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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유럽 투자, 9년 만에 첫 증가... 47% 급증한 100억 유로 기록

헝가리, 전체 중국 투자의 31% 유치하며 독일·프랑스·영국 제쳐
전기차·배터리 분야에 집중... CATL, 5년간 최대 투자자로 부상
중국의 유럽 투자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유럽 투자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유럽 투자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2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와 로듐 그룹의 새로운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대유럽 투자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100억 유로(약 112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유럽 정부들이 중국 투자에 대한 우려를 처음 표명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증가세다. 당시 중국 가전제조업체 메이디 그룹이 독일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쿠카를 인수하면서 중국이 유럽의 핵심 기술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 후 9년 동안 EU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외국인 직접 투자 심사 메커니즘을 시행함에 따라 투자가 크게 냉각되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이 미국 등 다른 시장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유럽 투자가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재 수준은 2017년 이전보다는 여전히 낮은 상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 대한 중국 투자의 53.2%가 유럽으로 유입되었으며, EU와 영국은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의 19.1%를 차지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증가율이다.

특히 헝가리는 유럽에 대한 중국 전체 투자의 31%를 유치해 전통의 강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을 제쳤다. 이 세 국가는 유럽에 대한 중국 전체 투자의 20%를 차지했는데, 이는 4년 평균인 52%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유럽에서 가장 친(親) 도널드 트럼프이자 친중국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최근 헝가리 외교통상부 차관 레벤테 마자르는 "우리는 중국과 훌륭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은 헝가리의 가장 큰 투자자 중 하나가 되었다"며 "우리는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 및 무역 관계를 포기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주 중국 전기차 기업 BYD는 헝가리에 유럽 본사와 연구개발 센터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이미 중앙 유럽 허브에 있는 조립 공장에 추가되는 시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이 유럽에 투자한 상위 10개 프로젝트 중 7개가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에 집중됐으며, 이 중 4개는 헝가리에 위치해 있다. 가장 큰 규모의 투자는 역시 헝가리에 위치한 75억 유로 규모의 CATL 배터리 공장이었다.

보고서는 "CATL이 2024년 총 투자액의 16%를 차지하며 주요 투자자로 부상했으며, 대부분 헝가리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공장 건설에서 발생했다"며 "이 배터리 대기업은 지난 5년 동안 유럽에서 가장 큰 중국 투자자였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귀를 기회로 삼아 EU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하는 가운데, 전기차 공급망에 대한 투자가 협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유럽 현지 생산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지난해 10월 EU가 부과한 보조금 지급 금지 관세를 우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EU는 일자리 창출을 극대화하고 기술과 노하우가 현지 기업으로 이전될 수 있도록 투자 기준을 설정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가 27개 회원국에 대한 무역 정책을 수립하기는 하지만, 국가 차원의 투자 정책에 대해서는 발언권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투자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유럽 투자가 오히려 유럽 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최근 연구 논문은 "중국 기업들이 유럽으로 진출하면서 투자나 현지 일자리 창출, 기술 공유 의무가 없게 됨에 따라 유럽의 산업 중심지가 단순히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위한 조립 라인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 대한 중국의 그린필드 투자(신규 시설 건설 투자)는 2023년 대비 21% 증가하여 3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으며, 인수합병(M&A)은 114% 증가한 41억 유로를 기록했다. 다만 인수합병의 경우 매우 낮은 기저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번 중국의 대유럽 투자 증가는 미·중 무역 갈등 심화와 유럽의 중국 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으로, 향후 EU의 대응과 개별 국가들의 정책 방향에 따라 투자 흐름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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