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환율·국경 정책 여파, 캐나다·유럽발 예약 급감, 지역경제·일자리·소매업까지 타격

지난해 미국의 국제 관광 지출은 1810억 달러(약 251조5000억 원)였으나, 올해는 1690억 달러(약 234조9000억 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7% 줄었고, 미국 관광이 가장 활기를 띠었던 2019년과 견주면 22% 감소한 수치라고 지난 19일(현지시각)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WTTC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함께 분석한 184개 나라 가운데 올해 관광 수입이 줄어드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줄리아 심슨 WTTC 대표는 "다른 나라들은 관광객을 맞으려 애쓰고 있지만, 미국은 '닫힘' 팻말을 내건 것과 같다"며 "이런 변화가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 이민정책·환율·무역 갈등...캐나다·유럽발 여행 급감
미국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고, 2000만 명이 일하는 핵심 산업이다. 관광업이 해마다 내는 세금은 5850억 달러(약 813조1500억 원)로, 전체 세금의 7%에 이른다. 산업 규모는 2조6000억 달러(약 3614조 원)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그러나 최근 몇 해 동안 미국은 강경한 이민 단속, 비자 심사 강화, 무슬림 국가 입국 제한, 캐나다·유럽과의 무역 갈등, 달러 값 오름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다. WTTC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외국인 관광객의 행동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달러 값이 오르면서 일본, 유럽 등에서 미국을 찾는 관광객도 줄었다. 코로나19 뒤 미국의 여행 제한 조치가 다른 나라보다 오래 이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캐나다인의 미국 여행이 크게 줄었다. 2025년 3월 기준 캐나다인의 40%가 미국 여행을 취소했고, 항공권 예약은 지난해보다 20% 넘게 줄었다. 뉴욕, 뉴저지 등 미국 동부 관광업계는 캐나다 손님 감소로 수입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미국 관세 부과와 대통령의 캐나다 관련 발언 등 정치적 긴장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발 여행도 줄어, 영국·독일·아일랜드 등 주요국에서 미국 방문객이 15~20% 이상 감소했다.
◇ 지역경제·일자리·연관 산업까지 타격...관광업 위기 '확산'
관광객 감소는 숙박, 운송, 외식, 소매업 등 여러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 미국 호텔업계는 올해 손님 지출이 7772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일부 지역 호텔과 리조트, 소매업, 식당, 항공사 등은 매출 감소와 일자리 축소를 겪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미국 입국 외국인 수는 전년 동월보다 12% 줄었고, 서유럽·캐나다발 방문객 감소가 두드러졌다. 라스베이거스 등 일부 도시는 호텔세 수입이 5%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여행협회는 캐나다 관광객이 10%만 줄어도 21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의 손실과 14만 명의 일자리 감소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소매업계는 관광객 지출 감소로 200억 달러(약 27조8000억 원) 넘는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항공사와 호텔업계는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편 WTTC는 "관광업과 미국 경제가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미국 정부가 전 세계 여행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빠른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 관광산업 위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보수적 외교 정책과 무역 갈등, 달러 상승,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