 파운드리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는 분위기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 자산으로 떠오르면서 서방 세계의 반도체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로써 인텔은 현재 서로 다른 두 모습을 동시에 보인다. 하나는 경쟁사에 뒤처진 '기존 칩 사업'이며, 다른 하나는 자본이 많이 들지만 세계 반도체 주권 논의의 핵심에 선 '파운드리 사업'이다.

◇ 안보 자산 된 파운드리, 그러나 발목 잡는 내부 문제

문제는 인텔 내부의 복잡한 구조와 느린 의사결정, 이해 상충 등이 파운드리 사업의 잠재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면, 스스로 고객을 확보하고 전략을 세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경영진이 스스로 이 가치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행동주의 펀드를 포함한 외부 투자자가 먼저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립부 탄 신임 CEO 체제에서 비핵심 사업 분사를 포함한 구조 개혁을 강조하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파운드리 부문의 독립성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머스크·TSMC까지 참전?... 구체화되는 M&A 시나리오


최근에는 자세한 인수설까지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인텔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퀄컴이나 글로벌파운드리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인수안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브로드컴이나 TSMC가 인텔의 설계 또는 제조 부문 일부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M&A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 '숨겨진 가치' 파운드리, 시장 재평가 '시간문제'


포브스 재팬은 "인텔의 실행력은 뒤떨어지지만, 파운드리는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시장은 인텔 파운드리를 미래 성장 동력보다 비용을 늘리는 요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시장의 맹점으로 꼽히는 지점이다.
인텔 주가에 대한 재평가는 파운드리 사업의 독립성이나 소유권 구조가 명확해지는 순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인텔의 실적 개선과 함께 구조 개편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내부자 매수,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확보, 합작 투자 관련 소문 등은 모두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인텔은 이제 실적이 좋아질 종목이 아니라 '숨겨진 구조 개편 기회'를 품은 종목으로 새로 평가받는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분할이나 인수안은 더욱 주목받는 선택지가 된다. 새로운 리더십이 인공지능(AI)과 맞춤형 반도체에 집중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장은 인텔의 자체 변화와 외부 압력 중 어느 쪽이 더 빠를지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 앞에 놓인 진짜 질문은 '누군가 인텔에 손을 뻗을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가장 먼저 움직일 것이며, 그때 나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는가'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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