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20·J-35A 모델 전시로 기술력 과시...파키스탄 J-10C 인도 라팔 격추 성과
정치적 신뢰 부족·나토 상호운용성 문제...미국·유럽 항공산업 우위 지속 전망
정치적 신뢰 부족·나토 상호운용성 문제...미국·유럽 항공산업 우위 지속 전망

중국국가항공기술수출입공사(CATIC)는 이번 파리 에어쇼에서 중국의 5세대 전투기인 J-20과 J-35A의 축소 모델을 선보였다. 라인업에는 4.5세대 J-10C 다목적 전투기의 수출 변형인 J-10CE도 포함됐다. 이는 전통적으로 아웃사이더였던 시장에서 중국 방위 메이저가 보여준 강력한 모습이었다.
중국 전투기의 실전 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파키스탄 공군이 자국의 J-10C가 카슈미르를 둘러싼 군사 충돌에서 인도 공군 라팔 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항공기에 대한 해외 인식 변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벤스 네메스 선임 강사는 "수출 시장에서는 인식이 법의학적 세부 사항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중국은 J-10C와 J-20이 서방 전투기와의 역량 격차를 크게 좁혔다고 선전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 번의 전투 결과가 유럽 시장의 판도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르웨이 국방연구소의 리셀로테 오드가드 교수는 "라팔 제트기의 장점은 레이더 시스템, 미사일 사거리, 전자전 장비 및 다목적 품질을 포함한다"며 "프랑스는 전투기 같은 군사 장비를 판매하기 위해 전 세계의 정치 전략적 파트너십을 결합하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유럽 시장 진출의 가장 큰 장벽은 정치적 신뢰 부족이다. EU는 중국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유지해왔으며, 이는 정치적으로도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는 것을 복잡하게 만든다. 또한,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과 유럽의 지휘 통제 네트워크와 완전히 상호 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호한다.
네메스는 "일부 중국 모델이 서구의 역량에 근접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치적, 산업적, 기술적 역학으로 인해 중국 전투기는 유럽 공군의 시동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미국 전투기는 파리에서 여전히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이탈리아가 F-35 25기의 구매 계획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포르투갈, 스페인, 오스트리아와 협의 중이라고 확인했다.
오드가드는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미 F-35에 전념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년 동안 F-35에 의존할 것"이라며 "막대한 국방 투자는 이미 투자한 전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유럽의 자체 항공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은 지난 3월 국방 자금 증액을 위해 최대 8000억 유로를 동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네메스는 유럽의 두 가지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인 영국·이탈리아·일본 주도의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GCAP)과 프랑스·독일·스페인 간의 미래 전투 항공 시스템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이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FA-50 경전투기를 폴란드에 수출했으며, KF-21을 유럽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신동학 부사장은 "우리는 이미 폴란드에 수출을 마쳤고, KF-21로의 전환을 위해 다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여러 국가와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랜드 코퍼레이션의 티모시 히스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미국과 긴밀한 동맹 관계가 있어 미국 항공기를 구매할 수 있지만 중국을 너무 불신해 중국 항공기를 구매할 수 없는 동일한 유형의 국가에 판매하기 때문에 유럽 방위 업체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드가드는 "스웨덴과 프랑스 모두 두 주요 경쟁자인 미국과 중국, 또는 많은 국가들이 군용 항공기에 의존하는 것을 주저하는 러시아가 아닌 유능한 플랫폼을 구매하려는 국가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럽 시장에서는 정치적·기술적 장벽에 부딪힐 것으로 보이며, 대신 미국·유럽 자체 항공산업과 한국 등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